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논쟁

THE MANY FACES OF CHLORINE

염소는 당연히 왼쪽 그림의 염소가 아니라 chlorine 을 말하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다 잊어버렸겠지만 원소기호는 Cl 인 할로겐 원소, 염소를 되새기면서 글을 읽어주세요.

염소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다방면에 사용되는 원소이다. 우선 식염이 NaCl 로, 염소의 나트륨염이고 클로락스같은 표백제는 염소계 산화제의 묽은 용액이다. 과거에는 드라이크리닝할 때 사용하는 용매가 CCl4 사염화탄소였다 (지금도 사용하는지는 모름). 이따 본문에서도 나오겠지만 PVC 는 Polyvinylchloride 로, vinylchloride 의 중합체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약에도 염소가 포함된 것이 많다. 일전에 수돗물 단상 에도 썼지만 수돗물을 소독할 때 사용되는 염소는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 비록 냄새는 나지만. 이 염소를 만드는 염소공업은 현대 화학공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염소는 특정조건하에서 라디칼 radical 이 되어 그야말로 격렬하게 반응한다 (원래 어원은 좀 다르지만). 이중결합만 보이면 다 치고 들어간다. 바로 이 능력때문에 수돗물을 살균할 때 사용되지만 미생물에게 해로우면 인간에게 안해로울 리가 있겠는가? 고농도로 폭로되면 인간에게도 당연히 해롭다 (수돗물 정도의 농도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또 염소화합물은 소각될 때, 그 유명한 다이옥신을 만든다. 때문에 환경단체의 가장 큰 타겟 중 하나도 염소화합물이며 때문에 환경단체와 염소산업은 항상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화학회에서 일년전에 비공개로 염소문제로 포럼이 있었는데 상당히 격렬한 토론이 있었나 보다. 얼마전, 미국화학회에서 발간하는 C&E News 에서 염소문제에 대한 지상토론이 있었다.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생산적인 논쟁이란 어떤 것인지 모범이 될만하다고 생각해서 발췌번역해설하기로 한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카네기 멜론 대학의 Collins 교수. 얼핏보면 한국의 모 탤런트를 닮은 듯도 한데, 이 아저씨의 성명절기는 green chemistry 이다. 예전에 대한화학회의 모토가 화학으로 지구를 푸르게 더 푸르게 였는데 당시에는 '녹색염료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라고 생각했었다만... 내가 빈정거리고 있을 동안에도 누군가는 저 문제에 진지하게 몰두하고 있었다. 주로 일본에서 좋은 성과가 많은데 이 Collins 교수는 염소가 사용되지 않는 촉매계를 개발하여 이름을 날린 사람이다.

CFC (오존층 파괴), PCB (발암물질), DDT (발암성 농약) 등을 거론하며 시작한 그는, 일년간 세계의 염소생산량은 4천만 톤이며 대략 3분의 1 이 PVC 를 만드는데 사용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PVC 는 유용한 물질이지만 (PVC 로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음. 가장 유용하고 가공이 쉬운 고분자), 그 해도 적지 않다.

그가 가장 주요하게 제기하는 문제는 위에 언급한 다이옥신. 다이옥신이란, 왼쪽 그림에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물질의 통칭이다. 다이옥신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것은 TCDD (tetrachloro-p-dibenzodioxin) 이다 (왼쪽 창의 설명 참조).

염소를 포함한 물질을 태우면, 불길속에서 반응하여 TCDD 가 만들어진다. 다이옥신은 잘 알려진대로 발암물질이고 암을 만들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해로운 작용을 한다. 어릴 때일수록 영향이 크고, 지방에 저장되기 때문에 모체의 지방에 축적된 다이옥신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발생할 때 영향을 주어 기형을 유발할 수도 있다 (최근 식약청에서 다이옥신에 오염된 유럽산 육류 및 가공식품의 수입을 금지한 예도 있다(11월 5일). 가급적이면 육류를 먹을 때 지방은 제거하고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이옥신은 심장계질환, 당뇨, 간손상, 비장, 치아에 영향을 주고, 여성의 유방발달을 막고 난소기능 장애를 일으키며 불임의 원인이 되며, 정자수를 줄이고 고환에 영향을 주고 남성호르몬을 줄이며 성역할에 변화를 가져오고 남성 아이의 숫자를 줄인다고 한다. 요약하자면, 정력에 좋지 않다 (요즘 딸이 많이 태어나는 것도 역시 다이옥신의 영향일까?)

