2008년 07월 25일
외국어를 한다는 것.
''20개 언어의 달인'' 직접 만나보니…
20개 언어를 한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기사를 대략 보니 체계적으로 언어를 공부한 것은 아닌 것 같고 대략 기본은 이해한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간단한 인삿말 정도라도 20개 국어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근데 "외국어를 할 수 있다" 라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뭘까.
어느 정도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외국어를 할 수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영화 주라기공원에 보면 컴퓨터가 다 꺼진 다음에 극중에서 Lex 가 "It's a UNIX system! I know this!" 하고 컴퓨터를 부팅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두고 공대 대학원에서 유닉스에 기반한 워크스테이션으로 일을 하고 있던 지인 하나가 "나도 아직 유닉스에 대해 잘 모르건만....." 하고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 영화에서 Lex 가 말한 "I know this" 는 대략 부팅하고 사용할 줄 안다는 의미인 것이고 내 지인이 말하는 "안다" 라는 것은 유닉스 시스템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프로그래밍도 하고 프로그램을 돌리고...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같은 단어지만, 그 단어를 쓰는 레벨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어, 가령 영어에 능통하다 라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서 우리는 영어능통자가 되고 싶어하고, 영어능통자를 기르려고 하며, 기업에서는 영어능통자를 뽑으려고 한다. 이때 영어능통자란 대체 어떤 능력을 가진 능력자를 말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말해서 영어능통자란 영어회화능통자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말하자면 미국인을 만났을 때 막히지 않고 서로 대화가 가능한 그런 "능력자" 이다. 이런 능력을 위해서 한국에서는 정확한 발음과 억양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만.
그런데 미국인을 만나서 어떤 레벨의 대화를 나누는가도 중요하지 않을까? 가령 힙합뮤직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그 분야에서 잘 사용되는 슬랭등을 잘 이해해야 대화가 되겠고 우리가 흔히 농담따먹기하듯 대화를 나눈다면 속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농담따먹기" 이런 단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업무상 대화를 나눈다면 그 업무영역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만 아마 슬랭같은 것은 별로 몰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모르는 쪽이 더 좋을 것이다).
즉 단순히 "대화능통" 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대화를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익혀야 할 표현이나 단어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능통자" 의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가." 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때 영어의 속어를 배워야 한다는 유행이 분 적도 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영어를 익히게 되기도 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표현은 반드시 우아하거나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의도적으로 특정지역 액센트가 강조되는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있는데 이런 거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흑인영어능통자 혹은 남부액센트능통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영어능통을 강조할 때는 흔히 회화능통을 강조하고 문법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문법만을 강조하는 영어교육을 수년간 받아왔고, 현장에서 깨지며 몸으로 배우는 서바이벌 잉글리쉬... -_-;; 덕분으로 보통의 한국인의 기준에서는 비교적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축에 속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절실히 느끼는 것은 "발음 억양 이딴 거보다 문법이 백배 중요하다." 라는 것이다.
물론 일상회화에서는 문법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문법에 딱딱 맞게 이야기하면 더 어색하게 느끼기도 하니까 (유명한 예로 "I, too." 가 아니라 "me, too." 라고 한다거나) 문법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레벨" 의 문제인 것이다. 농담따먹기 레벨을 넘어서서 좀 더 포멀한 관계에 접근하게 되면, 예를 들어 공문을 작성한다거나 공식적인 편지를 쓴다거나 하는 레벨이 되게 되면 문법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되게 된다. 가령 구직을 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거나 이력서를 쓴다거나 할 때 문법을 잘 몰라서 시제가 틀린다거나 관사가 빠진다거나 하는 사소한 오류는 때로 치명적이다. 길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길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문법은 무시해도 좋을른지 모르지만 외국인과 영어로 (단순 대화가 아니라) 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고 하면 문법은 굉장한 중요한 이슈가 된다. 문법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익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연 영어교육에서 문법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은 일인가 의심스럽다.
발음이 정확하면 무척 좋은 일이지만 다소 혹은 아주 강한 액센트가 있다고 해도 fluent 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앞뒤가 대충 맞기만 하다면 대략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 때문에 나는 발음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위 원어민 발음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때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영어불능" 한국인이 있을 때이다. 그 순간에 원어민 발음은, 버터바른 듯 쏼라쏼라 원어민 발음을 쏟아내는 사람의 뒤통수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빛다발로 기능한다....
