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o Boy (2009) by 기불이

Astro boy 에서 걱정된다고 썼는데...


...어째서 나쁜 예감은 틀리지를 않는 것인지



비유하자면, 싱싱한 천연산 질좋은 광어를 갖다줬더니 살과 내장은 다 발라서 버리고 뼈와 대가리만 가지고 매운탕을 끓인 폭이랄까....

그래도 철완아톰 원작팬들을 위해 써비스는 약간 있다. 스탠 리가 자기 원작 영화에 카메오 출연하듯 데즈카 오사무가 초반에 잠깐 카메오 출연도 하고 (물론 고인이 직접 출연한다는 소리는 아니고... 호빵모자 쓴 동글동글한 아저씨가 나온다는 뜻.), 데즈카 오사무가 본인 작품에 항상 남기는 본인의 페르소나 (?) 누더기 표주박 (Hyoutan-Tsugi, 아래 그림, 여동생이 어릴 적에 그린 캐릭터라고 한다.) 도 나온다.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최소 3번은 나왔다. 광고판이나 빌딩 유리창 등에 그려져있다.



철완아톰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피노키오 이야기다. 피노키오 이야기는 여러차례 영화로 변주된 바가 있는데 가령 큐브릭의 AI (감독은 스필버그가 했지만) 도 좋은 예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AI 에 나온 장면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나오고, 처음을 보자마자 바로 예상가능한 마지막은 그냥 노골적인 피노키오 이야기다.

캐릭터 디자인도 좋고 몇몇 장면은 볼만하지만 전반적으로 지극히 평범하고 로봇이 나오는 이야기라고 하면 의례 나올 법한 상투적인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얽어놓았다.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대충 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다. 토비가 처음 "Surface" 에 떨어진 다음 만나는 부서진 로봇들 가운데 바텐더 로봇은 어딘가 팀 버튼의 "유령신부" 에서 본 듯한 느낌이고 초반부 일부 장면 (메트로시티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로봇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는 Surface 의 디자인이나 특히 하늘로 올라갔던 메트로시티가 Surface 에 다시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어딘가 "Wall-E" 의 느낌도 난다. 여러 캐릭터가 나오는데 대부분은 공연히 시간을 때우거나 뭔가 대사를 할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온다. 여주인공 코라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군더더기다. 그냥 사연이 필요하니까 대충 만들어넣은 것에 불과하고 전체 이야기와 아무런 유기적 관계나 필연, 아이러니도 없다.

초반부를 보면 착취당하는 로봇과 인간의 갈등이 주된 테마가 될 것처럼 보이지만 초반부가 지나가면 아무도 이런 데 관심없다. 로봇 혁명투사 (...) 가 나오는데 그냥 구색맞추느라 넣어놓은 것이다. 얘네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토비에게 Astro 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것. 아무리 봐도 만들기 싫은 영화를 억지로 만든 느낌. 마지막에 텐마박사가 집사로봇에게 자기를 "빌" 이라고 부르라고 하는데 그냥 그러면 멋있어 보이니까 넣은 것이고 텐마박사가 그렇게 변하는 이유는 전혀 오리무중이다.

영화를 만들기 싫으면 만들지 말든가, 대체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뼈다귀 매운탕을 끓이느라 버려진 싱싱한 광어살이 정말 아깝다. 홍콩의 Imagi 라는 회사가 만들었는데 그래서인지 크레딧 올라갈 때 보면 중국인 이름이 많다. 이따우 영화를 만들도록 저작권을 팔아먹은 놈들은 데즈카 오사무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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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일단 2009/11/03 02:47 # 삭제 답글

    테즈카 오사무의 이름을 존중합시다.
    한국에선 워낙 자주 틀리지만 영어권에선 틀리기도 힘들 텐데... TEZUKA OSAMU
  • 일단 2009/11/03 02:48 # 삭제

    앞의 테 는 국내 외래어 표기법상 데 로 해도 상관없지만 츠는 절대 아니고 즈 라는 거.
  • 기불이 2009/11/03 05:53 #

    오 그렇군요. 데즈카 오사무.
  • 이준님 2009/11/03 08:16 # 답글

    누더기 해골은 대단히 엄숙하고 심각한 작품에도 자주 나오지요. 붓다에서 누더기 해골이 출연하는 장면을 보면 뒤집어집니다.(하필이면 열반직전에 나온다는)

    소싯적 "에로틱한 영화 XX선"이라는 괴서적에서 "오사무 데즈카"의 "별소년"이라는 번역을 본적이 있어요.
  • 데즈카 2009/11/03 09:43 # 삭제 답글

    .....쨩깨는 홍콩짱깨든 섬짱깨든 대륙짱개든 어쩔 수가 없어.
  • 아톰 2009/11/03 09:43 # 삭제

    정말 그래요 아빠..
  • ChristopherK 2009/11/03 18:38 #

    이 댓글에 뿜고 말았다.
  • 로오나 2009/11/03 17:27 # 답글

    이런 눈물나는 상황이_no 그리고 흥행성적은 더 눈물납니다;ㅁ;
  • 잠본이 2009/11/03 23:11 # 답글

    정확히는 영국감독이 미국각본가와 홍콩 스튜디오 데리고 만든 영화라 좀 복잡(...)
    그 감독의 전작이 요런 거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솔직히 기대하는 게 무리긴 하죠.
    http://www.flushedaway.com/flash/index.html ←요런 거

    저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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