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귀들.

귀얇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근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팔랑귀일까 하는 의문이 문득.

일전의 녹색귤 노란귤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녹색귤이 제일 맛있는 상태이고 노란귤은 강제착색이고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정말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굉장히 놀랍다. 어떻게 저런 걸 믿지? 근데 믿는 사람들이 정말로 있단 말이야. 이런 현실을 받아들입시다. 근데 어째서 저런 이야기를 믿지?

덧붙임) 극조생종이라는 귤은 다 익어도 녹색기가 남아있다고 한다. 이런 예외를 제외하고는 노란귤이 다 익은 귤이다.

1) 불신의 시대.
사방에 낚시바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본능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장사꾼들은 모두 나를 속인다라는 강한 느낌을 갖고 있다. 물론 세상에는 나를 털어 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지만 그런 걸 막기 위해서 시스템이란 게 있어서 대체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불신자 -_-; 들은 그 시스템을 만든 자들을 못믿겠다, 이런 것인가 보다. 그래서 대기업을 불신하고 기존학계를 불신하고 전문가를 불신하고 그러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을 노리는 시장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2) 사실 거기에 대해서 아는 바가 쥐뿔도 없다.
아마 녹색귤이 가장 맛있는 상태고 노란귤은 강제착색이라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중 많은 수는 나무에서 과일이 익는 걸 한번도 구경해본 일이 없을 것 같다. 과일이 생기는 과정에 대해서 학교에서 다 배웠겠지만 그거야 진짜 기본일 뿐이지. 애기가 어떻게 생기는지야 다들 알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듯이. 과일이란 게 어떻게 익는다는 것에 대해 안다면 저런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무지는 불신을 낳는다. 내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불안해지고 속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고 이것은 불신으로 이어진다.

3) 듣고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을 믿는다.
불신자 -_-; 들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을 의심없이 믿는다. "사실은 네가 속은 거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 줄 알았어!" 하는 것이다. 어차피 아는 바는 쥐뿔도 없으니까 그럴 줄 알았다고 판단하는 유일한 근거는 "나도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왔다." 이것 하나뿐. 그러니까 이건 아마도 "나는 틀리지 않았다." 라는 자기위안의 다른 표현일 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것은 자기가 옳다라는 자기합리화의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긴 믿음은 깨지기 어렵다. 즉 이런 믿음에 대한 충성도는 무척 높다. 그래서 이들을 노리는 시장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4) 자기 경험만을 믿는다.
불신자 -_-; 중에 자기 경험에 속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도 겪어봤는데..." 이런 자기 경험에 대한 확신도는 무척 높다. 그러나 세상에는 우연이란 것도 존재하고 또 경험이란 것은 종종 misleading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과일의 후숙이 좋은 예인데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난로를 피워서 과일을 후숙해왔다. 아마도 이 효과는 우연히 발견되었겠지. 석유난로를 피운 방에 덜 익은 과일을 넣으면 빨리 익는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이 경험은 나름 know-how 로 전승되었을테고. 그러나 과일을 익히는 것은 열이 아니라 석유가 타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고 그중에서도 에틸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규명됨에 따라 요즘은 에틸렌을 써서 후숙을 한다고 알고 있다. 열은 불필요한 것이었고 사실상 중요한 것은 부산물인 에틸렌이었던 것이다.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지만 종종 피상적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종종 쉽게 망각된다. 이런 경험에 사로잡힌 사람은 이 경험과 합치되는 이야기는 섣불리 믿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팔랑귀가 만들어지는 메카니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by 기불이 | 2007/10/27 01:22 | 모기불 낚시통신 | 트랙백(1)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mogibul.egloos.com/tb/345586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모기불통신 at 2007/10/27 01:45

제목 : 소귀들.
팔랑귀들. 에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소귀들이라는 말이 적당하겠다. 소귀에 경읽기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근데 재미있게도 팔랑귀들이 동시에 소귀들인 경우도 많다. 그러니까 가령 이런 메카니즘을 밟는 것이다. 물론 메카니즘은 다양할 수 있고 이건 예일 뿐이에요. 불신 -> 듣고싶은 이야기를 들음 -> 자기생각이 옳았다는 확신 (여기까지 팔랑귀) -> 일단 확신이 서면 소귀로 전환 -> 이 확신이 틀렸다는 이야기에 반발. 흔히 말하는 인지부......more

Commented by 신우승 at 2007/10/28 16:23
트랙백하면 제목만 뜨길래 통째로 긁어서 퍼갔습니다. 괜찮지요? 제 블로그는 위의 '녹색귤 노란귤'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좋은 글 잘 읽겠습니다.
Commented by 김남용 at 2007/10/29 08:53
트랙백의 가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그 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모기불님의 블로그에서 펌질이 올타 그르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정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면 이 글을 펌질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이 글(트랙백)을 읽어볼 수 있도록 하는 글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 이 글이 자신이 두고두고 읽을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오히려 트랙백후 그에 따른 느낌, 감상 등을 올리는 것이 낮다고 여겨집니다.

후일 시간이 지나면 '예전에 내가 이래서 이 글이 좋다고 여겨졌구나!' 혹은 '이때 내 생각은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구나!'라고 여길 수 있을 테니까요.

더. 일단 괜찮지요? 라고 물어보는건 상대방에 대답을 기다리는 건데, 이 경우 자문 자답은 올바르지 않은 행동으로 보이는 군요.

하나 더. 혹시나 하여 공지사항을 검색해 봤는데, 공지사항에서 '통채로 스크랩(펌질)은 불가.' 라고 나와있군요.

하나 더. 펌글이라고 적어도 저작권에는 저촉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모기불 통신에 해당 글에도 동일하게 리플로 올렸습니다.)
Commented by 신우승 at 2007/10/29 10:34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제 블로그에 있는 글을 통째로 지우면 뭔가 소심해 보이고, 그렇다고 그냥 두면 모기불님에 대한 예의뿐 아니라 저작권에 위배되는 셈이라 어떤 행동을 취하기 조금 애매하네요. ㅎㅎ 하지만 지적하신 부분이 옳다 생각되어 제 블로그에 퍼간 글은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질문 하나, 트랙백하면 원래 제목만 뜨는 건가요?
Commented by 김남용 at 2007/10/29 12:13
그렇습니다. 원래 제목만 뜹니다. 그 제목은 트랙백한 링크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트랙백한 원글에는 여기서 트랙백 했습니다. 라고 뜹니다.
말이 좀 복잡한것 같은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우승님께서 "팔랑귀들"에 트랙백을 하고 글을 올리면 신우승님의 글을 읽은 분들이 원글 "팔랑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팔랑귀들"을 읽는 분들은 트랙백에 무슨 글이 있는 지 확인하고 신우승님의 글을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방향 링크는 자신의 글에 대해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이 트랙백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Commented by 신우승 at 2007/10/30 00:47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참고로 펌글을 삭제하다보니 김남용씨의 댓글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