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나면 더이상 부실도시락에 대한 포스팅은 없습니다.
부실도시락 시리즈를 포스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 공무원들이 돈빼먹었다는 소리를 공공연히들 하는데,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좋지 않다.
2. 공무원들이 돈을 빼먹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2500원이면 충분할 것인가?
3. 생전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열변을 토하는 언론들이 내놓는 분석 및 대안이 적절한가?
4. 지금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사업이 제대로 된 철학하에 진행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짚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부실도시락 시리즈입니다. 그런데 글이 많고 장황하다보니 오해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일전에 수퍼사이즈 미 입장정리에서 했던 것처럼 번호붙여서 정리를 하고 끝내려고 합니다.
1. 복지는, 빈곤층에 대한 동정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갖는 권리이다.
2. 복지정책은 누가 집행을 하든 대상자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표준화되어 집행되어야 한다.
3. 복지정책은 취지에 맞게 집행되어야 하고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수 없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4. 자원봉사 및 외부의 도움은 있으면 좋지만, 자원봉사 및 외부의 도움을 전제로 해서 정책을 입안하거나 집행해서는 안된다. 자원봉사 및 외부의 도움은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 내가 결식아동 도시락 사업에 대해 주장하고 싶은 전제조건들이다.
이전글에서도 썼듯이 복지란, 냉정하게 말해서 미래의 비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가래로 막을 것을 미리 호미로 막는다고 할까. 성장기의 영양결핍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성장기에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아동이 어른이 되어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사용하는 건강보험 재정 및 이들이 일할 수 없게 되어 발생하는 기타 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때 도시락 급식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미래의 큰 비용을 예방하는 훌륭한 정책이다.
현재 결식아동 도시락 사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일인당 2500원으로 고정된 예산이라고 본다. 지역별로 자원봉사자 및 이용가능한 시설이 차이가 있고 배달료 및 기타 물가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한푼도 안잘라먹고, 업자들이 한푼도 이익을 취하지 않고 사업에 임한다해도, 지역별로 도시락 급식의 질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1. 도시락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도시락 가격은 결국 재료비+조리시설비+조리사 및 영양사 인건비+도시락 용기가격+배달료+기타비용 및 이윤 으로 구성된다. 2500원이라는 정해진 가격으로 도시락을 만들 때, 도시락의 질을 높이려면 각종 비용을 하나씩 제거하는 수 밖에 없다. 현재 칭찬받고 있는 지역들을 대충 훑어보자면, 가령 구리시, 결식아동 도시락 조리부터 전달까지 관여 에 소개된 구리시의 경우, 복지관 시설을 활용하고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함으로써 인건비 및 시설비를 줄여 재료비를 늘릴 수 있었다 (시설비, 인건비가 없다).
대구 불교계 복지시설 도시락 ‘모범’ 에 의하면 보살님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게다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시락통을 재활용하였는데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계속 회수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인건비, 시설비에다가 도시락 용기가격까지 없앤 경우가 되겠다. 다만 이 경우 도시락을 세척하고 건조하는 비용 (별도의 인건비) 까지 자원봉사로 해결한 경우이다.
2. 도시락 사업의 핵심은 무엇인가?
[진단] '부실도시락' 대안은 없나..소규모 공동체 급식센터 적절 라는 기사에서 인용한 아래 대목을 보자.
그러나 현장 공부방 교사들은 "결식아동 급식문제는 당정의 주장대로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 ▲급식대상 아동들의 영양상태 점검 ▲소규모 공동체 위주의 급식센터 확대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 ▲지역아동센터의 전문성·투명성 확보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내 짐작이지만 이 공부방 교사님들의 문제의식이 내 문제의식과 비슷하리라고 본다. 다시 한번 당초의 취지로 돌아가면 이 사업의 근본목적은, 결식아동들에게 하루 2500원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기의 아동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모양이 다소 그럴싸해보이지 않더라도 영양균형만 맞다면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이 사업은 동물에게 사료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자인 아동의 기분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수요자인 아동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식당이나 급식소를 이용하기 보다는 가정에 배달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상품권이나 기타 부식보다는 조리가 끝난 도시락을 배달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또 음식이란 게 아무리 멋진 음식이라도 계속 먹다보면 물리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재료라도 조리방식을 달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아동들은 성인에 비해 쉽게 물리는 경향이 있다.
