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는 대단해: 잉크없이 사진인쇄를.

연중캠페인

C&EN 2007, Sep. 10, p.34-35.

감열지란 게 있다. 아시겠지만 열을 가하면 열을 가한 부분에 까만색이 나타나는 종이다. 수퍼마켓같은 데서 영수증을 인쇄할 때 사용되는데 화학적으로 볼 때 이것은 지시약과 고체산이 같이 코팅되어 있는 종이이다. 열을 가하면 고체산이 녹고 -> 지시약이 protonate 되어 색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겠는데 종이에 인쇄를 하는 경우에 비해 종이자체에 전체적으로 코팅을 해놓아야 하니까 종이값이 다소 비싸다는 단점이 있고, 열을 내는 헤드와 종이를 전진시키기 위한 모터만 있으면 되니까 인쇄하는 장비의 구조가 간단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아이디어에서 사진을 인쇄하는 사진용지를 감열지화한 기업이 있다고 한다. Zink 라는 회사인데 아이디어가 무척 발랄하다. 사진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더 이상 사진을 찍은 다음 필름을 사진가게에 맡기지 않고 파일을 업로드하여 업소에서 인쇄하거나, 아니면 아예 집에서 인쇄를 한다. 이런 경우 잉크젯을 쓰든 레이저프린터를 쓰든 장비크기가 크고 잉크 카트리지나 토너 카트리지 등이 필요하게 된다. Zink 라는 회사에서는 삼원색을 내는 물질을 코팅한 레이어를 세겹 겹친 감열지를 만들고, 이 감열지를 이용해서 사진을 인쇄하는 기계를 만들었는데, 이 기계는 잉크 카트리지같은 게 필요없고 열을 내는 헤드와 종이를 앞으로 전진시키기 위한 모터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그 크기가 아이팟 크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휴대성이 아닐까. 기존의 사진프린터는 크니까 휴대하기가 곤란하지만 저것은 그냥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다. 아무데서나 사진기를 연결해서 스르륵 사진을 인쇄할 수 있다! 이건 정말 멋지죠. 다만 기사에도 나오지만 이미 사진프린터를 산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다들 Zink 로 귀순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그러면 대체 어떤 원리로 사진이 인쇄될까!

감열지와 비슷한 원리로, 색의 삼원색을 내는 물질이 3장의 레이어에 각각 코팅되어 있는데, 이 물질들은 색이 없는 결정이지만 열을 받아서 녹게 되면 구조가 바뀌면서 색을 내게 된다. 가령 붉은 색을 내는 물질은 아래와 같이 작동한다.

세가지 물질은 다 녹는 점이 다르다. 녹는점은 파란색<붉은색<노란색 순으로 높아지는데 순간적으로 높은 열을 가하면 제일 위에 코팅된 노란색만 녹고 낮은 온도로 오래 가열하면 파란색만 녹고 중간온도로 간헐적으로 가열하면 붉은색만 녹는다고 한다. 가령 속에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튀김과자와 마찬가지 원리. 아시다시피 아이스크림을 튀김옷으로 싸고 고온에서 순식간에 튀겨내면 속의 아이스크림은 녹질 않죠. 이런 과정을 잘 조절하면 여러가지 색상을 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아, 이거이거, 말이 쉽지....

정말이지 공돌이들은 인간적으로 대단하지 않습니까?

by 기불이 | 2007/12/22 08:51 | 모기불 과학통신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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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ncer at 2007/12/22 10:13
순간, 오래, 간헐, 높은, 낮은, 중간 이중에 특히 순간, 오래, 간헐이 들어간걸로 봐서 저 얇은 인화지에 열전도 까지 고민을 해서 만든것 같은데... 진짜... 말이 쉽지.... 정말 공돌이들은 인간적으로 대단하군요!!!
Commented by 꼬야 at 2007/12/22 11:03
오 디지털 폴라로이드 카메라인 건가요. 사이즈도 작고 멋진데요!!!
공돌이들이 있어서 세상은 편리하고 재미있어집니다! 공돌이는 역시 대단해요!!
Commented by 소년 at 2007/12/22 11:40
공돌이들은 19-20세기의 메시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7/12/22 12:29
저기 보이는 기계는 카메라에 연결해서 바로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고 카메라가 아닙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7/12/22 13:33
훌륭합니다, 진짜.
Commented by 외롬 at 2007/12/22 14:07
상품성이 있어보이네요. DSLR 쓰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쓰는 휴대용 사진인화기로 후지필름의 MP-300이란 게 있습니다. 인스탁스 미니용 즉석필름을 사용하는데 이게 가격이 만만치 않죠. 쪼그만 것이 장당 500원씩이나 합니다. 감열지 가격이 이보다 싸다면 충분히 시장에 파고들 수 있을 것 같네요.
Commented by Raz at 2007/12/22 14:10
꼬야님 댓글을 보고 생각한 건데 디지털 폴라로이드 카메라라고 디카랑 합쳐 만들어 팔면 잘 팔리지 않을까요? (폴라로이드는 아니지만)
폴라로이드는 화면이 안보이는 것이 단점, 디카는 인화가 귀찮은 것이 단점...
둘의 단점을 상쇄하네요.
디카 가진 사람들도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기도 하니까요.
인화지가 비싸도 폴라로이드 필름보다만 싸면야...
Commented by FrostB at 2007/12/22 15:03
비쌀것 같긴 하군요.
근데 정말 대단한 발상이네요.
Commented by 라임에이드 at 2007/12/22 15:27
그런데 감열지처럼 뜨거운 데에 놓거나 손톱으로 그으면 색이 변하려나요?
그렇다면 효용성 매초 -1 감소...
Commented by croydon at 2007/12/22 23:18
위키피디어 보니까 저 회사 Zink가 폴라로이드의 spin-off라고 되어 있네요.
디카 출현 후 폴라로이드에서 위기를 느끼고 여러가지 생존책을 모색한다고 하더니
저런 훌륭한 것이 나왔네요.
Commented by tx at 2007/12/23 21:21
감열지 영수증 몇달지나면 희미해지던데.
이건 어떨지...
Commented by 구아바 at 2007/12/23 22:55
이미 mp300이 대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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