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의 과학 2: Caffeine by 기불이

초콜릿의 과학 1:Theobromine 에서 이어집니다.

인류가 카페인을 사용한 것은 아주 옛날로 거슬러올라간다. 카페인은 커피, 초콜릿, 콜라 등에도 있지만 녹차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카페인이 처음 추출된 것은 1821 년이다 (카페인 추출 및 정제는 대단히 쉬워서 학부때 일반화학 실험시간에서도 한 적이 있을 정도. 살리실산에서 아스피린 합성하는 것만큼 쉽다.). 카페인이 풍부한 커피는 에디오피아에서 기원하였는데 이후 아라비아를 거쳐서 전세계에 퍼졌다. 초콜릿의 경우, 1519년 지금의 멕시코지역을 정복한 에스파냐의 H. 코르테스는 사람들이 피로회복을 위해 카카오콩의 음료를 마시는 것을 보고 병사들에게 그것을 마시게 했다고 하며 그가 이것을 스페인에 가지고 가서 유럽에 초콜릿 음료가 퍼졌다고 한다. 커피가 싸고 합법적인 각성제로 이용되듯이 시판되는 초콜릿이 피로회복에 좋다고 느껴지는 것은, 첫째 시판되는 초콜릿에 다량 포함된 설탕이 포도당으로 바뀌어 빠르게 뇌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고 둘째 초콜릿에 포함된 카페인 덕분이다.

카페인은 무척 익숙한 물질이고 그만큼 연구도 많이 되어 있는데 짧은 글에서 모두를 소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대중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에 대해서 짤막하게 소개하도록 한다.

초콜릿의 과학1 : theobromine에서 다룬 테오브로민과 구조를 비교해보면 왼쪽 상단의 수소가 메틸기로 치환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의 경우 카페인의 LD50 은 kg 당 150 mg 인데 (60 kg 성인의 경우 9 그램, 카페인의 물리화학적 데이터는 여기 를 참고.), 같은 양을 먹었을 경우 어린이나 유아의 경우 성인보다 데미지가 클 수 있으므로 어린이에게 너무 많은 초콜릿을 먹게 해서는 안될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아이에게 커피를 주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일지도. 커피 한잔에 대충 90-150 mg 의 카페인이 들어있다고 하니 성인의 경우, 60 잔을 벌컥벌컥 마시면 위험할 지도 모르겠다. 수면제 사러 약국 돌아다니는 것보다 커피 진하게 밥솥가득 끓여서 들이키는 쪽이 더 빨리 죽을지도. 수면제 백알을 커피 60잔과 함께 먹으면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다. 졸릴까 안졸릴까?

카페인은 인간의 몸속에 있는 아데노신 수용체에 아데노신보다 먼저 붙음으로써 각성효과와 이뇨효과를 낸다고 알려져있다. 즉 뇌가 활동을 하면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가서 붙으면, 아, 피곤하구나 해서 잠을 자게 되는데 카페인이 아데노신보다 먼저 이 수용체를 찜해버리게 되면 졸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졸음이 오는 메카니즘은 아데노신이 유일하지 않고 카페인에 대해 민감도도 달라서, 사람마다 카페인을 먹어도 잘 자는 사람, 조금만 먹어도 못자는 사람등 여러가지로 반응이 다르다. 카페인은 또 신장에 있는 아데노신 수용체에도 먼저 반응하고 혈관을 확장해서 신장이 더 많은 소변을 만들어내도록 한다.

카페인에 민감해서 커피를 못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콩을 물이나 유기용매로 처리해서 카페인을 제거한 것이다. How'd They Do That? Making Decaf Coffee 에서는 세 가지 디카페인 공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첫째, water processing. 커피콩에서 설탕과 활성탄을 이용해서 94-96%의 카페인을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심하게 다른 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커피콩은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추출물에 담궈서 다시 향을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유기용매를 사용하는 방법. 커피콩을 메틸렌클로라이드(CH2Cl2), 커피유, 에틸 아세테이트 (CH3C(O)OEt) 로 처리해서 카페인을 뽑아낸 후, 물로 씻고, 스팀으로 남아있는 유기용매를 제거한다. 이 과정을 여러번 반복해서 97% 까지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콩을 만든다.

