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기분나쁜 곤충 바퀴는 생명력이 끈질기기로 소문나있다. 2억 5천만년전에는 세계를 바퀴가 지배했었다는데 아마 2 억 5천만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게다. 핵폭탄이 터져도 바퀴는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도 있고 (구조가 간단하니까 방사선을 쬐어도 별로 이상이 생길 곳도 없겠지). 보통 과학관련 이야기를 할 때면 관련사진도 붙이고 그러는데 말이죠 이 이야기에는 절대 사진을 붙이고 싶은 생각이 없군요.
여하튼. 바퀴벌레중 대다수는 숲이나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살아간다. 이들이 집안에 들어오면 귀찮고 위험한 곤충이지만 자연생태계에서는 먹이사슬의 아래쪽에서 넘들이 먹다가 먹다가 그래도 못먹고 남긴 것들을 마저 먹어치우고 자라서 새나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어주는 대단히 중요한 곤충. 여하거나 집안에 들어오면, 일단 보기가 싫고, 각종 알러지를 일으키고 병원균을 옮길 뿐만 아니라 특히 여성들에게 경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효율적인 구제방법을 찾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간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어제날짜 사이언스에 독일바퀴의 성 페로몬의 구조가 밝혀졌다는 논문이 실렸다. 바퀴벌레라니까 하찮게 보이죠? 그런데 독일바퀴의 성 페로몬 구조규명은 사이언스에 실릴 정도로 중요한 연구라니까요.
아래 인용하는 그림은 모두 사이언스 논문에서 캡춰한 것.
어제자 사이언스에 나온 기사 (Science, 2005, 307, 1104-1106) 에 따르면 코넬 대학의 연구진이 전세계에 가장 많이 퍼져있는 바퀴벌레인 독일 바퀴의 성 페로몬을 규명했다고 한다. 독일바퀴 Blattella germanica 에서 분리된 퀴논 타입의 blattellaquinone 은 휘발성이 강하고 열적으로 불안정해서 분리 및 구조규명이 쉽지 않았다고 (아래 그림은 규명된 구조와 NMR 스펙트럼).

이 연구진은 GC 와 NMR 로 구조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는데 이런 연구가 보통 그렇듯이 진짜 병아리 눈꼽에 기생하는 박테리아 정도의 시료만이라도 충분한데, 이 정도를 얻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연구진은 (이라고 썼지만 불쌍한 대학원생들은) 물경 만오천마리의 암놈 바퀴벌레의 배 마지막 마디를 일일이 절개하고 유기용매로 추출한 뒤 컬럼 크로마토피법을 이용, 다양한 용매에 녹는 여러 fraction 을 분리해 냈다.
이게 천연물을 연구할 때 보통 하는 방법인데 말이죠. 가령 어떤 식물이 항암효과가 있더라 그러면 이 식물에서 유기물질을 모두 용매로 추출해냅니다. 이 추출물에는 수천 수만가지의 유기물질이 녹아있으니까 이들을 컬럼 크로마토그래피로 분리하는데 여러가지 용매를 사용해서 그 용매에 녹는 부분을 따로 뽑아낸 후 다시 각각 테스트해서 유효한 부분을 추리죠. 다시 또 분리한 후 또 테스트... 이 지루한 공정을 반복해서 단일 유효성분을 각각 분리해내는 것이 천연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보통 1 톤에서 출발해서 10 mg 을 얻었다 이런 식이죠.
지금 이 연구에서는 이렇게 얻은 각 부분이 성 페로몬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숫놈 바퀴벌레" 들을 지표로 이용해서 activity 를 측정하였다. active 한 부분을 다시 분리하고 테스트하고 또 뒤져서 드디어 성 페로몬을 발견했다. 구조가 간단하니까 간단히 합성을 해서 activity 를 비교했는데 천연물과 동일한 효력을 보였다고 한다. 아래 보이는 것은 이 퀴논화합물의 합성.

그러면 이 테스트란 게 무엇이냐. 두 개의 여과지를 준비하는데 하나에는 유기용매 추출부분을 바르고 다른 쪽에는 유기용매만을 (컨트롤) 발라서 숫놈들 앞에 놓은 다음에 가만 있던 놈들이 60초동안 튀어나와서 달라붙는 숫자를 세는 것이다. 두군데 모인 바퀴 수가 차이가 없으면 그 추출부분은 페로몬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죠.
페로몬을 사용했을 경우 흥미롭게도 dose dependency 를 보이는데 너무 농도가 진하면 숫놈들이 헛갈려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냄새가 너무 진해지면 정확하게 어디서 나오는지 확정을 못하는 것. 필드 테스트도 했는데 돼지농장에서 여러가지 다른 농도의 페로몬을 바른 트랩을 설치해서 다음날 아침 트랩에 잡힌 바퀴 숫자를 셌는데 아래 그림에서 보이듯이 훌륭한 dose dependency 를 보였다. 암놈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하니 성페로몬인 것은 분명한 듯.

