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색소는 인공색소보다 더 안전한가? by 기불이

어린이 식품에 암 일으키는 색소 무차별 사용

색소는 우리들이 먹는 가공식품 어디에나 조금씩 다 사용되지만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먹는 과자나 빙과류에 많이 사용된다. 참 옛날에는 그저 설탕물에 색소 물들인 것에 불과한 쭈쭈바가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서울환경연합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안전성에 문제가 있거나 논란이 있는 색소들이 어린이들이 즐겨찾는 과자 등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기사를 인용하면

"조사 대상품목 27개 가운데 25개가 타르계 색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1개 제품에서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적색2호 색소가 검출됐다. 타르계 적색2호 색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암을 일으킨다고 해서 사용을 전면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김치, 젓갈, 유제품 등 각종 식가공품에는 사용이 금지돼있는 반면 유독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이나 초콜릿 등에는 별도의 금지조항이 없다고 비판했다."

고 한다. 색소에 대해서는 별로 문외한이라 서울환경연합의 말을 믿는다면 참 황당한 규제이다. 못쓰면 그냥 못쓰는 거지 품목을 정해서 못쓰게 되어 있는 것도 좀 웃긴다. 그런데 이것도 규제를 정하는 당사자들에게는 뭔가 항변할 근거가 있을까? 둘의 이야기를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해명은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쉽다.

타르계 색소가 뭔가 해서 좀 찾아보았는데 아마도 방향족 색소를 타르계 색소라고 하는 모양이다.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타르에서 벤젠계통 화합물들을 분리해내고 이들로부터 다양한 색소를 만드니까. 벤젠고리 들어간 것은 대개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도 화합물따라 다르고 우리 몸속에 돌아다니는 분자들도 벤젠고리 붙은 것이 많으니 그것만으로 겁을 주기에는 좀 부족하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공업적으로 이유가 있어서 이름을 저렇게 붙였겠지만 황색 2 호니 적색 4 호니 하는 이름만 가지고서는 도대체 저게 어떻게 생긴 놈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안전성이고 뭐고 가늠을 못하겠다. 나중에 책이라도 좀 찾아보고 공부를 해서 성과가 있으면 색소에 대해서 다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나중에 찾아보기 쉽도록 참고자료:
식품첨가물 공전

그건 그렇고.

흔히 천연물이 인공물보다 낫다고 믿고 그래서 천연색소가 인공색소보다는 훨씬 비싸게 팔린다. 그럼 나의 문제제기는 이것이다: 과연 천연색소는 인공색소보다 반드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나?

천연물 신화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천연물은 흔히 수천년간 사용해왔기 때문에 안전성이 검증되었다고 말하지만, 우선, 그 천연물에서 유효성분만을 확인한 후 합성해서 사용하는 인공물과의 차이점은 무엇이냐고 물어볼 수 있고, 둘째 보다 근원적으로는 수천년간 사용해온 경험이 과연 과학적 분석이 가능하도록 통계적으로 유의미한가? 라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수천년간 전해졌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참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는 내가 생각할 적에 천연물이 반드시 인공물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질문들이다. 모든 것을 이 포스팅에 적을 수는 없고... 오늘은 하나의 예만 들고 끝내기로 한다.

사프란 (autumn crocus) 이라는 풀이 있다. 이 풀에서 아주 값비싼 노란색 염료를 얻는다. 그런데 사프란은 옛날부터 통풍 Gout 의 치료에도 사용되어 왔다. 오래전에 사프란의 추출물로부터 colchicine (우리나라에서는 콜히친 이라고 하고 여기서는 콜시친이라고 발음) 이라는 화합물을 얻었다. 이 화합물을 연구한 결과, 이 화합물이, 주되게 세포분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튜불린 tubulin 에 달라붙어서 tubulin 이 microtubule 이 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세포분열을 중지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을 유식한 말로 cytotoxic 하다고 한다 (세포독성이라고 번역하던가?). tubulin 은 중합되어 microtubule 이라는 일종의 고분자를 만들고, 이 고분자가 방추사를 구성해서 세포분열의 mitosis 기에 중간에 늘어선 염색체들을 당겨주어야 세포분열이 진행되는데 colchicine 이 이 방추사의 생성을 방해해서 세포분열을 핵분열기에 정지시켜버리는 것이다 (이게 씨없는 수박 만들 때 쓰인다는데 아마 이 작용을 이용하는 듯). 세포분열을 방해하는 것은 모두 항암제와 관련이 된다. 그래서 이 화합물은 항암제로 개발이 진행되었었는데... 이것은 물론이고 여기서 비롯한 수많은 화합물들이 대개 독성문제로 더이상 개발이 진행되지 못했다. 세포독성이 있으면 항암제로 개발이 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이지 너무 일반세포와 암세포를 구별못하면 그냥 독극물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신경독성이 있는 colchicine 은 사프란이라는 천연염료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주1). 그러므로 거칠게 말해서 사프란은 과량 사용할 경우 위험하다. 그러나 사프란염료가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은 위험할만큼 많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농도인 것이다.

황색 몇호가 발암위험이 있다든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엄격하게 기준이 만들어져야 하고 엄격하게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옳다. 그러나 이런 것을 보면서, 이래서 인공색소는 위험하고 천연색소를 사용해야 한다 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결론이다. 천연색소든 인공색소든 많이 사용해서 좋을 것은 없고, 특히 천연색소의 경우 색을 내는 색소뿐만 아니라, 수많은 화합물의 혼합물이기 때문에 더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입니다.




주1) 사실을 말하자면, 염료는 암술에서 얻고 콜히친은 씨앗에서 추출하므로 염료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좀 박약하다. 하지만 이런 관계를 무시하고 마구 주장하는 글이 어디 하나둘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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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iencephobia 2004/10/19 15:21 #

    천연색소는 인공색소보다 더 안전한가? 모기불님의 글에서 든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천연"을 좋아한다. 요즘은 그런 표현을 안 쓰지만, 예전엔 벤허나 뭐 그런 영화 선전에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라는 문구가 꼭 붙곤 했다. 천연 그대로의 상태가 더 좋다는 것이 많은 경우에 참이라는 것에는 반대하기 힘들다. 탁 트인 초원이 콘크리트 바닥보다 더 보기 좋고,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계곡이 구정물이 흐르는 강보다 더 좋다는 것에는 거의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게살이 게맛살보다 맛있고, 증류주가 희석주보다...(이건...... more

  • 색소관련 논쟁 업데이트 2004/11/02 05:23 #

    천연색소는 인공색소보다 더 안전한가? 식약청 홈페이지에서.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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