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과학 by 기불이

라면끓이기 비법, 총망라-+
내가 고등학교시절부터 존경해마지않은 페러데이 아저씨가 1860년 영국 런던 왕립연구소에서 청소년들에게 들려준 6회에 걸친 크리스마스 강연의 내용을 정리한 "촛불의 과학" ('The Chemical History of a Candle’) 이란 책이 있다. 그 시절에야 과학이 거의 마법같은 대우를 받고 있었고 돈 좀 만진다는 귀족들의 취미가 화학실험이던 시절이다.

트랙백한 라면끓이기 비법을 읽다가 문득 과학이란 과연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진실로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 스프를 미리 넣으면 끓는점이 높아진다?

뭔가가 끓는다는 것은 액체가 기화될 때 기체압이 대기압과 같아지는 점을 말한다. 이 끓는점 오름은 용액의 몰랄농도에 비례하는데 몰랄농도란 용액 1 kg 중에 녹아있는 용질의 몰수이다.

라면스프는 소금, MSG, 맛을 내기 위한 향료 및 각종 추출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라면을 끓여보면 알겠지만 완전히 맑은 용액이 아니고 바닥에 가라앉은 것도 있고 약간 불투명한 용액이다. 라면스프는 전체적으로 말해서 용해도가 그렇게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은데 끓는 용매에 이런 불용성 물질이 존재하면 그 물질이 비등을 촉진하여 실제 끓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 비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고로 물에 녹는 부분에 의한 끓는점 오름이 큰지 불용성 물질에 의한 끓는점 내림이 큰지는 끓는 온도를 재어보면 알겠지만 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한표 과감히 던질 수 있다. 실제로 끓임쪽 효과가 없다고 해도, 그 정도 농도로는 끓는점 오름이 그렇게 클 것 같지는 않다.

라면스프 해봐야 11 g (삼양라면 기준) 이게 다 물에 잘 녹는 염도 아닌데 가령 전부 소금이라고 가정해도, NaCl 의 분자량 58. 11g/58= 0.19 mol. 물을 500 cc 넣었다고 가정하면 0.19mol/0.5 kg. 소금은 두개의 이온으로 쪼개지니까 0.38 x 2 = 0.76 mol/kg.

끓는점이 오르는 값인 delta T = Kb*M = 1.86 C Kg/mol * 0.76 mol/Kg = 1.4 C 입니다. 그러므로 100 도에서 끓을 것이 101.4 도에서 끓는다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그러나 물의 끓는점은 대기압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흐린날 1.4 도 끓는점 올라봐야 어차피 그게 그거이고 실제 스프는 다 물에 녹지도 않고 소금은 아주 분자량이 작은 편이란 걸 고려하면 실제로는 한 1 도 오르려나...

그러므로 스프를 먼저 넣으면 라면이 잘 익게 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확률 90% 이상..

2. 라면에 설탕을 넣으면 맛있어진다.

대개 요리를 맛있게 하려면 소금과 함께 설탕을 살짝 넣어주면 맛있어진다. 시중의 맛있는 요리집이라고 소문난 곳은 대개 음식이 달다. 일본인들이 불고기에 환장하는 것도 불고기양념이 달짝지근해서 그런게 아닌가 한다. 정글에 혼자 남겨졌을 때 이 열매를 먹어도 될 것인가? 를 판단할 때, 맛을 봐서 단 맛이 나면 먹어도 된다고 들었다. 단 맛은 당의 맛이고 당은 에너지원으로 바로 사용되기 때문에 아마 단 맛은 즐거운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닐까? 정확히 말하면, 단맛을 정확하게 느끼고 단맛을 즐기는 쪽이 진화에서 우세한 위치를 점했던 것이 아니었을른지.

3. 거품은 독성물질이다?

보통 이렇게들 이야기하지만 글쎄 정답은 잘 모르겠다. 다만 직접 요리를 해본 경험에 따르면, 보통 고기를 삶을 때 나오는 거품은 고기에서 미쳐 빼내지 못한 피가 굳은 것이 아닌가 한다. 무언가를 삶는다는 것은, 물을 용매로 사용하여 재료에서 수용성인 물질들을 물로 추출해내는 것이다. 이상적인 환경에서 오래오래 삶았을 경우, 물에 녹지 못하는 것들은 그냥 남고 물에 녹을 수 있는 것들은 다 녹아나오게 될 것이다 (물론 용해도의 문제가 있으니 포화되었을 경우 다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불용성 물질들은 그냥 가라앉아있을텐데 이것도 밀도의 문제라 크기가 작고 밀도가 낮은 것湧?용액 위에 뜨게 될 것이다. 게다가 끓는 과정이니 대류에 의해서 작은 것들은 다 위로 밀려올라올테고. 이런 것들이 소위 말하는 거품인데 이런 것을 가지고 독성물질이라고 할 수 있을른지? 독성과 물에 대한 용해도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고 본다.

4. 식초를 넣으면 맛이 깔끔해지고 느끼하지 않다.

먼저 느끼한 맛은 무엇일까? 전혀 근거없긴 하지만 기름의 맛이 아닐까 한다. 보통 고기를 먹으면 우리가 느끼는 맛은 기름의 맛이다. 기름의 맛은 고소한 맛이고 그래서 차돌백이는 고소한 맛이 나는데 이 고소한 맛이 지나치면 느끼한 맛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과유불급이라... 무엇이든 지나치면 없느니만 못하나니.

단백질은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되기 전에는 맛이 없다. 왜냐면 단백질은 물에 잘 안녹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맛을 느끼려면 물에 녹아야 한다. 단백질은 분자량이 높고 단위체인 아미노산이 가장 강력한 결합의 하나인 펩티드 결합으로 결합되어 있어서 잘 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불에 굽거나 물에 삶거나 해서 에너지를 가해주면 (아니면 저온에서 숙성시켜주든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비로소 맛을 느낄 수 있게 되는데 지방은 흔히말하듯 fatty acid 여서 단백질보다는 물에 잘 녹는다.
그런데 지방은 약한 산이다. 식초는 약산이지만 지방보다는 강한 산이다.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의 pKa 는 아마 3-4 정도? 때문에 농도가 낮기는 하지만 식초를 넣으면 전체 용액의 pH 가 작아질 것이고 지방산은 이온화되지 않고 뉴트럴하게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방산의 물에 대한 용해도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때문에 우리는 지방산의 맛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상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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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꿈의대화 2004/10/08 22:58 # 답글

    더헛...이런 분석을...! OTL

    라면은..."잘 끓여서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ㅎㅎㅎ^^;
  • 기불이 2004/10/08 23:08 # 답글

    아... 그냥 재미로 해봤어요...
  • 꿈의대화 2004/10/09 00:54 # 답글

    아- "촛불의 과학" 그 책 있습니다. ^^; 얻은거지만 말이죠~
    다시한번 읽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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