3. 한솥도시락을 검토한다.
이 사건이 불거졌을 초창기부터 끈질기게 제기되는 2500원짜리 한솥도시락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전 포스팅에서 쓴대로, 2500원짜리 메뉴는 모두 3 가지. 그 이하 가격의 메뉴도 여럿이 있다. 한솥도시락은 같은 2500원이라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첫째, 저작권법이 바뀐다고 해서 사진을 올려놓지는 않는데, 메뉴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 도시락의 반찬은 대량생산되고 냉장(냉동)유통되고 조리가 거의 필요없는 일종의 인스턴트 식품이다.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해서 오랫동안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데워서 제공하면 된다.
둘째, 유통에 필요한 각종 자재 특히 도시락 용기도 대량생산 대량구매되어 코스트를 낮출 수 있다.
셋째, 배달하지 않고 테이크 아웃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였다.
요약컨대, 소품목의 반찬을 대량구매 대량생산 장기유통하여 재료비 및 기타 자재값을 줄이고, 배달하지 않아서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비교적 싼 가격에 그럴싸한 도시락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서초구는 결식아동이 한솥도시락 매장에 가서 도시락을 골라먹도록 하고 있다고 하고 (배달비 절감), 서귀포시도 배달받은 한솥도시락을 공무원들이 원래 업무를 해야 할 시간에 배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배달비 절감).
즉 배달비를 어떻게든 보전할 수 있다면 한솥도시락을 사서 주면 2500원 예산 한도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면 이것으로 좋은가?
첫째, 한솥도시락의 메뉴는 몇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이런 도시락은 한번두번은 맛있지 매일 점심에 먹는다고 생각하면 어른도 쉽게 질리게 된다.
둘째, 과연 한솥도시락은 성장기 아동에게 적합한가? 영양학을 전공하지 않은 바, 정확하게 평가내릴 수는 없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칼로리는 풍부하다마는 영양이 균형잡혀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패스트푸드가 아동에게 해롭다고 패스트푸드를 한달간 처먹는 이벤트를 벌인 단체가 있었다. 만일 지자체가 결식아동에게 매일 점심으로 가령 햄버거를 제공했다고 하면 당장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한솥도시락을 제공한다고 하면 다들 군말이 없다. 그런데 한솥도시락과 햄버거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밥과 빵?
무책임하게도, 결식아동들에게 급식소에 가서 도시락을 타가도록 하라는 사설을 쓴 신문이 있었다. 최소한의 발품은 팔아야 할 것이 아니냐고. 얻어먹는 주제에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게지. 명색 신문의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의 인식이 이 정도인 것이 현실이다. 결식아동들에게 식당에 가서 밥을 먹도록 하자는 안도 많이 내놓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일반 식당의 음식이 과연 성장기 아동에게 적합한가? 2500 원으로 제공가능한 대부분의 메뉴들은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혀 있지 않다. 같은 음식을 먹었을 때 성인과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성장기 아동에게는 훨씬 균형잡히고 정밀하게 디자인된 음식이 제공되어야 함은 간단히 생각해보아도 알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구내식당의 국수며 삼각김밥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훨씬 싼 가격에 한끼 식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류이다. 그런 싼 음식들은 성인들에게 싼 가격에 칼로리를 공급하기 위해 디자인된 것이고 성장기 아동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디자인된 것은 아니다. 함바집 메뉴도 2000원이면 먹을만한 것을 제공한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는데 함바집 메뉴는 절대로 영양결핍에 빠지기 쉬운 성장기의 결식아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4. 도시락 사업은 이윤을 취하면 안되는가?
