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T 가 다시 살아나기까지. by 기불이

DDT 는 과거 특히 목화산업때문에 무척 남용되었다. 그 즈음 "침묵의 봄" 이 발간되고, 비록 저자인 레이첼 칼슨 여사는 화학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었지만 이 책에서 보여준 묵시론적 미래에 대한 묘사는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이것은 전세계적인 DDT 금지운동으로 이어졌다. "침묵의 봄" 조차도 DDT 를 완전 금지시키기 보다는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할 것" 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Practical advice should be "Spray as little as you possibly can" rather than "Spray to the limit of your capacity." 출처는 여기.) 칼슨 여사의 후예들은 DDT 완전금지를 위한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여기 중간에 끼여서 고생한 것이 WHO 이다. WHO 는 공식적으로 DDT 사용을 금지한 적은 없는데 다만 대상국가가 DDT 를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음에도 DDT 사용을 포기해야 했던 적은 많이 있었다. 그것은 비용을 대는 후원자가 DDT 는 안된다~ 하고 조건을 달았기 때문인데 이런 조건이 달리는 이유야 대체로 DDT 에 대한 근거없는 편견 또는 (환경단체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인 이유에서였던 것이다.

칼슨여사의 후예들은 DDT 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추방하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는데 일군의 과학자들은 DDT 를 살리기 위해서 또 나름대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DDT-to ban or not to ban, Parasitol Today, 1999, 15, 180-181.). 이 투쟁은 지난세기말에 정점을 이루었는데 이런 영웅적인 투쟁의 결과로, 지구에서 여러가지 화학물질을 몰아내기 위한 스톡홀름 컨벤션 Stockholm Convention (2004년 5월 17일 발효) 에서 DDT 는 "질병구제에만 쓴다는 조건" 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래서 DDT 를 쓰겠다는 나라는 매 3 년마다 WHO 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것은 칼슨여사의 후예들에게 무척 뼈아픈 일이어서 이들은 오늘날에도 DDT 의 완전추방을 위해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이런 후예들의 대표적인 단체로는 PAN (Pesticide Action Network) 이 있다. PAN 북미지부 홈페이지에 2006 년에 게시된 글을 보면 국어 영어 불어 독어 일어 쓰는 말은 달라도 소환유는 소환유죠 생각은 같잖아요~ (정말 같잖아요~ ) 란 것을 알 수 있다. 아직도 사하라 이남지역에서 연간 백만명이 말라리아로 죽고 (세계적으로 매 30초마다 어린이가 하나씩 말라리아로 죽는다), 국제사회의 압력과 내부의 압력에 직면해서 DDT 사용을 중단했다가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 다시 DDT 로 귀순한 나라가 한둘이 아닌데 만일 그런 나라에서 DDT 를 계속 사용하지 않았다면 연간 사망자는 수백만을 훌쩍 웃돌았을 것이다. 국내외 환경단체 및 소환유 신도들의 압력에 굴해서 DDT 사용을 중단했다가 병에 걸리고 심지어 사망한 사람들의 피해는 말하자면 이들 소환유의 책임인 것이다.

DDT, Global Strategies, and a Malaria control crisis in South America,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1997, 3(3), 295-302. 에서는 DDT 의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여간 국가인 브라질과 에콰도르를 대상으로 DDT 사용량과 말라리아 발생을 비교했는데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게 negative 한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즉 DDT 를 줄인만큼 말라리아가 늘었다는 것. 에콰도르도 1993 년 이후 DDT 로 귀순했는데 말라리아 발병률을 비교한 아래 그림을 보면 에콰도르가 그래야 했던 이유가 분명해진다 (출처: 위 논문).

1993 년에 전 미대륙 (북미, 중미, 남미) 을 통틀어서 벽에 분무된 DDT 는 1172 톤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1968 년 한 해동안 미국에서 사용된 DDT 양의 6% 에 불과하다고 한다. 과거 인간의 과학지식이 아직 얕던 시절 무분별하게 과량 사용했던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것이지만 칼슨여사의 후예들은 오늘도 DDT 의 해악이 어쩌구 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기 바쁘다. 왜냐면, DDT 에 대한 공포가 극복되면 그 사람들은 밥벌이를 못하잖아! 타나토노트들이 저세상에 갔다와서 "가봤더니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더라." 이런 증언을 하면 여러종교가 쪽박을 차겠죠. 마찬가지 원리. 공포가 없으면 저 사람들 밥벌이도 없는 것이다.

Hazard or Help? The Lancet, 2004, 364, 1113-1114. 에는 보다 생생한 예가 여럿 나온다. DDT 를 사용하게 된 덕분에, 2000년-2001년 에 비교해서 가령 남아프리카의 KwaZulu Natal 지역에서는 말라리아 발생이 96% 줄었고 이웃한 스와질랜드 Swaziland 에서는 91% 줄었으며 남모잠비크 Southern Mozambique 에서는 86% 줄었다. DDT 가 없어서 병에 걸리고 죽어간 사람들만 불쌍하지 뭐. 1980년대에 마다가스카 Madagascar 에서 말라리아로 죽은 4만명은 DDT 가 있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에디오피아 Ethiopia 는 1958년 15만명이 죽은 이후 DDT 를 사용하고 있다.