바베큐를 할 때 음식을 쌌던 랩을 같이 태우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더이상 PVC 랩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음). PVC 는 분명 유용하지만 위험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염소공업계에서는 공장에서의 다이옥신 배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Collins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만도 일년에 백만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염소를 포함한 물질을 사용하는 한, 다이옥신의 배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는 땅속에 파묻어서 절대로 탈 염려가 없는 수도관을 제외하고는 PVC 를 사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어떤 업체들은 PVC 를 대체할만한 환경친화적인 물질들을 만들고 있는데 가령 WoodStalk 건축자제회사에서는 재사용가능한 밀짚섬유소 (농업폐기물) 를 폴리우레탄수지에 결합해서 만든 가볍고, 강하고, 방습기능이 뛰어나고 가격도 싼 자재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닭털 재활용 자재 보다 나을까?) 그의 요점은, 위험할 수 있는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상대는 염소화학협회의 Howlett 선생. 그는 현재 미국화학회의 부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먼저, 염소의 생산공정은 가성소다 (NaOH) 의 생산공정이기도 해서 (염소는 소금의 전기분해로 만듬. 가성소다는 공업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화합물의 하나이다.) 가성소다를 사용하는 한 불가피하게 생산되는 부산물이란 점을 지적한다.

그는 우선 염소의 가장 긍정적인 사용례, 즉 수돗물의 소독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1990년대에 페루에서, 몸에 해로운 염소의 사용을 즉각 중지하라는 환경단체의 압력에 굴복한 페루정부가 수돗물의 염소소독을 중지한 탓에 불과 몇달안에 콜레라로 만 삼천명이 죽고 130만명이 병에 감염된 사례를 들어 염소의 유용성을 주장한다 (이 예를 비롯, 다른 health scare 의 예를 보시려면 '대중 겁주기' 환경운동 을 참조. 법대교수가 쓴 글이라 과학적 사실관계는 좀 엉성하긴 하지만.).


그는, 염소의 사용중지라는 주장은 사회경제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반응이라고 말한다. WHO 에 따르면 세계에서 11 억명의 사람이 안전한 식수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매년 220만명의 사람들이 더러운 물로 죽어가는데 대부분은 어린이들이다. 그리고 그는 미국에서조차 20 세기초 염소소독이 시작된 이래 장티푸스가 급속도로 사라졌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왼쪽 그래프).

또 그는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화학제품의 45% 가 염소화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의료용 플라스틱의 25%, 일회용 의료제품의 75%, 그리고 95%의 작물보호 화합물 crop protection chemical (이걸 보통은 농약이라고 부르죠) 이 염소를 포함하고 있다. 염소를 생산하는 chlor-alkali 부문은 37,000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총 3억 6천만달러의 급료를 지불하고 있다.

또 염소공업은 다이옥신의 배출량을 급속히 줄이고 있다고 한다. 그의 요점은 염소는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Collins 선생이 다시 반격한다. 그는 우선, 수돗물을 소독하는데 사용되는 염소는 전체 생산량의 1% 정도에 불과하며, 페루의 비극은 그 이후에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는 염소화학협회가 대중을 속이고 있다고 비난한다. 협회는 염소의 위험성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다이옥신은 ppt (parts-per-trilliion 즉 ppm 의 천분의 일) 농도에서도 태아에게 해를 줄 수 있다. 때문에 임신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저지방 혹은 탈지방 우유를 마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한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하지만 염소가 포함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한, 다이옥신이 생성되고 인간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속한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는 연간 십만불의 비용이 더 발생하지만 학부의 실험실에서 염소가 포함된 재료는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카네기 멜론 대학 등록금은 정말 비싼데 더 오르게 생겼네. 돈은 학생이 부담하고 생색은 학교가 내고.). 그리고 그는 PVC 수돗물 파이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안다고 덧붙였다.


Howlett 선생이 답한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두 개의 위험을 저울질해서 인간에게 더 유리한 쪽을 찾아야 한다는 것.

