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T 내성모기. by 기불이

DDT 의 부활.

이미 나온 이야기지만 DDT 에 내성을 보이는 모기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DDT 는 한물갔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DDT 를 벽에 뿌릴 경우, 모기를 죽이기보다는 쫓아낸다고 한다. DDT 를 사용해야 하는 동네의 집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집이 아니고 움막인 경우가 많은데 딱딱 아귀가 맞는 창문과 방충망, 문 이런 거 기대하면 곤란하다. 여기저기 구멍투성이고 해가 떨어지면 모기들이 집안에 우굴우굴한... 아 생각만 해도 울렁울렁... 여하튼 이런 환경이다. 모기란 게 기본적으로는 낮에는 잠자고 밤에 피를 빨러 돌아다니므로, 밤에 사람이 잘 동안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07 년 8월에 네이처 메디칼에 나온 소식 (Nature Medicine, 2007, 13, 1002 - 1003.)을 보면, 벽에다가 DDT 를 포함한 3 종의 살충제를 뿌려놓고 어떤 넘이 제일 효과가 좋은가 본 결과가 있는데 (불행히도 말라리아 모기는 아니고 황열병 모기를 사용한 연구), 다른 살충제들은 모기가 앉기만 해도 죽는 등 파워풀했지만, DDT 의 경우는, 59% 의 모기들이 DDT 를 뿌린 집에 아예 들어오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요점은 사람이 잘 동안 근처에 모기가 없도록 한다는 것이므로 이것은 상당히 우수한 결과인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내성이라는 면에서도 굉장히 훌륭한 결과인데 왜냐면 모기를 죽이지 않으면 내성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내성이란 게 왜 생기느냐. 인간이 살충제로 모기를 죽일 때, 만일 이 살충제가 듣지 않는 모기 (내성모기) 가 돌연변이 등에 의해 존재한다면, 살충제 살포가 인위적인 선택으로 작용하게 되고,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지만 (내성없는 놈들이 다 죽으니까) 경쟁이 없어진 상황에서 내성모기가 번성하게 된다. 내성모기가 바뀐 환경 (살충제) 에 대해서 우성으로 작용해서 번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개체수가 다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죽이지는 않고 다만 쫓아내게 되면 내성이 발현될 여지가 없어진다. 기본적으로 모기수를 줄이지는 않지만 밤에 모기에게 물리지는 않게 된다는 것이다. 모기를 죽이는 살충제의 경우 내성모기가 다수가 되면 이 살충제를 뿌려놓아봤자 소용없어지게 된다는 것과 비교해보라.

이 결과는 조심해서 사용한다면 DDT 가 여타 다른 살충제보다 훨씬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DDT 는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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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raco 2007/12/08 06:29 # 삭제 답글

    으흠..그런데..
    DDT때문에 피를 못빠는 상황이 반복되면, 내성 형질을 가진 모기가 생존과 번식에 더 우성으로 작용하는건 마찮가지 아닌가요.
    내성 모기도 그렇게 생긴것일테고.
    뭐 정도 차이 문제겠지만요.
  • 기불이 2007/12/08 07:14 # 답글

    아닌데요. 모기들이 DDT 를 싫어해서 아예 안들어오니까 내성이 발현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파인로 2007/12/08 07:55 # 답글

    Draco 님 말씀은 (제가 이해하기론) DDT 때문에 모기가 피를 빨 수 있는 가정이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DDT 대신 살충제를 쓰는 집으로 모기들이 몰려가는데 그 과정에서 살충제에 내성이 없는 모기들은 죽지만 내성이 있는 애들은 살충제를 맞으면서도 기어이 피를 빨아먹기 때문에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내성이 있는 애들만 살아남게 된다, 정도가 되겠네요.

    일견 타당해보입니다만 현재 상황처럼 모든 집이 살충제를 써서 내성에 강한 놈만 빨리빨리 남겨놓는 것보단 DDT로 쫓아내는 게 좀 더 내성이 강한 모기의 번식을 저지하는데 효과적이겠죠. DDT 때문에 쫓겨난 놈들은 내성이 있는 놈이나 없는 놈이나 마찬가지이고, 그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굶어죽는 것 또한 마찬가지니까요. 말씀하셨듯 일반 살충제를 쓰는 집에 갈 수도 있지만 거칠게 잡아 DDT를 쓰는 집과 살충제를 쓰는 집이 반반이라고 가정하면 쫓겨난 모기가 다시 DDT 있는 집으로 갈 확률과 일반 살충제를 쓰는 집으로 갈 확률이 반반이죠. 그럼 놈들이 굶어죽을 확률 또한 높아지고요.

    결론은 DDT의 이로운 사용법을 널리 퍼트려 너도 나도 DDT를 집에다 바르자, 정도가 되겠네요. 이상 야매 이과 출신 대학생의 한마디였습니다. 하하.
  • 파인로 2007/12/08 08:04 # 답글

    근데 문제는 DDT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입니다. 일반적인 인식으론 DDT는 오래 전에 발명되어 질 나쁜 살충제, 문제 많은 살충제니까요(살충제로 쓰일 땐 분명 그렇고요).