위에서 썼듯이 천연물연구는 저렇게 지겨운 일을 반복해야 해서 옛날에 전공 정할 때 생화학은 생각도 안해봤다. 전에 들은 이야기로 누구는 매일 도살장 가서 신선한 돼지 뇌 받아다가 갈아서 추출하는 짓을 2 년 정도 했다고 그랬는데. 생체 및 생체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분자수준에서 연구할 때 이런 노역이 기본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학원생이 안하면 교수가 하랴? 다시 한번 이 연구를 위해 만오천마리 바퀴벌레의 배를 딴 대학원생들을 위해 묵념. 뭐 그래도 니들은 사이언스 논문 하나 건졌으니 고생에 대해 보상은 충분히 받았다.
이거 언젠가는 대량 합성해서 바퀴벌레 잡는 트랩에 사용하게 될른지도 모르는데, 이거 만드는 공장에서 누출사고라도 생기는 날에는 진짜 볼만할 것 같다. 편견이겠지만 가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연인들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면 나는 한쪽에게서 강한 페로몬이 풍기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간의 페로몬은 규명된 바가 없지만, 짐작가는 바는 있다:
인간의 페로몬은 바로.... 돈냄새 가 아닐까? 아님 말고.
여하튼. 바퀴벌레중 대다수는 숲이나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살아간다. 이들이 집안에 들어오면 귀찮고 위험한 곤충이지만 자연생태계에서는 먹이사슬의 아래쪽에서 넘들이 먹다가 먹다가 그래도 못먹고 남긴 것들을 마저 먹어치우고 자라서 새나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어주는 대단히 중요한 곤충. 여하거나 집안에 들어오면, 일단 보기가 싫고, 각종 알러지를 일으키고 병원균을 옮길 뿐만 아니라 특히 여성들에게 경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효율적인 구제방법을 찾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간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어제날짜 사이언스에 독일바퀴의 성 페로몬의 구조가 밝혀졌다는 논문이 실렸다. 바퀴벌레라니까 하찮게 보이죠? 그런데 독일바퀴의 성 페로몬 구조규명은 사이언스에 실릴 정도로 중요한 연구라니까요.
아래 인용하는 그림은 모두 사이언스 논문에서 캡춰한 것.
어제자 사이언스에 나온 기사 (Science, 2005, 307, 1104-1106) 에 따르면 코넬 대학의 연구진이 전세계에 가장 많이 퍼져있는 바퀴벌레인 독일 바퀴의 성 페로몬을 규명했다고 한다. 독일바퀴 Blattella germanica 에서 분리된 퀴논 타입의 blattellaquinone 은 휘발성이 강하고 열적으로 불안정해서 분리 및 구조규명이 쉽지 않았다고 (아래 그림은 규명된 구조와 NMR 스펙트럼).

이 연구진은 GC 와 NMR 로 구조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는데 이런 연구가 보통 그렇듯이 진짜 병아리 눈꼽에 기생하는 박테리아 정도의 시료만이라도 충분한데, 이 정도를 얻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연구진은 (이라고 썼지만 불쌍한 대학원생들은) 물경 만오천마리의 암놈 바퀴벌레의 배 마지막 마디를 일일이 절개하고 유기용매로 추출한 뒤 컬럼 크로마토피법을 이용, 다양한 용매에 녹는 여러 fraction 을 분리해 냈다.
이게 천연물을 연구할 때 보통 하는 방법인데 말이죠. 가령 어떤 식물이 항암효과가 있더라 그러면 이 식물에서 유기물질을 모두 용매로 추출해냅니다. 이 추출물에는 수천 수만가지의 유기물질이 녹아있으니까 이들을 컬럼 크로마토그래피로 분리하는데 여러가지 용매를 사용해서 그 용매에 녹는 부분을 따로 뽑아낸 후 다시 각각 테스트해서 유효한 부분을 추리죠. 다시 또 분리한 후 또 테스트... 이 지루한 공정을 반복해서 단일 유효성분을 각각 분리해내는 것이 천연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보통 1 톤에서 출발해서 10 mg 을 얻었다 이런 식이죠.
지금 이 연구에서는 이렇게 얻은 각 부분이 성 페로몬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숫놈 바퀴벌레" 들을 지표로 이용해서 activity 를 측정하였다. active 한 부분을 다시 분리하고 테스트하고 또 뒤져서 드디어 성 페로몬을 발견했다. 구조가 간단하니까 간단히 합성을 해서 activity 를 비교했는데 천연물과 동일한 효력을 보였다고 한다. 아래 보이는 것은 이 퀴논화합물의 합성.

