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의 과학3: 초콜릿과 마리화나의 관계? by 기불이

초콜릿의 과학 2: Caffeine 에서 이어집니다.

초콜릿과 마리화나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길래 제목을 저렇게 붙였을까?

이 이야기는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bliss receptor 로부터 시작한다. 환희 수용체라고나 번역할만한데 (직관적으로는 홍콩 수용체라고 하면 알아듣기 쉽겠다), 쉽게 말해서 여기에 뭐가 붙어서 작용하면 high 해진다. 인간의 뇌에는 아편의 주요성분인 몰핀이 붙는 몰핀 수용체가 존재한다. 여기에 몰핀이 붙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몸에서는 몰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몸에서 만들지도 않는 물질이 작용하는 수용체가 있다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몸에서 몰핀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 틀림없다는 가설로 이어졌다. 이후 찾아낸 것은, 엔키팔린 enkephalin 과 엔돌핀 endorphin 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몸이 필요할 때 이 진통물질들을 분비하고, 이후 필요없게 되면 이들은 간단히 제거되므로 이들 물질은 중독성이 없는데 몰핀은 이들 물질보다 훨씬 강력하게 몰핀 수용체에 결합하지만 효소가 이들을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더 중독성이 강하다.

인간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환각제로 대마초 즉 마리화나를 들 수 있다. 흔히 대마초는 대마의 잎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대마의 잎은 오히려 약한 축이고, 대마의 꽃이나 줄기에서 수집한 수지 (해시시) 가 더 강력하고, 농축된 대마유는 훨씬 더 강력한 환각효과를 보이는데 이것은 잎<해시시<대마유 순으로 유효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아편 opium 의 유효물질을 opinoid 라고 하듯이 대마의 유효물질들을 cannabinoid 이라고 하는데 (대마의 학명이 Cannabis Sativa 이기 때문에) 이 중 대표적인 것이 THC (Tetrahydrocannabinol) 이다. 그런데 THC 도 사람의 몸에서 합성되지 않는데, THC 가 붙는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언가 비슷하게 생긴 놈이 인간의 몸에서 합성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확인된 것은 아난다마이드 anandamide 라는 물질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아난다마이드는 흥미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첫째, 이 물질은 그냥 길쭉해보이지만 몸속에서 존재하는 3 차원적 구조는 THC 와 대단히 흡사하다고 한다. 어떤 물질이 생체활성을 보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3 차원적 구조이다. 이 길쭉한 분자는 돌돌 말려서 THC 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둘째, 이 물질은 작용기가 별로 없는 탄화수소화합물이기 때문에 물보다는 기름에 녹는 성질을 가진다. 뇌에는 혈관-뇌장벽이라고 해서, 특수한 장벽이 있는데 포도당같은 일부 물질을 제외하고는 수용성 물질은 통과하지 못하는 성질이 있다. 이 장벽을 통과하려면 지용성이어야 하는데 아난다마이드는 지용성이기 때문에 이 장벽을 쉽게 통과해서 뇌에 있는 THC 수용체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아난다마이드는 몸속에서 쉽게 그리고 빨리 분해되기 때문에 THC 와 같은 강한 효능을 보이지 않는다. 아난다마이드는 기억에도 관여하는데 주로 망각에 관여한다고 알려져있다. 아난다마이드를 투입한 돼지는 체온도 내려가고 호흡도 느려지며 진정작용을 보였다고 보고되어 있다.

그런데 대체 이게 초콜릿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Daniel Piomeli 가 1996년에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초콜릿에서 아난다마이드 유도체를 검출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은, 아난다마이드의 분해를 저지하는 N-acylethanolamine 이 같이 검출된 것이다. 즉 초콜릿을 먹으면 아난다마이드에 의해서 기분이 즐거워지고 나아가 같이 포함된 N-acylethanolamine 이 아난다마이드의 분해를 저지하기 때문에 더 오래 즐거워진다는 것이 발견된 것이었다.