이런 저런 것을 고려해볼 때 나는 스스로 영어 하나조차도 감히 능숙하다 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저 정도 실력으로 "20개 언어를 한다." 라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20개 언어를 한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기사를 대략 보니 체계적으로 언어를 공부한 것은 아닌 것 같고 대략 기본은 이해한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간단한 인삿말 정도라도 20개 국어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근데 "외국어를 할 수 있다" 라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뭘까.
어느 정도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외국어를 할 수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영화 주라기공원에 보면 컴퓨터가 다 꺼진 다음에 극중에서 Lex 가 "It's a UNIX system! I know this!" 하고 컴퓨터를 부팅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두고 공대 대학원에서 유닉스에 기반한 워크스테이션으로 일을 하고 있던 지인 하나가 "나도 아직 유닉스에 대해 잘 모르건만....." 하고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 영화에서 Lex 가 말한 "I know this" 는 대략 부팅하고 사용할 줄 안다는 의미인 것이고 내 지인이 말하는 "안다" 라는 것은 유닉스 시스템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프로그래밍도 하고 프로그램을 돌리고...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같은 단어지만, 그 단어를 쓰는 레벨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어, 가령 영어에 능통하다 라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서 우리는 영어능통자가 되고 싶어하고, 영어능통자를 기르려고 하며, 기업에서는 영어능통자를 뽑으려고 한다. 이때 영어능통자란 대체 어떤 능력을 가진 능력자를 말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말해서 영어능통자란 영어회화능통자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말하자면 미국인을 만났을 때 막히지 않고 서로 대화가 가능한 그런 "능력자" 이다. 이런 능력을 위해서 한국에서는 정확한 발음과 억양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만.
그런데 미국인을 만나서 어떤 레벨의 대화를 나누는가도 중요하지 않을까? 가령 힙합뮤직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그 분야에서 잘 사용되는 슬랭등을 잘 이해해야 대화가 되겠고 우리가 흔히 농담따먹기하듯 대화를 나눈다면 속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농담따먹기" 이런 단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업무상 대화를 나눈다면 그 업무영역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만 아마 슬랭같은 것은 별로 몰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모르는 쪽이 더 좋을 것이다).
즉 단순히 "대화능통" 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대화를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익혀야 할 표현이나 단어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능통자" 의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가." 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때 영어의 속어를 배워야 한다는 유행이 분 적도 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영어를 익히게 되기도 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표현은 반드시 우아하거나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의도적으로 특정지역 액센트가 강조되는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있는데 이런 거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흑인영어능통자 혹은 남부액센트능통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영어능통을 강조할 때는 흔히 회화능통을 강조하고 문법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문법만을 강조하는 영어교육을 수년간 받아왔고, 현장에서 깨지며 몸으로 배우는 서바이벌 잉글리쉬... -_-;; 덕분으로 보통의 한국인의 기준에서는 비교적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축에 속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절실히 느끼는 것은 "발음 억양 이딴 거보다 문법이 백배 중요하다." 라는 것이다.
물론 일상회화에서는 문법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문법에 딱딱 맞게 이야기하면 더 어색하게 느끼기도 하니까 (유명한 예로 "I, too." 가 아니라 "me, too." 라고 한다거나) 문법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레벨" 의 문제인 것이다. 농담따먹기 레벨을 넘어서서 좀 더 포멀한 관계에 접근하게 되면, 예를 들어 공문을 작성한다거나 공식적인 편지를 쓴다거나 하는 레벨이 되게 되면 문법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되게 된다. 가령 구직을 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거나 이력서를 쓴다거나 할 때 문법을 잘 몰라서 시제가 틀린다거나 관사가 빠진다거나 하는 사소한 오류는 때로 치명적이다. 길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길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문법은 무시해도 좋을른지 모르지만 외국인과 영어로 (단순 대화가 아니라) 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고 하면 문법은 굉장한 중요한 이슈가 된다. 문법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익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연 영어교육에서 문법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은 일인가 의심스럽다.
발음이 정확하면 무척 좋은 일이지만 다소 혹은 아주 강한 액센트가 있다고 해도 fluent 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앞뒤가 대충 맞기만 하다면 대략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 때문에 나는 발음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위 원어민 발음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때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영어불능" 한국인이 있을 때이다. 그 순간에 원어민 발음은, 버터바른 듯 쏼라쏼라 원어민 발음을 쏟아내는 사람의 뒤통수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빛다발로 기능한다....
이런 저런 것을 고려해볼 때 나는 스스로 영어 하나조차도 감히 능숙하다 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저 정도 실력으로 "20개 언어를 한다." 라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 by | 2008/07/25 04:36 | 모기불 정치통신 | 트랙백(1) | 덧글(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