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한다는 것.

''20개 언어의 달인'' 직접 만나보니…

20개 언어를 한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기사를 대략 보니 체계적으로 언어를 공부한 것은 아닌 것 같고 대략 기본은 이해한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간단한 인삿말 정도라도 20개 국어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근데 "외국어를 할 수 있다" 라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뭘까.

어느 정도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외국어를 할 수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영화 주라기공원에 보면 컴퓨터가 다 꺼진 다음에 극중에서 Lex 가 "It's a UNIX system! I know this!" 하고 컴퓨터를 부팅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두고 공대 대학원에서 유닉스에 기반한 워크스테이션으로 일을 하고 있던 지인 하나가 "나도 아직 유닉스에 대해 잘 모르건만....." 하고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 영화에서 Lex 가 말한 "I know this" 는 대략 부팅하고 사용할 줄 안다는 의미인 것이고 내 지인이 말하는 "안다" 라는 것은 유닉스 시스템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프로그래밍도 하고 프로그램을 돌리고...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같은 단어지만, 그 단어를 쓰는 레벨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어, 가령 영어에 능통하다 라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서 우리는 영어능통자가 되고 싶어하고, 영어능통자를 기르려고 하며, 기업에서는 영어능통자를 뽑으려고 한다. 이때 영어능통자란 대체 어떤 능력을 가진 능력자를 말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말해서 영어능통자란 영어회화능통자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말하자면 미국인을 만났을 때 막히지 않고 서로 대화가 가능한 그런 "능력자" 이다. 이런 능력을 위해서 한국에서는 정확한 발음과 억양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만.

그런데 미국인을 만나서 어떤 레벨의 대화를 나누는가도 중요하지 않을까? 가령 힙합뮤직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그 분야에서 잘 사용되는 슬랭등을 잘 이해해야 대화가 되겠고 우리가 흔히 농담따먹기하듯 대화를 나눈다면 속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농담따먹기" 이런 단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업무상 대화를 나눈다면 그 업무영역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만 아마 슬랭같은 것은 별로 몰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모르는 쪽이 더 좋을 것이다).

즉 단순히 "대화능통" 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대화를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익혀야 할 표현이나 단어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능통자" 의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가." 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때 영어의 속어를 배워야 한다는 유행이 분 적도 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영어를 익히게 되기도 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표현은 반드시 우아하거나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의도적으로 특정지역 액센트가 강조되는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있는데 이런 거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흑인영어능통자 혹은 남부액센트능통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영어능통을 강조할 때는 흔히 회화능통을 강조하고 문법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문법만을 강조하는 영어교육을 수년간 받아왔고, 현장에서 깨지며 몸으로 배우는 서바이벌 잉글리쉬... -_-;; 덕분으로 보통의 한국인의 기준에서는 비교적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축에 속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절실히 느끼는 것은 "발음 억양 이딴 거보다 문법이 백배 중요하다." 라는 것이다.

물론 일상회화에서는 문법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문법에 딱딱 맞게 이야기하면 더 어색하게 느끼기도 하니까 (유명한 예로 "I, too." 가 아니라 "me, too." 라고 한다거나) 문법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레벨" 의 문제인 것이다. 농담따먹기 레벨을 넘어서서 좀 더 포멀한 관계에 접근하게 되면, 예를 들어 공문을 작성한다거나 공식적인 편지를 쓴다거나 하는 레벨이 되게 되면 문법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되게 된다. 가령 구직을 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거나 이력서를 쓴다거나 할 때 문법을 잘 몰라서 시제가 틀린다거나 관사가 빠진다거나 하는 사소한 오류는 때로 치명적이다. 길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길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문법은 무시해도 좋을른지 모르지만 외국인과 영어로 (단순 대화가 아니라) 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고 하면 문법은 굉장한 중요한 이슈가 된다. 문법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익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연 영어교육에서 문법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은 일인가 의심스럽다.

