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를 넘어서 by 기불이

인간광우병 혈액으로 만든 알부민 국내유통

이 기사의 첫머리는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영국인의 혈액으로 만들어진 알부민 제제가 국내 유통돼 무려 1500여 명의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투약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다. 이것만 읽으면 마치, 사용될 수 없는 혈액으로 알부민 제제를 만들어서 불법적으로 유통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 글의 목적은 과연 그런 것인가를 짚어보는 것이다.

우선 고경화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 을 보자.

"영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혈액으로 만들어진 약품이 국내에 유통돼 1490명에게 투약되는 무서운 사태가 벌어졌다"며 "정부는 지난 6년간 이 사실을 감춰왔다"
"대한적십자사는 복지부로부터 전염위험성이 높은 이들 1500여 명의 명단을 받아 이들의 피를 헌혈 받지 말고 헌혈유보군에 등록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이중 125명을 실수로 빠트려 9명으로부터 헌혈을 받았다"



그러면 팩트는 어떠한가.

"98년 영국에서 생산된 폐암용 진단시약 '아메로스 캔폴로네이트2'가 인간광우병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고 각 국가에 해당 진단시약을 맞은 환자를 관리하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98년 2월 이 시약을 맞은 1492명을 추적해 적십자사에 이 대상을 헌혈유보군으로 지정하도록 지시했으나 전산 개발과정이 98년 12월 완료돼 그 사이에 3명의 헌혈자가 발생해 3명의 수혈자가 발생했다"

전염성 해면상 뇌병증(transi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hathies: TSE) 이라는 병은 뇌가 해면(스폰지)처럼 되는 병이다. 소에게서 발생하면 광우병이라고 부른다. 양에게도 비슷한 병이 있다. 인간에게도 비슷한 병이 있다. 그 병은 쿠루(Kuru) 라고 불리는데 파푸아 뉴기니아 고원 지대에 사는 원주민 집단에서 발견되었다. 이 병이 발생하는 원인은 죽은 종족의 시신(특히 뇌)을 먹는 장례의식이라고 여겨진다고 한다. 이 병외에도, 기사에 언급된 크로이츠펠트 야곱병(CJD) 및 저스만 스트라우슬러 신드롬, 치명적 유전성 불면증이 TSE형 질병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이 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프리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프리온은 항상 동물의 체내에 존재하는데 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은 정상 프리온과 다른 구조를 갖는 비정상 프리온이고 이 비정상 프리온은 놀랍게도 정상 프리온을 만나면 비정상 프리온으로 만든다. 이를테면 영화 매트릭스 3 의 스미스 요원같다고 할까.

양의 TSE 는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는데 소의 TSE는 1986년에 처음 발견되었고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소의 경우 최근에 등장했다는 이유에서, 양고기 찌꺼기를 소에게 먹인 것이 원인이 아닌가하고 추정되었다. (TSE 에 걸린 양의 고기를 주사하면 양이나 쥐도 병에 걸린다) 이 추정이 맞다면, 비정상 프리온은 종이 달라도 똑같은 기능을 하고, 먹기만 해도 병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간의 TSE 중 하나인 CJD 는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는데 1996년 영국에서, 기존의 CJD 와 증상은 비슷하지만 형태가 다른 새로운 CJD 가 보고되었다. 그리고 광우병 파동과 맞물려 아마도 소에게서 전염된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가설이고, 사실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원기사에도 나오듯이 잠복기가 10년이 넘는 병인데 광우병이 처음 보고된 이후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현재 보고된 인간광우병 환자의 수는 50명이 안된다. 이 말은 소에게서 병이 전염된다고 치더라도,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었다고 해서 다 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고기가 아니라 혈액을 직접 주사했다면 훨씬 감염위험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인간광우병 환자가 생전에 헌혈한 혈액을 어떤 자들이 독한 마음을 먹고 수입해서 다 죽어버려라하고 살포한 것이 아닌 다음에야 고경화 의원의 주장은 오버를 넘어서 악의에 찬 폭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문제가 된 것은 혈액 자체가 아니라 알부민 제제이고 (알부민은 혈액중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하나) 영국정부가 이 제제가 오염되어 있음을 밝혀낸 것이 1998년이고 그 이후 복지부는 이 제제를 투약한 환자들을 모두 찾아내서 관리했기 때문에 "오염된 혈액제제가 국내 대량 유포됐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 이라든가 "국가가 6년간 이를 숨겨왔다" 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악의에 찬 왜곡이다. 무엇이든 위험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유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항시 존재하는 가능성이고 위험이 발견되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때문에 복지부의 대응은 신속하고 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 "발병하면 1년 이내에 죽게 되는 무서운 병원균이 1500여 명에게 무차별 살포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어떻게 침묵으로 일관할 수 있느냐"고 개탄하는 것은 어쩌면 국회의원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는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다. 오염되었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은 제제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무차별 살포 라는 마치 테러를 연상시키는 선정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 의원이 전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실 이 의원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 그저 선정적인 이야기를 해서 한번 떠보려는 욕망에 차 있을 뿐.

그렇기는 하지만 기사의 마지막에 나오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 이야기는 새겨들을 만하다. 미국 적십자 홈페이지에 가면, 헌혈을 해서는 안되는 사람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BLOOD DONATION ELIGIBILITY GUIDELINES

그리고 기사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1980년에서 1996년사이에 누적해서 6 개월이상 머무른 사람은 헌혈을 해서는 안된다고 FDA 가 지시를 내렸다.

United Kingdom Travel/Residence Deferral

그 뿐만이 아니라, 인슐린을 맞는 당뇨병 환자라고 해도 헌혈을 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1980년이후에 영국에서 소로부터 생산한 인슐린을 맞은 환자들은 헌혈을 할 수 없다. (당뇨 치료용 인슐린은 소나 돼지로 부터 추출해서 사용함. 설마 사람으로부터 추출할 수는...)

한국 적십자 홈페이지에 가보았는데 대충 훑어본 바로는 헌혈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나와있지를 않다. 가장 비슷한 것으로는 에이즈에 걸린 후 헌혈하신 분은 알려달라는 게시물 뿐이다.

아직도 한국사회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번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복지부의 시스템은 생각보다는 잘 움직이고 있고, 대한 적십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말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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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홍명보 2004/10/05 09:17 # 답글

    어려워요.....
  • 기불이 2004/10/05 09:53 # 답글

    헉 아직 안썼습니다.. 그냥 자료만 붙여놓은 겁니다.
  • 기불이 2004/10/05 11:30 # 답글

    이제 다 썼습니다...
  • Mina 2004/10/05 22:18 # 답글

    와우,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국회 감사때마다 그런 선정적인 시비들만 나도는 것 같아 화가 나요. 원래 정치란 게 저런 건 아닐텐데 말이지요.
  • 홍명보 2004/10/05 22:46 # 답글

    저도 이제야 봤네요.
    너무 성급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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