이 사업을 둘러싼 반응중에서 가장 같잖은 반응이 "결식아동들에게 잇속을 차리다니" 운운하는 기사들이다. 아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들이 돈한푼 받지 말고 도시락을 공급하지 그래. 저런 기사며 사설을 싣는 신문사 구내식당에서 무료봉사로 도시락을 만들어서 공급하면 정말 좋을텐데 그러는 신문사는 한군데도 없지.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원봉사자들을 당연하게 취급한다.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진정 존경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하루이틀 "삶의 체험" 하듯이 해보는 것과, 두달동안 계속해서 자원봉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것은 진짜 신앙의 힘이거나 숭고한 희생정신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모 지자체는 자원봉사자들을 써서 인건비를 줄여 알찬 도시락을 만들었는데 너네는 왜 못하냐고 기사를 쓰는 것들은 이들의 값진 노동력을 마치 공짜처럼 생각하고 있다. 아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서서 제발 일 좀 달라고 시위라도 하고 있다더냐.
배달료에 대해 생각해보자. 서울시내에서 배달하는 것과, 서귀포시에서 배달하는 것과, 어디 한적한 시골마을에 배달하는 것은 모두 다른 문제이다. 서울은 물론 넓지만 아주 많은 인구가 촘촘히 모여서 살고 있다. 때문에 사실 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빠른 시간에 완료될 수 있다. 시골마을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다만 열명에게 배달을 한다고 해도 이들이 뜨문뜨문 흩어져서 살고 있기 때문에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게 된다. 때문에 배달료만 해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도시락 사업을 하면서 나온 지침에 배달료 및 도시락 비용등이 전체 예산의 20% 를 초과할 수 없게 했다는데 이것이야말로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5. 성급한 결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논의할 사항도 많지만 이제 슬슬 지겹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니 간단히 정리하고 끝내버리기로 한다. 게다가 나는 복지관련 전공도 아니고 사실 복지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위에서 간단히 살펴보았듯이, 한솥도시락은 절대로 결식아동에게 제공할만한 물건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한솥도시락은 결식아동을 위해 디자인되지 않았다. 2500원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인데 배달료 및 기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조건하에, 전문영양사라면 그 돈으로도 영양균형이 적절하고 게다가 맛도 있는 식단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사례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러므로 핵심은 배달료 및 기타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지원이 가능한가? 라는 것이 되겠다.
다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없이 재료비가 줄어 도시락이 빈곤해진다고 해서 담당공무원에게 악담을 퍼붓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물론 머리를 쥐어짜면 창조적인 해결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한 무능과 무성의를 비난할 수 있을 지언정 돈을 빼먹었다고 횡령의혹을 증거도 없이 제기하는 것은 사실 범죄행위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그저 감정에 휩쓸려서 욕을 하고보는 것은 당장 기분은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사태를 악화시키고 제대로 된 해결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스스로 해보는 것이 서로를 위해 건설적이지 않나 하는 제안을 해본다.
어떤 식으로 사업이 바뀌든, 성장기 결식아동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한다는 훌륭한 취지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부실도시락 시리즈를 포스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 공무원들이 돈빼먹었다는 소리를 공공연히들 하는데,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좋지 않다.
2. 공무원들이 돈을 빼먹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2500원이면 충분할 것인가?
3. 생전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열변을 토하는 언론들이 내놓는 분석 및 대안이 적절한가?
4. 지금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사업이 제대로 된 철학하에 진행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짚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부실도시락 시리즈입니다. 그런데 글이 많고 장황하다보니 오해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일전에 수퍼사이즈 미 입장정리에서 했던 것처럼 번호붙여서 정리를 하고 끝내려고 합니다.
1. 복지는, 빈곤층에 대한 동정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갖는 권리이다.
2. 복지정책은 누가 집행을 하든 대상자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표준화되어 집행되어야 한다.
3. 복지정책은 취지에 맞게 집행되어야 하고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수 없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4. 자원봉사 및 외부의 도움은 있으면 좋지만, 자원봉사 및 외부의 도움을 전제로 해서 정책을 입안하거나 집행해서는 안된다. 자원봉사 및 외부의 도움은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 내가 결식아동 도시락 사업에 대해 주장하고 싶은 전제조건들이다.
이전글에서도 썼듯이 복지란, 냉정하게 말해서 미래의 비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가래로 막을 것을 미리 호미로 막는다고 할까. 성장기의 영양결핍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성장기에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아동이 어른이 되어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사용하는 건강보험 재정 및 이들이 일할 수 없게 되어 발생하는 기타 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때 도시락 급식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미래의 큰 비용을 예방하는 훌륭한 정책이다.
