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복용으로 낫는 약이 환자에게 좋을까? by 기불이

오늘의 한마디(Peter Lynch) 에 인용된 말이 인상깊다.

"사실 환자에게 있어 좋은 약은 한 번 복용으로 병을 완전히 낫게 해주는 것이겠지만, 투자자에게 있어 좋은 약이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약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무척 유명한 이야기이고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면 한번 복용으로 병이 완전히 낫는 약은 환자에게 좋은 약일까?

어떤 경우에는 좋은 약일 것 같다. 암세포가 있는데 한알만 먹으면 암세포만 기가 막히게 다 죽어버리는 약이 있다면 무척 좋겠지! 그러나 이런 약은 일단 암세포만 기가 막히게 다 죽어버리는 이라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하고, 게다가 약이란 게 부작용이 없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무척 무서운 약이다.

먹으면 목표가 되는 수용체에 가서 결합을 하여 효능을 나타내는 약이 있다고 하자. 경우에 따라서 한번 먹으면 하루간다거나 이틀간다거나 일주일간다거나 한달간다거나 등등 지속기간에 차이는 있지만 평생간다는 약은 드물다 (있나 의심스럽다). 이런 것을 두고 "사실 환자에게 있어 좋은 약은 한 번 복용으로 병을 완전히 낫게 해주는 것이겠지만, 투자자에게 있어 좋은 약이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약인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떠올리시며 제약회사가 돈을 벌려고 수작부린다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평생간다 는 말의 의미가 뭔가 생각해보면 아마 생각이 쫌 달라지실 것이다.

치료가 가능한 병에 사용하는 약은 언젠가는 끊게 된다 (가령 항생제, 항암제 등). 그러나 세상에는 치료는 불가능하고 관리만 가능한 그런 병들이 있다 (가령 자가면역질환이나 고혈압 등). 그러나 관리만 가능한 병도 약의 사용을 끊게 되는 수가 있다. 증상이 많이 호전되거나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가령 부작용때문에) 안되거나 할 경우가 그렇다.

약의 효능이 하루간다라는 것은 하루가 지난 다음, 그 약이 필요없어져서 끊으면 그 수용체에 붙어있던 약이 제거되고 그 수용체는 원래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약의 효능이 평생간다는 의미는 끊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그 약이 특정 수용체에 비가역적으로 붙어있거나 특정 수용체를 비가역적으로 변형한다는 의미가 된다. 무릇 약이란 것이 부작용이 없을 수가 없는데, 보통의 약의 경우 부작용이 나타나면 끊으면 대개 부작용이 사라지지만, 끊을 수 없는 약의 경우 대체 어떻게 그 부작용을 제거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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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방에 낫는 약 vs 평생 먹는 약 2008/08/02 23:22 #

    한 번 복용으로 낫는 약이 환자에게 좋을까?디씨에서나 하는 vs놀이를 하자는 건 아니고...사실 피터린치의 저 말이 아니라도 제약업계에선 유명한 얘기죠.환자가 좋아하는 약: 한 번 복용하면 낫는 약의사가 좋아하는 약: 병원에 와서 여러 번 맞아야 하는 약제약회사가 좋아하는 약: 평생 먹거나 맞아야 하는 약그래서 소위 블록버스터 약품을 보면, 의외로 암이나 에이즈같은 질환들의 치료제는 많이 없습니다. 항암제는 비싸도 평생 투약하는 게 아니거든요....... more

덧글

  • 에르네스트 2008/08/02 14:24 # 답글

    그것도 말이되겠지만....
    사실 저위에 말에 있는 내용은

    한번에 치료하는 약만드는것보다 관리만 가능한 약을만드는것이 '제약회사'투자자들에게는 좋은약(계속 약을 먹어야 정상생활가능이니 계속 약값이 들어가서 그만큼 제약회사들에게는 좋을것이니 말입니다.)인것이다.
    (예를 들면 몇달먹으면 암이 완치되는 그런약하고 죽을때까지 계속먹어야 암이 번지지는 않는 약(둘다 부작용같은것은 비슷비슷하다고 가정)이 있으면 전자는 환자에게 좋은약 후자는 제약회사에게 좋은약이 아니겠습니까?)

    이뜻이 아닐까요?
  • Charlie 2008/08/02 15:25 # 답글

    수퍼맨에서 수퍼맨이 암의 치료제를 만들려고 계속 실패하는 장면과 렉스 루터가 '한번에 치료가 되는 약을 만들었다고? 좀 더 오래 먹여야 되는것으로 개발해 보게' 라고 하는 장면이 겹치는게 있었지요..;;
  • 강초장 2008/08/02 15:26 # 답글

    ...걍 까놓고 말하자면 모든 세포를 죽이면 암세포를 한방에 죽일 순 있죠...
  • 누렁별 2008/08/02 15:29 # 답글

    물론 피터 린치의 말을 에르네스트님 처럼 해석하는 게 맞습니다만, 기불이님 생각은 한편으로 그렇다는 거겠죠.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풍토병 치료를 위해, 한 번 먹으면 낫거나 되도록 약효가 오래가는 약을 연구한다고 들었습니다. 의료 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그런 지역은 약 한 번 타러 가기도 번거로운 일이라더군요.
  • sylphion 2008/08/03 12:28 # 삭제 답글

    한번 복용으로 병이 완전히 낫는 것과 효능이 오래 지속되는 건 다른 이야기 아닌가요?
  • 기불이 2008/08/05 01:19 #

    병의 종류와 메카니즘에 따라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죠. 가령 박테리아 감염같은 경우 항생제를 먹어서 박테리아를 대략 다 죽이면 병이 낫는데, 약을 먹고 병이 완전히 나았다고 해서 평생 다시는 그 박테리아 때문에 감염되는 일이 없다, 이런 건 아니죠 (왜냐면 원인이 환자 외부에 있고 언제든 다시 침범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가령 류마티즘 관절염같은 자가면역질환의 경우에 약을 한번 먹어서 병이 완전히 낫는다는 것은 효능이 평생 간다고 말할 수 있겠죠 (왜냐면 원인이 환자 내부에 있으니까).
  • 제엠 2008/08/03 13:57 # 삭제 답글

    구충제라는것도 있죠
  • 효우도 2008/08/03 20:01 # 삭제 답글

    결국 이세상의 진리는 '그때 그때 달라요'
  • 기불이 2008/08/05 01:20 #

    그렇슙니다.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 이런 이야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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