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 by 기불이

권용국 감독 "말아톤, 그' 씁쓸함'이 만든 파란자전거" 을 읽고나니 아마 내가 말아톤을 오해했든지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말아톤은 외형상 자폐증을 갖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인데 실화에 바탕했다거나 자폐증을 앓고 있다거나 하는 것은 단순히 소재일 뿐 이 영화는 "성장"에 관한 영화인 것으로 이해를 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장애를 극복하고 큰 일을 해내고.... 하는 인간승리 류의 영화나 소설이나 만화는 흔해빠졌는데 이 영화는 이런 흔한 부류가 아니다. 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덕목은 "자폐증 청년의 장애극복기" 쯤으로 이해될 수 있는 특수성에서 벗어나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성장영화" 라는 보편성을 획득했다는데 있다. 소년은 부모에게서 벗어나 청년이 된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세계에서 자기를 지켜주는 부모의 품을 벗어나, 스스로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아름다운 비상을 그린 영화인데, 단지 주인공이 자폐증을 갖고 있는 캐릭터일 뿐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장면은 다들 기억하시다시피 마지막에 초코파이를 떨어뜨리는 장면인데 이 장면에서 나는 하마터면 울 뻔했었다. 그리고 이 의미심장한 장면조차도 과장없이 담담하게 묘사한 감독의 연출력에 무척 감탄을 했었다. 이런 소재를 다루면 흔히 감상주의에 빠지거나 특수성에 매몰되기 쉬운데도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보편성을 획득해낸 정윤철 감독은 무척 대단하지 않은가. 물론 조승우라는 걸출한 배우를 고른 안목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승우는 정말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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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는 얼마나 현실적이어야 하는가? 2007/04/21 03:11 #

    말아톤. 은 다시 말하지만 자폐증을 갖고 있는 초원이가 마라톤으로 자폐증을 극복하는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아니다. 장애인의 날 특집 드라마가 아니라는 말씀. 그런데 댓글을 봐도 그렇고 저 글에 인용된 기사를 봐도 그렇고 저 영화가 장애인을 소재로 이용했을 뿐 장애인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 화가 난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의 주제는 대체 영화는 얼마나 현실적이어야 하는가? 를 생각해보자는 것. 가령 검사가 나오는 드라마에...... more

덧글

  • intherye 2007/04/21 02:17 # 답글

    저는 말아톤을 보고 기불이님과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마라톤 뛴다고 자폐증이 낫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뭔가 성장을 해서 영화 종료 시점 이후에 극중 조승우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되지도 않았구요. 그래서 오히려 자폐란 설정을 이용만 해서 노력-몰입-성취감 같은 흐름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조승우가 씩 웃는 걸 보니 "이 영화는 겉보기와 달리 장애인 영화가 아닙니다"라는 해설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더군요.

    원래 영화가 잘 팔리려면 ("괴물"이 그랬듯이!) 여러 종류의 관객들을 공략해야겠습니다만. 말아톤 같은 경우 조승우나 스포츠 영화, 성공담, 인간들의 관계맺음, 청년의 성장 등등등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에게는 훌륭한 영화였지만, 장애인을 다룬 영화로서는 좀 열받을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극작품으로서 어떤 보편성을 획득했을지는 몰라도, 안타깝게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특수성 한 가지를 대놓고 포기한 영화라고나 할까요. 쩝. _-_
  • 기불이 2007/04/21 02:55 # 답글

    검사를 다룬 드라마에 나오는 검사들은 현실의 검사와 다르다든가 경찰드라마에 나오는 경찰들은 실제 경찰과 다르다든가 영화에 나오는 과학자는 실제 과학자와 다르다든가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다만 장애인이라는 설정은 검사-경찰-과학자 등과는 다르게 예민하다는 게 차이점이지만.
  • intherye 2007/04/21 03:05 # 답글

    단지 장애인에게 예민하기 때문으로 보긴 쫌 그런 것이, 범인을 수사해서 잡는 주인공을 내세우고 싶으면 대체로 경찰을 쓰는 편이 무방합니다. 뭔가 발명해내거나 연구하는 주인공을 내세우고 싶으면 관련 학위 소지자(과학자?)를 쓰는 편이 간단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마라톤을 뛰는 청년 주인공이 장애인이어야 할 필요는 거의 없죠. 그런데도 "자폐 장애인", 그것도 "실화 바탕"을 표방한 것은 극중 경찰 등에게 바라는 것과는 다른 어떤 기대감을 갖게 했었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훌륭한 영화였음에도 그 막연한 기대감을 저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었고, 링크하신 기사 속 인터뷰에서 얘기하는 안타까움이 어느 정도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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