물론, 초콜릿에 포함된 이들물질의 농도는 대단히 낮기 때문에 초콜릿을 먹고서 뿅 간다든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계산에 따르면, 마리화나를 피운 것과 비슷한 정도의 쾌감을 얻으려면, 130 파운드 (대충 60 kg) 의 사람이 초콜릿을 한번에 25 파운드 (대충 10 kg) 정도 먹어야 한다고 하니 초콜릿을 먹고 뿅갈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난다마이드에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있다. 쥐에서 실험한 결과, 아난다마이드가 가장 많이 분포한 곳은 뇌가 아니라, 자궁이었다고 한다. 즉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 직전에 자궁은 아난다마이드를 많이 분비해서 착상이 곧 이루어진다는 것을 모체에 알린다는 것으로, 아난다마이드가 모체와 아기의 첫번째 연락을 담당하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지금부터 착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앞으로 아홉달동안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이런 인사가 아난다마이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마리화나의 주성분인 THC 는 아난다마이드와 같은 수용체에 붙기 때문에, 임신할 여성이 마리화나를 피우면 이 연락이 엉망이 되고, 이때문에 쥐실험에서 수정란을 THC 나 비슷한 물질에 노출하면 생존율이 낮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기형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와있다. 마약중독자들에게 유산이나 기형출산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요새도 활동하는지 모르겠는데, 마약중독 여성들에게 불임시술을 하고 백불씩 지급하는 단체가 있었다. 어차피 낳아봐야 기형이고 제대로 키우지도 못해서 사회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태어나는 아이에게도 죄스러우니 아예 낳지 못하게 수술을 받으면 백불 주마. 이런 취지로 활동하는 단체인데 이 비용은 각계에서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마약에 쩔어서 정상적인 사회활동도 못하고 돈은 급하니 이 돈을 받고 수술을 받는 여성들이 꽤 있었는데 자기 신세가 박복해서 우는 꼴을 보고 있자니 참 기분이 복잡하게 더러웠다. 아무리 마약중독여성이 기형아를 낳는다고 해도 그렇다면 피임을 장려해야돈을 주고 불임시술을 시키는 것은 이들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것 같아서 진짜 기분이 더러웠었다.

그외에 초콜릿에 포함된 물질 중 중요한 것은 페닐에틸아민 phenylethylamine (혹은 phenethylamine) 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페닐에틸아민의 구조는 아드레날린과 흡사한데 때문에 아드레날린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뿐만 아니라, 마황 이야기 에서 다룬 바 있는 에페드린 및 메타암페타민의 구조도 아드레날린과 대단히 비슷한데 이로써, 왜 에페드린 및 메타암페타민이 교감신경 흥분제로 기능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아드레날린과 비슷한 구조를 갖는 교감신경 흥분제는 대단히 많다. 페닐에틸아민은 복용하면 맥박이 빨라지기 때문에 소위 "love-drug" 으로 불린다.

카페인에다가 페닐에틸아민이 들어있기 때문에 초콜릿을 먹으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맥박이 빨라진다. 일전에, 운동을 격렬하게 한 후에 이성에게 반하는 확률이 높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운동을 심하게 한 후의 상태, 즉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숨이 가쁜 상태가 사랑에 빠진 상태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만일 이 설명이 맞다면 초콜릿을 먹은 직후에는 이성에게 반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성에게 고백하기 전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물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반드시 먹여야 하고, 초콜릿은 약하니까 마황이 들어있는 살빼는 약을 커피 진하게 푼 핫초코에 타서 먹이면 효과가 직빵일 것으로 생각된다.

초콜릿의 과학은 이제 이것으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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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꿈의대화 2004/12/01 16:27 # 답글

    짝짝짝! 잘 읽었습니다! ^-^
  • 들꽃 2004/12/01 16:46 # 답글

    하하하~
    사실 기불이님 포스팅한 글들을 나름대로는 열심히 읽고 있는데 너무 생경스럽고 어려운게 많아서 덧글을 한번도 못달았거등요.
    근데 이글 읽고 배꼽빠지는 줄 알았어요. 단지 이 이유만으로 덧글 적습니다.ㅎㅎㅎ
  • 화양 2004/12/01 17:17 # 답글

    쿡쿡..그렇군요... 핫쵸코라.....
  • happyalo 2004/12/01 23:01 # 답글

    "초콜릿은 약하니까 마황이 들어있는 살빼는 약을 커피 진하게 푼 핫초코에 타서 먹이면 효과가 직빵일 것으로 생각된다." ^^
    기불이님의 유머 속에서 읽는 지식들은 정말 재미있어요.
    이렇게 써야 하는데... ^^
  • prozac 2004/12/02 01:47 # 삭제 답글

    후후. 아는친구중에 미니어처 초코렛 5파운드짜리를 약간 거짓말 보태서 앉은 자리에서 먹어치워버리는 녀석이 있었지요. 그러고나서는 머리가 아프니 토할거 같느니 했는데, 그러면서도 일단 초코렛을 먹기시작하면 양에 불문하고 끝장을 봐야하는 친구였어요. 이글을 보니 그 친구 생각이 나는군요...잘 지내는지...^^
    좋은글 재밌게 잘 보고갑니다...
  • 기불이 2004/12/02 03:50 # 답글

    꿈의대화님// 감사합니다.
    들꽃님//지금 수위조절을 해가면서 어떤정도가 적당한지 테스트하고 있는 중인데 이 글 정도가 딱 좋은 것 같군요. 신문기사와 논문의 중간정도인데 신문기사에 조금 가까운.
    화양님// 뭔가 꾸미시는 일이? 모쪼록 성공하시길 빕니다.
    happyalo님// 아유 고맙습니다.
    prozac님// 아무래도 그 친구분은 마황을 좀 드셔야 할 것같습니다.
  • malang 2004/12/07 15:39 # 삭제 답글

    ^^&.....이글루에와서 첨으로 누눌러봅니다.....
    님의 글 너무 매력이 넘치네요...
    다른 모든 글 포함...언제 같이 한잔 하고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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