발음이 정확하면 무척 좋은 일이지만 다소 혹은 아주 강한 액센트가 있다고 해도 fluent 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앞뒤가 대충 맞기만 하다면 대략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 때문에 나는 발음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위 원어민 발음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때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영어불능" 한국인이 있을 때이다. 그 순간에 원어민 발음은, 버터바른 듯 쏼라쏼라 원어민 발음을 쏟아내는 사람의 뒤통수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빛다발로 기능한다....

이런 저런 것을 고려해볼 때 나는 스스로 영어 하나조차도 감히 능숙하다 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저 정도 실력으로 "20개 언어를 한다." 라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by 기불이 | 2008/07/25 04:36 | 모기불 정치통신 | 트랙백(1) | 덧글(6)

선풍기 괴담.

선풍기 괴담, 그리고 상식

말하나마나 저거야 괴담이지. 세상에는 돌연사 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갑자기 팍 죽는 것인데 이렇게 죽었을 때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으면 "선풍기가 사람 잡았네~" 하는 소리가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죠. 사람이 혼자 자다가 죽었는데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이럴 때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면 애먼 선풍기가 뒤집어쓰는 것이지.

가까운데서 바람이 불면 기압이 어쩌구 산소농도가 어쩌구 해서 질식사...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만일 누군가를 꽁꽁 묶고 머리를 바닥에다가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에 눈앞에 선풍기를 틀어놓았다면 어쩌면 말이 될 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야 호흡이 어려울 지경이면 당연히 돌아눕거나 깨겠죠. 코고는 사람들은 간혹 수면 무호흡증을 경험하는데요, 그렇다고 전부 다 질식해서 죽는 건 아니고 대개는 깨거나 캑캑거리다가 다시 숨쉬고 자고 그럽니다. 촬리사마도 언급했지만 미국에는 머리만 가리는 헬맷을 쓰고 얼굴은 드러낸 채로 고속도로를 시속 70마일 (=시속 112 km = 초속 31 m) 로 달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 사람들은 왜 안죽는단 말인가. 선풍기 풍속이 대개 300 ~ 500m/min (5~8m/sec) 라는데 시속 112 km 속도로 오토바이를 타면 선풍기 풍속보다 몇배나 빠른 바람이 얼굴을 두들겨패는 것이나 마찬가지.

다만 술에 엄청 취해서 의식불명이라거나 무슨 병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라면 좀 다르겠습니다. 술에 취해서 자다가 무의식중에 토하고 그 토사물에 기도가 막혀서 죽고... 이런 사람도 있다지 않습니까? 이런 지경에 처한 사람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반응할 수 없는 모종의 질병이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도 위험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해서는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봐요. Don't Panic~.

관련한 이야기중에 그래서 한국 선풍기는 타이머가 있고 어쩌구 하는 이야기가 위키에 실려있다는 말도 있는데 이건 쫌 이상하다고 봐. 저도 선풍기 여러가지 종류를 미국에서 사봤습니다만 물론 타이머가 없는 그야말로 정말 간단한 것도 많이 있지만, 쫌 괜찮은 모델은 대개 타이머가 있어요. 유럽 선풍기는 전혀 타이머가 없을랑가? 타이머란 게 무지막지하게 비싸고 팬시한 하이테크라면 모를까, 그야말로 간단한 기계적 장치에 불과하니 정말 간단한 모델이 아니라면 붙어있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왜냐면... 자다말고 끄러가기 귀찮잖아. 한국선풍기는 저런 선풍기괴담때문에 타이머가 있다라는 이야기도 일종의 도시괴담이라고 생각한다.

by 기불이 | 2008/07/25 02:14 | 모기불 과학통신 | 트랙백 | 덧글(3)

NMR 이 없던 시절.

결국 환자에게 답이 있다. 을 감명깊게 읽고, 덧글을 읽다가

"시원하게 한 방에 내부장기를 볼 수 없었던 때 진찰을 하면서 한가지 한가지의 미세한 심음이나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으로 병을 찾아내야했던 선배들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요즘은 너무 편한 것 아닌가도 생각됩니다.^^"

라는 대목을 읽고 심하게 공감해부럿다. 나는 NMR 이 없던 시절에 대체 화학자들은 어떻게 구조를 결정했을지 상상도 안된다. 아니 NMR 은 고사하고 MS 며 IR 도 없던 시절에는 대체 어떻게 했단 말인가! 요새야 뭐 NMR 도 무진장 발달해서 별의별 희한한 기술이 다 있고 (고체이고 단결정이 만들어진 경우) 정 안되면 X-ray 찍어보면 딱! 다 나온다만....