현재 결식아동 도시락 사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일인당 2500원으로 고정된 예산이라고 본다. 지역별로 자원봉사자 및 이용가능한 시설이 차이가 있고 배달료 및 기타 물가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한푼도 안잘라먹고, 업자들이 한푼도 이익을 취하지 않고 사업에 임한다해도, 지역별로 도시락 급식의 질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1. 도시락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도시락 가격은 결국 재료비+조리시설비+조리사 및 영양사 인건비+도시락 용기가격+배달료+기타비용 및 이윤 으로 구성된다. 2500원이라는 정해진 가격으로 도시락을 만들 때, 도시락의 질을 높이려면 각종 비용을 하나씩 제거하는 수 밖에 없다. 현재 칭찬받고 있는 지역들을 대충 훑어보자면, 가령 구리시, 결식아동 도시락 조리부터 전달까지 관여 에 소개된 구리시의 경우, 복지관 시설을 활용하고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함으로써 인건비 및 시설비를 줄여 재료비를 늘릴 수 있었다 (시설비, 인건비가 없다).
대구 불교계 복지시설 도시락 ‘모범’ 에 의하면 보살님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게다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시락통을 재활용하였는데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계속 회수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인건비, 시설비에다가 도시락 용기가격까지 없앤 경우가 되겠다. 다만 이 경우 도시락을 세척하고 건조하는 비용 (별도의 인건비) 까지 자원봉사로 해결한 경우이다.
2. 도시락 사업의 핵심은 무엇인가?
[진단] '부실도시락' 대안은 없나..소규모 공동체 급식센터 적절 라는 기사에서 인용한 아래 대목을 보자.
그러나 현장 공부방 교사들은 "결식아동 급식문제는 당정의 주장대로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 ▲급식대상 아동들의 영양상태 점검 ▲소규모 공동체 위주의 급식센터 확대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 ▲지역아동센터의 전문성·투명성 확보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내 짐작이지만 이 공부방 교사님들의 문제의식이 내 문제의식과 비슷하리라고 본다. 다시 한번 당초의 취지로 돌아가면 이 사업의 근본목적은, 결식아동들에게 하루 2500원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기의 아동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모양이 다소 그럴싸해보이지 않더라도 영양균형만 맞다면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이 사업은 동물에게 사료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자인 아동의 기분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수요자인 아동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식당이나 급식소를 이용하기 보다는 가정에 배달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상품권이나 기타 부식보다는 조리가 끝난 도시락을 배달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또 음식이란 게 아무리 멋진 음식이라도 계속 먹다보면 물리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재료라도 조리방식을 달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아동들은 성인에 비해 쉽게 물리는 경향이 있다.
3. 한솥도시락을 검토한다.
이 사건이 불거졌을 초창기부터 끈질기게 제기되는 2500원짜리 한솥도시락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전 포스팅에서 쓴대로, 2500원짜리 메뉴는 모두 3 가지. 그 이하 가격의 메뉴도 여럿이 있다. 한솥도시락은 같은 2500원이라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첫째, 저작권법이 바뀐다고 해서 사진을 올려놓지는 않는데, 메뉴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 도시락의 반찬은 대량생산되고 냉장(냉동)유통되고 조리가 거의 필요없는 일종의 인스턴트 식품이다.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해서 오랫동안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데워서 제공하면 된다.
둘째, 유통에 필요한 각종 자재 특히 도시락 용기도 대량생산 대량구매되어 코스트를 낮출 수 있다.
셋째, 배달하지 않고 테이크 아웃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였다.
요약컨대, 소품목의 반찬을 대량구매 대량생산 장기유통하여 재료비 및 기타 자재값을 줄이고, 배달하지 않아서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비교적 싼 가격에 그럴싸한 도시락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서초구는 결식아동이 한솥도시락 매장에 가서 도시락을 골라먹도록 하고 있다고 하고 (배달비 절감), 서귀포시도 배달받은 한솥도시락을 공무원들이 원래 업무를 해야 할 시간에 배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배달비 절감).