    비슷한 예로 탈리도마이드를 들 수 있겠네요.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이어서 임산부들의 수면유도제로 널리 쓰이다가 일명 탈리도마이드 베이비(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기형아를 칭하는 말로 팔이나 다리 중 일부가 짧거나 아예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사건 때문에 시장에서 매장당한 약품이지요. 하지만 최근에 와서 임신 초기 3개월에만 복용하지 않으면 임산부가 먹어도 태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임신하지 않은 일반 여성이나 남성이 먹어도 문제 없고요.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이미 부정적이죠. 기형아를 만드는 수면제. 누구를 탓하고 싶다기보단 참 안타깝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물질이 고정관념 때문에 외면 받으니까요.
  • 기불이 2007/12/08 08:09 # 답글

    탈리도마이드는 무섭죠!!

    탈리도마이드는 꼭 쓸 필요는 없지만 DDT 는 저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물질이란 점에서 좀 차이가 난다고 봐요.
  • 파인로 2007/12/08 08:34 # 답글

    기불이 // 부작용 때문에 퇴출된 약품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언급하다보니 제 논점이 산을 가버렸군요; 하긴, 탈리도마이드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은 없으니까요.

    근데 탈리도마이드를 무서워하시는 까닭이?; 투여 대상을 조금만 주의하면 굉장히 좋은 약품인데요.
  • byontae 2007/12/08 08:34 # 답글

    모기가 사람만 문다면 그게 진화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사람 말고 다른 포유동물을 물어도 충분히 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게 DDT 내성이 딱히 우성으로 작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insecticide가 아니라 repellent로 작용하면 안좋은 점이, 만약 열집중 한집이 적절한 방충/살충 처리를 받지 않으면 모기들이 그 집으로 다 몰려가게 된다는 거죠. repellent는 모기를 쫓을뿐 개체수를 줄이지는 못하니까. 그래서 철저한 방역작업이 중요한것이겠습니다마는.
  • 기불이 2007/12/08 09:12 # 답글

    파인로// 일단 유사시에는 기형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하기가 꺼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죠.

    byontae// 방충망이나 모기장처럼 작용하는 거니까.... 그러면서 환경도 개선하고 그러면 무척 친환경적으로 모기구제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하얀까마귀 2007/12/08 16:50 # 답글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이 원체 임팩트가 있었다보니... 그리고 한때는 광학이성질체중 한쪽만 분리해 내면 될것 같다더니 그것도 아닌걸로 밝혀지고요.

    http://www.kodc.or.kr/search/srch111.asp?code=009783

    사용상 주의사항을 보면 ㄷㄷㄷ
  • 라임에이드 2007/12/08 16:51 # 삭제 답글

    누구나 자기가 잘 파악하지 못하는 물질은 위험을 과대평가하고,
    자기가 잘 아는 물질은 위험을 정확히 평가(혹은 과소평가)하는가 봅니다.
    여태까지의 논쟁에서 살짝 느껴지던건데, 파인로님과 기불님의 대화를 보다보니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의 논쟁(이라 쓰고 말싸움이라 읽죠)이 일어난 근본 원인은 DDT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를 누가 더 많이 접했느냐 하는 차이인 듯.
  • 기불이 2007/12/08 21:27 # 답글

    라임에이드// 탈리도마이드는 라세믹인데 (광학이성질체 R 과 S 가 1:1) 하나는 유효한 약이고 다른 하나가 기형아를 유발합니다. 요새는 기술이 좋아서 분리할 수도 있는데 그래봤자 몸에 들어가면 도로 라세믹이 됩니다. 위험천만이죠.
  • kanie 2007/12/08 22:56 # 삭제 답글

    내성에 관해서는 Draco님 말씀이 맞는 것 같은데요. DDT에 내성이 있는 놈들(이 경우에는 DDT를 벽에 발라놓아도 도망가지 않는 놈들이겠죠)의 경우에는 DDT를 발라놓은 집에 들어가서도 사람의 피를 빨 수 있을테니, 다른 모기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독점적인 번식장소를 마련한 거나 마찬가지가 되겠죠. 그게 번식 성공률에 단 1%의 차이만 가져온다고 해도, 모기는 번식주기가 엄청 빠르니 내성이 금방 쌓일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DDT를 쓰지 말자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죽이지 않는다고 진화압력을 못 주는 건 아니란 말이죠.
  • 기불이 2007/12/09 00:28 # 답글

    DDT 에 내성이 있다는 것은 DDT 를 뿌려도 잘 죽지 않는다는 뜻이지 갸들이 DDT 뿌려놓은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혹시 DDT 에 상관없이 마구 들어갈 수 있는 신종이 있다고 해도, DDT 를 싫어하는 다른 종도 집 바깥에서 다른 포유동물 피를 빨 수 있는 한 그렇게 큰 이득을 보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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