셋째, 고압의 이산화탄소로 처리해서 카페인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이산화탄소는 고압에서 액체와 기체의 중간상태 (초임계 supercritical 이라고 한다. 초임계에 관한 자세한 해설은 여기 를 참조.) 가 되는데 강력한 유기용매처럼 작용한다. 물론 실온에서는 무해한 가스이기 때문에 안전하다. 250 기압에서 300 기압의 이산화탄소로 커피콩을 처리하면, 카페인이 고압의 이산화탄소에 의해 끌려나오고, 다른 향을 내는 분자들은 크기 때문에 상당수 커피콩에 잔류하게 된다.

드라이크리닝은 유기용매로 세탁물을 처리하는 방식인데 옛날에는 벤젠이나 가솔린을 썼고, 발암성과 인화성때문에 요즘은 보통 사염화탄소, 트리클로로에탄 또는 퍼클로로에틸렌 (통칭 퍼크 perc) 등 할로겐계 용매를 사용하고 있다 (할로겐계 용매는 불에 타지 않는다.). 퍼크는 무색의 액체인데 쏘는 듯한 냄새를 가진 휘발성 액체이다. 이것은 몸과 환경에 좋지 않고 실험실에서 동물에게 흡입시키거나 먹였을 때 암을 유발했는데, 세탁소에서는 세탁이 끝난 세탁물에서 퍼크를 휘발시켜 재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상적인 조건이라면 환경에 큰 영향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완전히 안전한 것은 없기 때문에 드라이크리닝에서 유기용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을까 해서 몇년전 개발된 기술이 바로 이 고압의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사용해서 세탁하는 방식인데 아직까지 상용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혹시 퍼크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덧붙이지만, 퍼크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EPA 조차도 세탁물의 퍼크는 바깥공기의 농도보다 약간 높기는 하지만 사람에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Frequently Asked Questions About Drycleaning 에서 쓰고 있다. 바람 잘 통하는 곳에 잠깐 걸어놓기만 해도 잔류한 퍼크는 쉽게 제거되므로 별로 걱정은 안해도 된다. EPA 는 환경에 영향이 적은,물을 용매로 사용하는 wetcleaning 이라는 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카페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커피의 쓴 맛을 내는 몇가지 물질이 같이 제거되기 때문에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의 그 쌉싸르한 맛을 부분적으로 잃게 된다. Decaffeinate or Die 에서 제안된대로, 만일 카페인만을 먹어치우도록 유전적으로 변형된 박테리아를 이용한다면 모를까 그러지 않고서는 디카페인 커피가 보통 커피보다 맛이 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Caffeine Withdrawal 에서는 카페인의 금단증상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다른 중독성 약물과 마찬가지로, 카페인이 의존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카페인도 끊을 경우 금단증상이 있다는 것이 최근 보고되었다. 물론, 우리 모두는 몸으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이게 실증적으로 밝혀졌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

존스 홉킨스 대학 의대의 롤랜드 그리피스 교수와 어메리칸 대학의 심리학과 로라 줄리아노 교수가 공동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북미의 성인중 80-90% 가량이 하루에 섭취하는 카페인은 대략 280 mg 이라고 한다. 커피 한잔에 100 mg, 녹차 한잔에 35-70 mg, 소다 한캔에 50 mg 의 카페인이 들어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다 (나는 하루에 커피 2 잔, 녹차 2 잔 정도 마시니까 대충 300 mg 정도 먹나보다).

그들에 따르면 카페인 금단증상은 멀리 170 년의 문헌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그들은 광범위한 문헌조사를 통해 카페인 금단증상을 실증해냈는데 그들이 발견한 금단증상의 열가지 증상은 다음과 같다: 두통, 피로감, 졸림, 만족도저하, 우울한 기분, 집중곤란, 화내기쉬움, 그리고 판단력저하. 그리고 감기같은 증상, 메스꺼움, 근육통도 알려져있다.