그러나 그런 시절에도 논문은 우수수 쏟아져나왔고 그런 시절에도 화학자들은 구조를 결정하였다. 나중에 기술이 발달한 다음에 구조가 틀렸다는 것이 밝혀지는 경우도 왕왕 있기야 하지만 그들은 "기술의 한계" 라는 주어진 조건속에서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였던 것이니 (큰 분자의 경우 일단 쪼개고 그 조각들의 구조를 결정한 다음 끼워맞추기도 했다. ㄷㄷㄷㄷㄷ) 그 시절에 그야말로 처절하게 화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킨 선배들이 존경스럽지 않냐 말이야. 그때 안태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by 기불이 | 2008/07/23 08:42 | 모기불 과학통신 | 트랙백(1) | 덧글(12)

비로그인 덧글을 다시 허용합니다.

Charlie 사마가 그러는데 /url 이 들어간 덧글을 금지하면 스팸덧글을 막을 수 있다고 해서 적용해봤습니다. 테스트를 위해 비로그인 덧글을 다시 허용합니다.

by 기불이 | 2008/07/23 01:38 | 모기불 공지사항 | 트랙백 | 덧글(5)

House M.D. 2

House M.D. 는 기본적으로 형사물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추리극하면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이나 탐정이 증거를 수집하고 용의자를 나열하고, 용의자들 가운데 알리바이가 있는 인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중에서 가장 진범에 가까운 용의자를 체포하고, 반증이 나와서 석방하고, 고생고생하며 수사를 하다가, 막판에 뭔가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서 전혀 의외의 인물이 진범임을 밝혀내고 체포하는 과정을 따른다. 형사 콜롬보같은 경우는 좀 다르지만 보통은 이런 과정을 거친다.

House M.D. 도 마찬가지다. 병이 발생하고, 의사들이 증상을 놓고 원인이 무언지 토론을 벌이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지워나가고,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되는 것으로 진단을 내고, 이 진단에 따라 약을 쓰는데 이 약이 듣지 않거나 상황을 악화시키고, 대체 뭐가 문제인지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짚어나가고, 환자들이 거짓말을 했다거나 의사들이 놓친 부분을 찾아내어 전혀 의외의 병임을 밝혀내고 치료하는 과정을 따른다. 전형적인 형사물이 아닌가.

일반적인 형사물과 다른 점은, 일반적인 형사물의 경우 추리과정이나 수사과정을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고 House M.D. 의 경우, 의료쪽에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종종 쟤들이 뭣땜에 싸우는지 잘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House M.D. 의 경우 어떤 경우는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잘 설명을 해주지만 어떤 경우는 어려운 의학용어나 약이름을 줄줄 읊을 뿐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해줄 필요가 없을 뿐더러 여기가 마법이 발생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가 House M.D. 에 나오는 상황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금새 이런저런 헛점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공돌이라도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에이~ 저건 구라야." 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House M.D. 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는, 그런 부분은 전문용어로 슬쩍 가려버린다. 왜냐면 이것은 다큐멘타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과학논리상 말도 안되는 부분을 그럴싸하게 들리는 멋진 용어로 슬쩍 가리고 지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령 FSS 에 나오는 모터헤드는 이레이져라는 "외연기관" 을 쓰고 있다. 이것은 주입된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를 뽑아내는 기관이다. 원래 외연기관이란 것은 연소가 이루어지는 곳과 동력이 발생하는 곳이 떨어져있다는 의미인데 (가령 증기기관) 이 만화에서는 주입된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고 효율이 100% 보다 적은 내연기관 (원래는 연소가 이루어지는 곳이 기관내라는 뜻) 의 반대라는 뉘앙스로 사용되고 있다. 그 원리는 애매모호하지만 "이레이져" "외연기관" 이것이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용어가 멋지잖아!