DDT 를 없애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흔히 다른 살충제가 도포된 모기장을 대안으로 내세우는데 현실에서는 이게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기장없이 잠을 자고, 모기장을 줘도 임신한 여성이나 어린이 대신 아저씨들이 이 모기장을 이용하는데 그것은 아저씨들이 돈을 벌어오고, 그래서 더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그러나 벽에 DDT 를 뿌리면 모든 사람이 보호의 혜택을 본다. 남아프리카는 1946 년 이래로 DDT 를 쓰다가 환경문제와, 벽에 하얗게 남는 얼룩때문에 1995 년에 사용을 중단하고 pyrethroids 로 전향했는데 이후 내성모기가 급증, 말라리아 케이스가 1995 년 4,117 건에서 2000 년 64,622 건으로 폭증하여 다시 DDT 로 귀순했다. 2000 년 당시 마을지도자들이 당국에 와서 "그 벽에 하얀 가루 남는 놈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이렇게 요구했다고 한다. DDT 를 도입한 이후 말라리아는 진정됐고 (80% 감소) 이제 "everyone is happy." 라고.

흔히들 DDT 를 옹호하는 쪽은 화학회사의 로비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이다. 오늘날 DDT 를 공식적으로 만드는 대형화학회사는 없다. 반면 DDT 의 대체품을 만드는 화학회사는 많아서, 이런 회사에서는 DDT 를 추방하기 위한 로비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DDT 를 반대하는 소위 환경단체들은 자기도 모르게 대체살충제를 만드는 화학회사들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알 수는 없지만, 그런 화학회사들이 환경단체의 뒷돈을 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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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yontae 2007/12/12 07:57 # 답글

    모기는 크게 낮에 활동하는 타입과 밤에 활동하는 타입이 있는데 모기장의 단점은 밤에 모기장 안에서 자는 사람들만 보호가 된다는게 문제죠. 하루종일 집안에서 모기장을 뒤집어 쓰고 있을수는 없으니까. 더불어 DDT 만큼 효과가 긴 대체품이 없지요. 다른 대체품들은 대략 2-3개월 정도 가는데 아프리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진흙등의 벽에서는 그보다 더 짧을때도 많다고.
    뭐 WHO에서 발행하는 질병 매개체 관리의 교과서라고 할수 있는 Vector Control 책만 봐도 거의 대부분의 질병 매개체 관리에 DDT를 추천하고 있지요.
  • 獨劍 2007/12/12 08:09 # 답글

    우리나라도 ddt사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우리집 모기가 11월 중순까지 있습니다; 지금도 방 구석에는 한 두마리 있음;;; 경기도 안성인데도요-_-; *키퍼나 **킬러따위 아무리 뿌려도 효과도 없고; 모기장은... 그거 컴퓨터 할때도 뒤집어쓰고 하나요-;-
  • 레이맨 2007/12/12 10:28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우리나라야 아직 모기 매개 질환이 별로 없으니 - 댕기열도 없고, 웨스트 나일도 없고, 말라리아도 약한 놈들이라 - 꼭 써야할 이유는 없겠지만, 저런 나라들은 생존의 문제겠군요. 그나저나 영어쓰는 소환유들은 그래도 나름 레퍼런스는 붙여주는군요. ^^
  • 맨땅에헤딩 2007/12/12 10:48 # 답글

    사실 DDT 금지는 인구조절을 위한...(응?)
  • 누렁별 2007/12/12 13:23 # 답글

    wikipedia의 DDT 항목 중 'DDT use against malaria'에서 보면, 언급하신대로 남아공, 스와질랜드, 모잠비크, 에콰도르 등 많은 곳에서 확실히 효과가 있지만, DDT 사용의 감소는 내성 모기의 출현 때문에 1972년 미국의 금지 조치보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는데요. DDT 내성 때문에 스리랑카, 인도의 일부 지역, 파키스탄, 터키 등에서는 다른 살충제를 써야 한다고 합니다.
    'Criticism of restrictions on DDT use'에서 May Berenbaum의 말처럼, 환경론자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요. DDT의 완전 금지를 주장하는 자들은 DDT의 대량 살포를 재개하자는 자들만큼 드문데, 그들의 영향력을 과대 평가하지 않나 싶습니다.
  • 라임에이드 2007/12/12 16:28 # 삭제 답글

    아아.
    "PAN 같은 NGO에 대해 우리를 타겟으로 해를 입히려는 부문 말고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몇십억 정도 지원해보면 어떤지 검토해볼 것."
    이런 지시사항이 있었겠죠.
  • 기불이 2007/12/13 01:41 # 답글

    누렁별// 옛날부터 내성이 나타나서 농약으로서의 사용이 감소한 것은 맞는데 말라리아 예방목적으로서는 조금 다른 이야깁니다. 소환유들은 다른 나라의 DDT 사용도 직간접적으로 방해했고 (환경오염을 이유로) 살충제에 의한 직접적 방제 또한 직간접적으로 방해해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게 맞습니다.
  • Solid_One 2008/02/18 23:45 # 답글

    집은 수도권입니다만 강릉에 2년 살았습니다.
    집에서는 모기향 틀어도 효과를 모르겠던데
    강릉에서는 모기향 틀면 다음달 아침 모기 시체가 바닥에 많이 깔렸더군요.
    모기 수가 차이나서 그런지 내성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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