즉 배달비를 어떻게든 보전할 수 있다면 한솥도시락을 사서 주면 2500원 예산 한도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면 이것으로 좋은가?
첫째, 한솥도시락의 메뉴는 몇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이런 도시락은 한번두번은 맛있지 매일 점심에 먹는다고 생각하면 어른도 쉽게 질리게 된다.
둘째, 과연 한솥도시락은 성장기 아동에게 적합한가? 영양학을 전공하지 않은 바, 정확하게 평가내릴 수는 없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칼로리는 풍부하다마는 영양이 균형잡혀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패스트푸드가 아동에게 해롭다고 패스트푸드를 한달간 처먹는 이벤트를 벌인 단체가 있었다. 만일 지자체가 결식아동에게 매일 점심으로 가령 햄버거를 제공했다고 하면 당장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한솥도시락을 제공한다고 하면 다들 군말이 없다. 그런데 한솥도시락과 햄버거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밥과 빵?
무책임하게도, 결식아동들에게 급식소에 가서 도시락을 타가도록 하라는 사설을 쓴 신문이 있었다. 최소한의 발품은 팔아야 할 것이 아니냐고. 얻어먹는 주제에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게지. 명색 신문의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의 인식이 이 정도인 것이 현실이다. 결식아동들에게 식당에 가서 밥을 먹도록 하자는 안도 많이 내놓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일반 식당의 음식이 과연 성장기 아동에게 적합한가? 2500 원으로 제공가능한 대부분의 메뉴들은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혀 있지 않다. 같은 음식을 먹었을 때 성인과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성장기 아동에게는 훨씬 균형잡히고 정밀하게 디자인된 음식이 제공되어야 함은 간단히 생각해보아도 알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구내식당의 국수며 삼각김밥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훨씬 싼 가격에 한끼 식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류이다. 그런 싼 음식들은 성인들에게 싼 가격에 칼로리를 공급하기 위해 디자인된 것이고 성장기 아동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디자인된 것은 아니다. 함바집 메뉴도 2000원이면 먹을만한 것을 제공한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는데 함바집 메뉴는 절대로 영양결핍에 빠지기 쉬운 성장기의 결식아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4. 도시락 사업은 이윤을 취하면 안되는가?
이 사업을 둘러싼 반응중에서 가장 같잖은 반응이 "결식아동들에게 잇속을 차리다니" 운운하는 기사들이다. 아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들이 돈한푼 받지 말고 도시락을 공급하지 그래. 저런 기사며 사설을 싣는 신문사 구내식당에서 무료봉사로 도시락을 만들어서 공급하면 정말 좋을텐데 그러는 신문사는 한군데도 없지.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원봉사자들을 당연하게 취급한다.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진정 존경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하루이틀 "삶의 체험" 하듯이 해보는 것과, 두달동안 계속해서 자원봉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것은 진짜 신앙의 힘이거나 숭고한 희생정신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모 지자체는 자원봉사자들을 써서 인건비를 줄여 알찬 도시락을 만들었는데 너네는 왜 못하냐고 기사를 쓰는 것들은 이들의 값진 노동력을 마치 공짜처럼 생각하고 있다. 아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서서 제발 일 좀 달라고 시위라도 하고 있다더냐.
배달료에 대해 생각해보자. 서울시내에서 배달하는 것과, 서귀포시에서 배달하는 것과, 어디 한적한 시골마을에 배달하는 것은 모두 다른 문제이다. 서울은 물론 넓지만 아주 많은 인구가 촘촘히 모여서 살고 있다. 때문에 사실 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빠른 시간에 완료될 수 있다. 시골마을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다만 열명에게 배달을 한다고 해도 이들이 뜨문뜨문 흩어져서 살고 있기 때문에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게 된다. 때문에 배달료만 해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도시락 사업을 하면서 나온 지침에 배달료 및 도시락 비용등이 전체 예산의 20% 를 초과할 수 없게 했다는데 이것이야말로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5. 성급한 결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논의할 사항도 많지만 이제 슬슬 지겹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니 간단히 정리하고 끝내버리기로 한다. 게다가 나는 복지관련 전공도 아니고 사실 복지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위에서 간단히 살펴보았듯이, 한솥도시락은 절대로 결식아동에게 제공할만한 물건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한솥도시락은 결식아동을 위해 디자인되지 않았다. 2500원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인데 배달료 및 기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조건하에, 전문영양사라면 그 돈으로도 영양균형이 적절하고 게다가 맛도 있는 식단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사례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러므로 핵심은 배달료 및 기타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지원이 가능한가? 라는 것이 되겠다.
