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을 본 적이 없다.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보기 시작했는데 철완아톰의 올스타전 같은 느낌이 우선 들었다. 철완 아톰에 나오는 주요 주인공들이 다 나오기 때문이다 (정작 아톰은 빼고). 대충 짚어봐도, 콧수염 탐정, 켄이치, 아세틸렌 램프, 햄에그 (허무하게 죽어버리지만.. 죽는 순간에 촛불 켜지는 건 쬐끔 웃겼어.), 스컹크, 아틀라스, 빨간셔츠단 등등.
철완 아톰의 독특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과거와 미래가 서로 스며들어있는 지점에서 발생하는데 가령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로봇이 만들어지는 시대에 진공관을 쓴다거나 우주여행이 일상화된 시절에 프로펠러기가 사용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어설픈 미래의 디자인보다, 이런 것들이 풍겨내는 아취는 생각밖으로 강하다.
철완 아톰에 나오는 로봇의 디자인이나 미래도시의 디자인은 지금의 기준에 견주어 어설프게 느껴지는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서먹하기만 한 미래의 이미지를 뭔가 친숙하게 느껴지게 하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메트로폴리스라는 애니메이션은, 데츠카 오사무의 최고 걸작은 아니지만,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철완 아톰의 일종의 평행우주로서 제작된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안됐지만 그저 "빛좋은 개살구". 작화도 좋고, 색감도 좋고, 연출도 그만하면 훌륭하고, CG 와 셀 애니메이션은 솜씨좋게 서로 섞여있지만 데츠카 오사무쯤 되는, 그리고 철완 아톰정도로 잘 알려진 작품을 오마쥬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창작품 하나 새로 만드는 것보다도 훨씬 힘든 일이고, 어설픈 오마쥬는 자칫 원작에 먹혀버린다는 사실의 강력한 예로서 남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볼거리는 풍성하지만, 독립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섰다고는 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확실히 비주얼에 있어서는 메트로폴리스가 철완 아톰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당연히 낫겠지. 철완아톰의 도시 디자인이며 기타 디자인들을 기반으로 훨씬 보기좋게 만들려고 한 노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거장을 너무 의식한 탓에, 데츠카 오사무의 냄새가 나는 모조품같은 느낌으로 떨어져 버렸다. 완벽한 오사무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립적인 디자인도 아니고. 이것은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이니까 그가 살아있었다면, 그가 현재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찍었을까 하고 장면장면 고민한 것이 뻔히 보인다.
명작으로 길이 남을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 은, 원작의 설정과 스토리라인은 가져오되, 구체적인 형상화는 원작과 거의 상관없다고 생각해도 괜찮을 정도이다. 이런 개성적인 연출이, 이 애니메이션을 걸작으로, 고전의 반열에 올렸다.
재료가 너무 좋으면 요리사가 재료에 져버린다고 하더니, 이미 고인이 된지도 한참이 된 데츠카 오사무는 현역 감독들을 이렇게 주눅들게 한다. 그러게 이길 자신이 없으면 섣불리 거장의 작품에 달려들지 말 일이다.
그런데 재킷을 보니 카메룬이 엄청나게 극찬을 해놓았다. 하긴, 그래서 미국에서 개봉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도 있었던 것 같다. 딱 카메룬이 좋아할만한 정도지. 비주얼이나 만들 줄 알지, 카메룬이 드라마를 아나. 딱 카메룬 수준이다.









덧글
꿈의대화 2004/09/16 20:52 # 답글
제임스 카메룬 말씀하시는건가요? 왜요~ 타이타닉 있잖아요~ ㅎㅎ
기불이 2004/09/16 22:58 # 답글
그거 드라마 무지 단순 유치뽕이잖습니까.. 역시 타이타닉도 비주얼 빼면...
남쪽계단 2004/09/17 13:44 # 답글
원작 연대순으로 말하면 메트로폴리스가 아톰보다 먼저 나온 작품입니다. 감독왈 데스카 오사무가 살아있었다면 절대 이 영화를 만들게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했더라는군요. 왜 아니겠어요.
기불이 2004/09/17 13:53 # 답글
그렇지요. 오사무는 스타시스템을 좋아한 사람이니까 주요 인물들은 여기저기 나오지요. 근데 메트로폴리스에 그들이 모두 출연했는지는 모르겠고.. 좀 뭐랄까, 오사무 팬들에게 바치는 작품같은 느낌인데 좀 약하다는 거지용.
기불이 2004/09/17 14:03 # 답글
게다가 원작의 스토리라인이 대폭 수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마 "아이 로봇" 수준으로 그냥 제목만 갖다 쓴 게 아닐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