그러면 이 테스트란 게 무엇이냐. 두 개의 여과지를 준비하는데 하나에는 유기용매 추출부분을 바르고 다른 쪽에는 유기용매만을 (컨트롤) 발라서 숫놈들 앞에 놓은 다음에 가만 있던 놈들이 60초동안 튀어나와서 달라붙는 숫자를 세는 것이다. 두군데 모인 바퀴 수가 차이가 없으면 그 추출부분은 페로몬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죠.
페로몬을 사용했을 경우 흥미롭게도 dose dependency 를 보이는데 너무 농도가 진하면 숫놈들이 헛갈려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냄새가 너무 진해지면 정확하게 어디서 나오는지 확정을 못하는 것. 필드 테스트도 했는데 돼지농장에서 여러가지 다른 농도의 페로몬을 바른 트랩을 설치해서 다음날 아침 트랩에 잡힌 바퀴 숫자를 셌는데 아래 그림에서 보이듯이 훌륭한 dose dependency 를 보였다. 암놈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하니 성페로몬인 것은 분명한 듯.

위에서 썼듯이 천연물연구는 저렇게 지겨운 일을 반복해야 해서 옛날에 전공 정할 때 생화학은 생각도 안해봤다. 전에 들은 이야기로 누구는 매일 도살장 가서 신선한 돼지 뇌 받아다가 갈아서 추출하는 짓을 2 년 정도 했다고 그랬는데. 생체 및 생체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분자수준에서 연구할 때 이런 노역이 기본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학원생이 안하면 교수가 하랴? 다시 한번 이 연구를 위해 만오천마리 바퀴벌레의 배를 딴 대학원생들을 위해 묵념. 뭐 그래도 니들은 사이언스 논문 하나 건졌으니 고생에 대해 보상은 충분히 받았다.
이거 언젠가는 대량 합성해서 바퀴벌레 잡는 트랩에 사용하게 될른지도 모르는데, 이거 만드는 공장에서 누출사고라도 생기는 날에는 진짜 볼만할 것 같다. 편견이겠지만 가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연인들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면 나는 한쪽에게서 강한 페로몬이 풍기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간의 페로몬은 규명된 바가 없지만, 짐작가는 바는 있다:
인간의 페로몬은 바로.... 돈냄새 가 아닐까? 아님 말고.









덧글
룬엘 2005/02/20 10:10 # 답글
과연 바퀴는 성(性)마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군요.
기불이 2005/02/20 15:10 # 답글
그러게 말이죠. 게이 바퀴벌레는 과연 저 트랩에 잡힐 것인가?
anima 2005/02/21 14:25 # 삭제 답글
잘만하면 바퀴벌레를 멸종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수면병을 유발하는 아프리카 체체 파리의 경우도 수컷과 암컷과의 교미를 봉쇄하는 방법으로 거의 박멸했다고 들었는데 바퀴벌레의 경우도 잘만하면.. 음...
기불이 2005/02/21 15:31 # 답글
독일바퀴는 멸종시킬 수 있을른지 모르지만 날아다니는 공포의 미국바퀴 (이질바퀴) 가 남아있습니다.
A-Typical 2005/02/22 09:35 # 답글
바퀴벌레 페로몬 연구에 돈을 대는 큰 기업중에는 바퀴용 살충제를 많이 만들어 파는 SC Johnson도 있습니다. 페로몬이 열에 약해서 추출에 애로가 많다더니 저렇게 하는군요.
기불이 2005/02/22 10:05 # 답글
누가 돈 댔나 봤더니 This research was supported in part by the Blanton J. Whitmire Endowment, the W. M. Keck Center for Behavioral Biology at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and grants from NSF (IBN-9817075), U.S. Department of Agriculture-National Research Initiative Competitive Grants Program (2002-02633 and 2004-01118), and S.C. Johnson Wax. 라고 되어 있군요.
happyalo 2005/02/22 23:48 # 답글
대학원생들에게 박수를... 그래도 기불이님 말씀처럼 사이언스를 건졌으니 다행~ ^^
눈크 2005/02/23 05:21 # 답글
미국바퀴 퇴치를 위해 또다시 만오천 바퀴와 함께 대학원생들이 고생을...
기불이 2005/02/23 05:32 # 답글
저 연구 수행한 대학원생들에게 "이번에는 미국바퀴를 해보자" 그러면 어떻게 나올른지 궁금...
julie 2005/02/23 15:47 # 답글
읽는 동안 몸이 가려워졌어요 으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