다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없이 재료비가 줄어 도시락이 빈곤해진다고 해서 담당공무원에게 악담을 퍼붓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물론 머리를 쥐어짜면 창조적인 해결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한 무능과 무성의를 비난할 수 있을 지언정 돈을 빼먹었다고 횡령의혹을 증거도 없이 제기하는 것은 사실 범죄행위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그저 감정에 휩쓸려서 욕을 하고보는 것은 당장 기분은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사태를 악화시키고 제대로 된 해결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스스로 해보는 것이 서로를 위해 건설적이지 않나 하는 제안을 해본다.
어떤 식으로 사업이 바뀌든, 성장기 결식아동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한다는 훌륭한 취지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덧글
Hikaru 2005/01/18 17:08 # 답글
이러한 현명한 글을 읽게 되어 무엇보다도 기쁩니다. 확실히 감정보다는 이성이 더 효과적이지요.
개울 2005/01/18 19:45 # 답글
기불이님의 부실도시락 시리즈를 통해 저도 이 문제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심도있는 분석 너무 잘 읽었습니다. ^^
빛의제일 2005/01/18 20:40 # 답글
관련기사를 읽고 처음에는 감정만 가득 활활 이었습니다. 기불이님 포스트를 읽고 조금이나마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기불이 2005/01/18 23:17 # 답글
모두들 고맙습니다. 제일 큰 불만은 언론인데 다들 부화뇌동해서 공무원을 의심하기에 바쁘고 어디 한군데 좀 다른 시각을 보이는데가 없더군요.
배달부 2005/01/19 01:23 # 삭제 답글
기불이님 블로그를 접하고 학교도 안가고 포스팅한 글을 모두 읽었습니다. 인터넷을 다니며 그냥 흘러가는 정보가 아니라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곳이 있다는 게 기쁘고 감사합니다.
야슈 2005/01/19 03:45 # 삭제 답글
인터넷에 지배적인 감정적 부화뇌동에 순간 욱하며 합류하기도 했던 저입니다. 오라버니 글을 차근차근 읽고 나니, 죄책감을 누르기 위한 기제가 저의 눈을 멀게 했던것이라는 반성이 듭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지속적인 commitment를 당연시 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문제라는 부분 무척 공감합니다. 합리적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반성과 죄책감의 마음들이 모두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로 변환 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기불이 2005/01/19 05:28 # 답글
배달부님//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아직 학기중인가요?야슈// 좋은 코멘트 달아줘서 고맙다. 젊을 때는 욱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균형이겠지.
에쓰군 2005/01/19 09:09 # 답글
좋은 글들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들꽃 2005/01/19 09:57 # 답글
올여름방학땐 변화된 결식도시락사업을 접하게 되기를 저또한 간절히 바래봅니다.그동안 좋은 글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기불이 2005/01/19 12:45 # 답글
에쓰군//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들꽃// 공연히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대해 너무 아는 체를 했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nima 2005/01/19 14:06 # 삭제 답글
이런글은 좀 널리 퍼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면 좋을텐데요.
scifi 2005/01/19 18:45 # 삭제 답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구루미 2005/01/19 18:53 # 답글
이번 부실도시락 사태를 아주 잘 분석하셨네요. 정말 잘 읽고 갑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닭의비행 2005/01/20 03:17 # 삭제 답글
뒤늦게서야 이 시리즈 읽었습니다. 신문 기사에서 인스턴트 메시지만 씹고 있는데, 이렇게 정리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전 사람들이 고기/튀김 메뉴만 나오면 잘줬다고 생각하는데 놀랬습니다. 콩나물/오징어채 같은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사건에 집중하지 않고 반찬에 집착하는" 삼천포로 빠져서 그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