DDT 는 그 발암성때문에 사용이 제한되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DDT 는 말라리아로부터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구했으며 (매년 270만명이 말라리아로 사망. 주로 5세 미만의 어린이라고) 지금도 일부지역에서는 더 나은 대안이 나올 때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조건으로 DDT 의 사용이 허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말라리아로 죽는 게 낫느냐 아니면 나중에 암에 걸릴 위험을 감수하는 게 낫느냐는 어려운 문제이다. 어떤 게 더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목전의 죽음과 미래의 발암가능성.).

그는 Collins 교수가 화재로 인한 다이옥신의 배출을 문제삼지만, 1970년이래로 PVC 생산이 세배로 늘어날 동안 다이옥신의 인체축적은 90% 이상 줄어들었으며, 생산된 PVC 제품의 대부분은 건설에 사용된다는 것을 언급한다 (즉 화재로 인한 다이옥신의 배출은 미미하다).

Collins 교수는 PVC 파이프에 대해 언급했는데 전체 PVC 생산의 34%가 파이프로 사용되며 PVC 파이프는 금속이나 콘크리트 파이프에 비교하여 더 튼튼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는 이슈는 화학이 아니라, 기술이란 것을 지적한다. 즉 염소화합물은 어떻든 필요한 물질이고, 요는 어떻게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염소화합물을 생산하고 사용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화학은 바뀌지 않았지만, 기술은 바뀌고 있다. 새로운 연소기술의 채용은 다이옥신의 양을 기록적으로 줄였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Collins 교수는 환경문제에 촛점을 맞추고, 사회경제적 관점은 무시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그는 염소공업은 Collins 교수와 같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말로 반론을 끝냈다.




이 길고 어쩌면 지루한 글을 굳이 번역한 것은, 이 반론 및 재반론이 환경주의와 개발주의간의 공방을 집약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서이다. 환경주의의 기본입장은 어차피 해로운 것, 만들지 마 라는 것이고, 개발주의의 입장은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단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지상논쟁이, 생산적인 논쟁의 한 전범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근거없는 악선전과 대중겁주기 폭로 빼고는 할 줄을 모르는 일부 시민단체 및 환경단체에게 널리 읽히고 싶은 글들이었다. 물론, 원문을 자세히 읽으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상대의 논지를 표안나게 왜곡하며 어떻게 교묘하게 질문에 답하는 척 하면서 전혀 다른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배울 수도 있다.

나는 둘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굳이 투표를 해야 한다면, 위에 번역한 논쟁의 경우, Howlett 선생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우리는 PVC 를 비롯 염소화합물을 다이옥신때문에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이 염소화합물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다이옥신의 위험은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므로, 장기적으로 염소화합물의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나는 이 논쟁에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염소화합물을 대체할 대체물질들을 개발하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제일 큰 크레딧을 주고 싶다.

by 기불이 | 2004/11/06 13:37 | 모기불 환경통신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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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rwin at 2004/11/06 13:59
인물 사진을 의견에 맞추어 반복해서 배치하신 것에 크게 크게딧을 주고 싶군요.
Commented by intherye at 2004/11/06 14:27
앗, 염소라니까, 얼마 전에 염소계 표백제 녹인 물 냄새 한번 맡아봤다가 코 점막이 녹아버릴 뻔 했던 아픈 기억이.. ;ㅁ; 해골 그림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군요. (덤으로, 나치가 더 미워졌어요.)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4/11/06 14:41
하지 말라는 짓만 안해도 다들 한 십년은 더 오래 살텐데.
Commented by happyalo at 2004/11/06 16:41
염소 사진으로 진짜 염소 얘기인 줄 알고 깜짝 놀라게 함으로써 시선을 끌게 하신 점,
각자 주장에 맞춰 인물 사진을 배치하신 점 등 구성상의 세심함에 점수를 드려요~~~ ^^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4/11/07 04:43
다들 크게딧 (크레딧을 크게 주는 것 맞죠?) 과 점수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꼭 레포트 폰트가 참 이쁘더라 하는 것 같은 느낌... -_-
Commented by happyalo at 2004/11/07 06:44
에이~ 무슨 말씀을...
내용도 잘 읽었습니다만, 내용은 아주 잘 아는 게 아니니까 왈가왈부하지 못한 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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