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형 단상.

이오공감에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에 대한 포스팅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 책이 말하자면 왜곡이 심하다, 이런 이야기다. 아마 사실일 것이라 생각한다.

옛날에는 대학에 들어가면 선배들이 (물론 나도 후배들에게) "한국민중사"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등을 권해줬었다. 당시에는 정상적인 고교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은 근현대사에 대해서 무척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정규교육과정에서 가르치지 않는 부분, 왜곡해서 가르치는 부분 등에 대해 재교육을 한다는 취지에서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런 책이 씌여진 취지도 비슷했을 것이니 책의 논조가 편향되어 있다는 것도 놀랄 일도 아니고 사실관계에서 왜곡이 있거나 오류가 있다는 것도,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으나, 별로 놀랍지는 않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고 이런 과정이 지속되다보면 평형 Equilibrium 에 이르게 된다. 이를테면 정-반-합 이라는 것도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평형이란 것은 작용이나 반작용이 없어진 상태가 아니다. 화학의 예를 들면 A + B →←C 가 평형상태인데 이것은 A + B 가 C 가 되는 반응과 C 가 다시 A + B 로 돌아가는 반응이 비슷해서 겉으로 보기에 변화가 없어보인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양쪽 반응이 열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사회에다가 적용하자면 좌익과 우익 혹은 진보와 보수가 동시에 존재하는데 양 세력이 균형을 이루어 큰 혼란이 없는 상태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들이 합쳐져서 제 3 의 무언가가 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 혹은 정과 반이 싸움을 벌인 끝에 제 3 의 무언가 즉 합이 되었다고 하자. 화학반응에서는 이런 경우 A + B → C 라고 표시하게 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C 라는 압도적 다수에 대해 또 다른 반(反) 이 나타나고 사회는 또 다른 평형을 향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이냐면, 자기와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해서 이것을 무찔러 없애버리겠다는 것은 무한히 반복되는 무한루프를 타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몇번 한 이야기지만, 검찰에서 전국 조폭조직의 계보를 다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일제소탕이나 조폭멸절의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은 일시적으로 조폭을 다 없애봤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사바세계인 한은 필연코 다시 다른 넘들이 나타나서 원상복귀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검찰의 입장에서는 조폭조직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들이 일반백성들에게 큰 위해를 가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잘 관리하는 게 최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번 이야기한대로 우리 피부나 몸에 살고 있는 병원균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모조리 멸절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무균상태에서 자라나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한 일인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적당히 청결을 유지하여 병원균이 지나치게 번식하지 않도록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편향된 교과서에 대해 좌편향된 교과서를 들이미는 방식은 물론 무리하지만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완벽한 교과서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완벽한 교과서를 써놓고 보면 새로운 사료가 발굴되고 새로운 의미가 떠오르고 하는 것인데 적절한 업데이트가 없다면 오늘의 완벽한 교과서는 내일의 왜곡교과서가 되고 말 것이다. 우편향된 교과서에 맞서기 위해서는 적절한 균형을 갖춘, 당시로서는 완벽한 교과서를 들이밀면 더욱 좋겠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좌편향된 교과서가 나온다고 해도 별로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좌편향과 우편향이 넘쳐나니 읽는 독자가 양쪽 의견을 다 듣고서 스스로 판단하는 수 밖에 없겠다. 즉 세상에는 편향된 의견이 넘쳐나니 독자들이 알아서 평형을 이루는 수밖에 없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블로그에서는 소위 진보진영의 무리한 주장, 가령 예를 들어 식품첨가물은 다 독이라든가 MSG 를 먹으면 해롭다거나 등등에 대해 오랫동안 투쟁을 해오고 있는데 이런 당 블로그의 주장을 가령 비유컨대 우편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만일 그렇다면 세상에는 좌편향인 주장, 가령 예를 들어 식품첨가물은 다 독이라든가 MSG 를 먹으면 해롭다거나 등등이 넘쳐나는데 독자들은 이런 좌편향인 주장과 우편향인 당 블로그의 주장을 고루 섭취하고 스스로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당 블로그가 말로는 소환유에 대한 투쟁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들과 직접적인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미루어 짐작하듯이 귀찮아서가 아니라, 그들과 투쟁해서 몇몇 단체를 없애버린다고 해도 다른 쪽에서 또 다른 단체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귀찮아서가 아니다. 진짜다. 정말로 귀찮아서가 아니다. 정말이다. 진짠데......

다시 몸의 병원균으로 돌아가면, 평형을 유지하다가도 몸의 건강상태가 나빠진다거나 적당한 청결을 유지하는데 실패하면 병원균이 급격히 증식하여 병을 앓게 된다. 즉 평형이 깨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마테라스 폐하의 힘이 약해지면 그동안 그 힘에 눌려서 찍소리 못하고 있던 넘들이 죄다 기어나와서 피의 축제를 벌이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좌측 주장과 우측 주장을 고루 섭취하여 평형을 유지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므로, 우리들 모두는 정신건강이 나빠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고 너무 지나친 편향을 보이는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도록 스스로 정신적 청결성을 적당히 유지하는 노력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런 균형이 깨어지면 병을 앓게 된다.... 그리고 이런 병은 전염력이 강하다.....

혹시해서 덧붙이는데 나는 지금 편향된 주장에 대해 정당화를 하는 게 아니다. 물론 균형잡히고 사실관계에도 왜곡이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세상에 난무하면 무척 바람직하겠지만 편향된 주장이 횡행하는 것이 현실이고, 우리는 어떻게든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기에, 스스로 정신줄 놓지 않도록 항상 긴장하고 편향된 주장을 고루고루 검토해서 스스로 알아서 살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아 말하나 마나, 균형잡히고 사실관계에도 왜곡이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세상에 난무하면 무척 아름답겠지. 마치 무균실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이여. 시궁창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게 무척 조심해야 하는 것이고 무균실에서 키워진 사람은 현실에 내던져지는 순간 그야말로 처절한 현실을 온몸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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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불이 | 2008/07/15 01:33 | 모기불 정치통신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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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감자부침개 at 2008/07/18 00:48
다시쓰는 한국 현대사라... 지인들과 저는 해당 책을 읽고 나서 "무협지"라는 판단을 한 바 있습죠. 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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