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될 가능성은. by 기불이

올 것이 온 것인가.

한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영국같이 마구 갈아먹인 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광우병 소가 발견되지 않아도, 한국에서 소의 사육과 도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그동안 해온 악선전이 그대로 돌아올 것이다.

진중권 선생 말대로 중요한 것은 위험의 관리이다. 광우병이라는 위험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발견과 증거가 있어서 이런저런 위험이 있는데 그 위험은 어느정도이고 이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 정부는 이런저런 대책을 취하는데 그 결과 위험이 어느정도 감소하고 어쩌구... 이런 사실과 증거에 기반한 설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다들 하는 소리대로 이미 우리의 생활은 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 단순히 쇠고기를 피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다가 오염되어 생선에 수은이 축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가령 참치에는 수은이 얼마쯤 들어있는데 그러므로 임산부는 일주일에 한번만 먹고... 이런 권고가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2MB 정부가 이런 점을 간과하고 마구 저지른 것은 분명히 바보짓이고, 엄중하게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위험의 관리" 를 그르쳤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의 평가" 를 과장하는 쪽으로 나아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가령 참치에서 수은이 발견됐다 말이야. 그렇다고 "수은중독의 위험" "참치를 먹으면 이렇게 된다." "참치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몹시 곤란하다, 이런 이야기다. 모든 비유는 절름발이라고 했으니 광우병이 참치수은하고 같은 레베루냐 이런 딴지는 사양하겠다. 그냥 무슨 이야긴지 이해만 하시면 고맙겠다.

그나마 "위험의 평가" 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마구 과장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다들 하는 소리대로 사실 인간광우병에 대해 밝혀진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모른다." 라는 안개에 가려져있다. 아직까지는 안개에 가려진 윤곽만으로 대강 추측만 할 뿐이다. 대개 무지는 공포를 낳는데 대중이 이렇게 해서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미국드라마같은 데 보면 이런 장면이 잘 나오잖아요. 누가 패닉에 빠지면 주인공이 와서 "내 눈을 봐요! 진정하고 숨을 쉬어요.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이런 게 정말 중요하다니깐. 정신줄을 놓으면 본인도 위험하고 넘들도 위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넘들은 무지를 이용해서 패닉을 유도하고 장려하고 복제하고 확대재생산한다. 이들의 무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라는 무지에 기반한다. "아직까지 밝혀진 게 없다." "그러니까 수백만명이 죽을 수도 있다." 대강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

앞에서 말했지만 한국에서 광우병소가 발견될 확률은 낮다고 본다. 뭐 한두마리는 나올 수도 있겠지.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소를 키우는 환경이나 도축이 관리되는 실태 등등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대중은 "아무것도 분명한 것이 없다." 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소는 이러저러해서 이러저러한 가능성이 있다고 두려움에 떨었는데 한국소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혹은 미국만큼 관리되지 않는다 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미 학습된 불안과 공포가 깨어날 것이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라는 불안과 공포가 대중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미국쇠고기를 둘러싸고 불안을 전염시킨 자들의 책임이다. 사실에 기반하여 합리적인 비판을 하지 않고 불안을 퍼뜨려서 대중을 패닉에 빠뜨린 자들의 책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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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차가운사과 2008/05/15 00:30 # 답글

    오늘 강연회에서 진중권씨가 언급한 바가 있죠. 대중이 우리보다 앞서 나가서 시위를 벌였다고, 때문에 우리는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서 촛불 들고 있으면서, 다만 정당한 문제 의식을 보호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광우병 관련 과장된 부분들에 대한 우려가 많더군요. 그것이 진중권이 그 촛불 시위에서 본 정당한 문제 의식 (강연회에서는 이렇게 세가지를 들었습니다. 1.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생명권)를 인식, 2. 정치가 우리는 속여왔다는 걸 알았다는 점 3. 조중동이 어떻게 우리를 속여왔는지를 알았다는 점. 이 세가지를 알았다면 보수냐 진보냐에 상관없이 훌륭한 민주주의 시민으로 거듭날 거라는 언급을 하더군요.) 을 가려버릴까 걱정하던데, 결국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 기불이 2008/05/15 00:54 # 답글

    진중권씨가 요새 퍽 난감할 것 같습니다.
  • 차가운사과 2008/05/15 01:01 # 답글

    기불이 / 것 같은게 아니라, 정말 난감해 하더군요. 그래도 문제의식은 건져올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니 집회도 꼬박꼬박 참가하고 사진도 같이 찍고 그럤더군요.
  • 고어핀드 2008/05/15 01:28 # 답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진중권 선생은 한국에 태어나서 정말 개고생 삽질 많이 한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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