그들의 결과를 보면, 두통은 50% 정도 발생하고 임상적으로 심각한 주의산만 및 기능부진은 13% 정도 발생한다. 특히 카페인을 끊고 12-24 시간이 지나면 금단증상이 시작되고 대체로 평소에 먹는 양에 금단증상의 정도가 비례한다. 20-51 시간에 피크에 이르고 점점 사라져서 2-9 일이 지나면 없어진다. 하루 100 mg (커피 한잔 혹은 소다 2캔) 이상을 섭취하면 금단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뒤집어말하면, 최대 9 일만 견디면 카페인을 끊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www.caffeineawareness.org 에 가면, 자기가 먹는 식품에서 평소에 섭취하는 카페인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니 한번씩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초코렛의 과학 3 편은 아마 초콜렛에 들어있는 "향정신성 의약품(?)" 에 대해서 쓰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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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인 계산기 2004/11/26 16:46 #

    ♧ 카페인 계산기 http://www.caffeineawareness.org/calcu.php 저는 Products Caffeine Consumption (mg) Soft Drinks 41 Functional Energy Drinks 0 Coffee 90 Teas 120 Caffeinated Waters ... more

  • 초콜릿의 과학3: 초콜릿과 마리화나의 관계? 2004/12/01 16:03 #

    초콜릿의 과학 2: Caffeine 에서 이어집니다. 초콜릿과 마리화나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길래 제목을 저렇게 붙였을까? 이 이야기는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bliss receptor 로부터 시작한다. 환희 수용체라고나 번역할만한데 (직관적으로는 홍콩 수용체라고 하면 알아듣기 쉽겠다), 쉽게 말해서 여기에 뭐가 붙어서 작용하면 high 해진다. 인간의 뇌에는 아편의 주요성분인 몰핀이 붙는 몰핀 수용체가 존재한다. 여기에 몰핀이 붙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몸에서는 몰핀이 만...... more

  • 각종 음료의 카페인 함유량 2005/01/04 23:58 #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도 있고,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소다에 카페인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신경쓰이는 경우도 많은데 각종 음료 및 식품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양을 조사한 데이터가 있어서 옮겨놓습니다. Caffeine Content of Beverages, Foods and Drugs 에 따르면, 코카콜라가 펩시콜라보다 (동일부피에) 카페인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고 (그래서 코카콜라가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환타나 스프라이트에는 카페인이 없군요.... more

덧글

  • 금숲 2004/11/26 22:29 # 삭제 답글

    한가지, 초콜렛은 코르테스가 '발견'해서 '가지고 건너온'것이 아닙니다. 코르테스 당시 스페인인들은 초콜렛을 혐오했지요. 아스텍인들과 함께 살게 된 식민지 스페인 사람들에게 차츰차츰 퍼져나가 그 후에 본국으로도 건너가게 된 것입니다.
    그 사람들을 '크리오요'라 하고, 또 본토 카카오 품종 역시 크리오요라 불립니다.
  • 금숲 2004/11/26 22:38 # 삭제 답글

    우웃.. 초콜렛을 넣은 초콜렛 커피는 카페인이 배가되는걸까요?
  • 기불이 2004/11/27 00:43 # 답글

    제가 좀 세계사에 약해서 말입니다. 중학교때 배우고는 안배웠으니. 초콜릿넣은 초콜릿 커피라... 밤에 잠자기는 틀린 것 아닐까요? (이정도면 거의 각성제 수준) 각성제하니까 생각났는데 지금은 판매가 금지된 각성제들도 옛날에는 잡지에 광고도 하고 그랬더라구요. 한알만 먹어도 졸리지 않는다는 둥. 그럴 때 세월무상과 함께 과거에는 참 위험한 환경에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맨땅에헤딩 2004/12/01 10:35 # 삭제 답글

    자연적으로 카페인을 생산하지 않는 커피도 있다고 합니다.

    http://www.newscientist.com/news/print.jsp?id=ns99996064

    원래 카페인을 만들지 않는 커피 품종들은 알려져 있었지만, 맛과 향이 떨어지는 품종들이라 상업성이 없었는데 저 기사에 의하면 고급 품종에 속하는 아라비카 커피의 디카페인 변종을 발견했다는군요. 카페인만 만들지 않을 뿐, 맛은 똑같답니다.
  • 기불이 2004/12/01 11:15 # 답글

    오호, 드디어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는 것인가요? 그러나 나는 항상 카페인 결핍이기 때문에 무효.
  • happyalo 2004/12/01 22:38 # 답글

    "60잔을 벌컥벌컥 마시면 위험할 지도 모르겠다. 수면제 사러 약국 돌아다니는 것보다 커피 진하게 밥솥 가득 끓여서 들이키는 쪽이 더 빨리 죽을지도. 수면제 백알을 커피 60잔과 함께 먹으면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다. 졸릴까 안 졸릴까?"
    배불러 죽지 않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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