형사물 추리물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House M.D. 는 소년탐정 김전일 보다는 명탐정코난 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명탐정코난은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어거지 설정에 이상한 트릭, 엉터리 설명이 난무하는데 이것을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드라마와 개그로 잘 감추고 있다. House M.D. 에 나오는 캐릭터들도 무척 개성이 강하다. 그리고 교묘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이들이 갈등을 일으키고, 또 같이 협력하는 과정은 그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될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House M.D. 에서 의사들이 토론하는 과정을 제일 좋아한다. House M.D. 가 가장 빛나는 때는, 애초 진단대로 조치를 취했지만 상황이 악화되어 오진임이 드러나도 당황하지 않고 새로운 증거에 바탕해서 새로운 진단을 내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의사들은 오히려 탐정에 가깝다. 드러난 증거에 바탕해서 최대한 용의자를 찾아내고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충분한 증거가 드러나기 전에는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때로 함정수사를 해야 하기도 하고 (약을 투여하고 상황이 좋아지면 맞는 것이고 나빠지면 다른 병인 것이고), 때로 오진을 하여 피해자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할 때도 있다. 환자입장에서는 의사가 되어갖고 병명하나 제대로 진단못하고 환자를 모르모트 취급하느냐고 화가 날 수도 있지만,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다음과 같다:

의사들도 독빠지게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충분히 조사를 하고 당신의 의지로 의사를 골랐다면, 그 의사를 절대적으로 믿어야 한다. 만일 믿음이 흔들린다면 다른 믿을 수 있는 의사에게 가라. 그러나 일단 의사에게 생명을 맡겼다면 그 의사를 절대적으로 믿어라. 의사들은 종종 오진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고의나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아닌 한 그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본다면, House M.D. 는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이다. House M.D. 에는 종종 오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by 기불이 | 2008/07/23 00:13 | 모기불 문화통신 | 트랙백(1) | 덧글(9)

House M.D.

본격 하우스 MD 까는 포스팅

ㅋㅋㅋ 너무하심.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봐주면 좋을텐데. 가령 대왕세종 태왕사신기 이런 거 그냥 판타지 아닙니까. 이런 것을 보고 역사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듯이 House M.D. 에 다소 무리한 설정이 나온다고 해도 그냥 드라마니까 그렇지 하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

근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판타지를 역사로 착각하는 것은 나중에 어디가서 자랑스럽게 읊다가 개망신당하면 그만이지만, 저런 의학드라마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입력받게 되는 경우는 좀 다를 수도 있겠다. 의학드라마에는 증상이 나오고 약이 나오고 치료법이 나오는데 의학드라마도 단지 드라마에 불과하다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다큐멘타리라고 착각을 한 사람이 자기가 갖고 있는 (갖고 있다고 믿고 있는) 증상에 끼워맞춰서 망상을 하게 된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하우스 MD 에 나왔는데 그거 뇌종양이야. 쫌 있으면 죽어." 이런 소리를 하고다니면 쪼까 곤란하지 않겠는가 말이지.

근데 그렇다고해서 철저한 고증을 거치게 되면 사실 드라마를 만들기도 곤란할 것 같다. 드라마란 게 막판에 극적으로 살아나고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알려진 치료법이 없...." 이러면서 현실적으로 줄줄이 죽일 수도 없지 않냐 말이야. 무엇보다도 매번 정말 무진장 확률낮은 희귀병이 나오는데 한 병원에만 매주 그런 희귀병 환자가 온다는 것 자체가 우선 말이 안되는 일이고.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현실적으로 연출해서 맨날 시시하고 흔해빠진 감염환자만 나오는 의학드라마 라면, 대체 누가 봐주겠습니까. 저런 무리한 설정은 어찌보면 피할 수 없는 일일 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라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과학적 오류 등은 그냥 재미로 씹는 거지, 너무 심각하게 씹으면 안될 것 같다.

by 기불이 | 2008/07/22 12:25 | 모기불 문화통신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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