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by 기불이

구로사와 아키라, 1963년 작품.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를 보고서 "유괴영화는 이제 아무도 못 만들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 라고 그랬다고 한다. 설마... 했습니다만.

영문제목은 High and Low 입니다.


명불허전.


ㄷㄷㄷ... 과연 구로사와 아키라 이름값을 하는군요. 초반부는 연극을 연상시키고 거리로 나온 다음에는 영화가 완전히 달라진다. 부분 부분은 어딘가 히치코크의 "싸이코" 를 떠올리게 하는데 특히 기자들을 앉혀놓고 브리핑하는 장면과 마지막에 유괴범과 대면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영화가 꽤 긴데 (143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걸작이란 하여간 쇼트 하나 음향효과 하나 전부 걸작인 것이다. 고전영화들은 장면 하나하나가 그대로 예술이라서 참 좋아요. 대가의 연출이란 이런 것이구나. 정말 대단합니다. 뭐, 직접 눈으로 확인하세요.





유괴범이 마약을 구하기 위해 고고장에 잠입하는 장면이 재미있어서 소개. 고고장에서 음식도 팔고 그러는지 벽에 메뉴가 죽 적혀있는데 굉장히 낯익은 메뉴가....

비빔밥 불고기정식 상추쌈

상추쌈정식 300 엔... 저거 1963년 영화거든요. 그때 300엔이라니 무척 비쌌군요.

곰탕 150엔 100엔...

제 주제에 뭐라고 감상을 쓰는 것 조차 이 영화에 대한 모독일 듯 싶고, 그냥 한번 보시라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처음에 나중에 이런저런 반전이 있는 것이 아닐까, 쟤가 배후일까, 아니면 쟤가... 이러면서 봤는데 끝까지 보고나서 "나는 정말 더럽혀졌구나." 하고 비참해졌습니다. 이 걸작은 이런저런 지저분한 잔재주같은 것은 부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공으로 나갑니다. 그야말로 진심이라고 할까. 끝을 본다고 할까. 아 쇼크받았어요. 세상은 넓고 봐야될 영화는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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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국과 지옥, 다시 보고나서. 2007/02/26 04:20 #

    천국과 지옥. 을 다시 봤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다시 틀어봤는데 여전히 감탄 감탄 감탄! 이 영화는 화면 한장면 한장면의 구도나 미장센이 정말 대단합니다.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드리려면 영화의 쇼트 하나하나를 다 보여드려야 할텐데 그건 가능하지 않으니까, 그냥 한 장면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영화 초기에 곤도씨가 운전기사의 아들 신이치를 구하기 위해서 몸값을 내지 못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속으로는 갈등하고 있는 장면. 다른 사람들도...... more

  • 천국과 지옥, 다시 보고나서 (2) 2007/02/26 10:33 #

    천국과 지옥. 의 영상미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데 특히 돋보였던 장면은 유괴범이 사창굴에 들어가서 마약중독자를 리크루트하는 장면. 이 장면에서 커다란 선글라스에 거울처럼 여자가 비치는 장면들이 몹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증오범죄란 무섭죠. 정말 무섭습니다. 천국에 살고 있는 곤도씨를 상상하며 증오를 키운 유괴범에게 동정하는 사람도 곧잘 있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런 건 정당화될 수가 없습니다.... more

덧글

  • 런∼ 2007/02/25 20:48 # 답글

    한국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을지..
    보고 싶네요...
    아키라 감독 영화 좋아하는데 구하기가..영~ 힘들어요.
  • 2007/02/25 20:5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기불이 2007/02/25 23:46 # 답글

    비공개// 엿기름물에는 아마 맥아가 들어있고 -> 맥아는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효소를 가지고 있는데 -> 이건 발효하고는 상관이 없지 않나요? 발효란 미생물이 가령 당을 먹고 알콜을 만든다거나 단백질을 먹고 아미노산을 만든다거나.... 이런 거니까. 마늘에도 효소가 들어있으니까 이런저런 분해는 일어나겠지만 발효하고는 별로...

    된장 간장 고추장 등등이 발효가 일어나는 것은 미생물에 의한 거죠. 그 미생물은 의도적으로 첨가될 수도 있고 (메주를 발효균이 풍부한 새끼줄로 묶는 것) 아니면 공기중에 동동동 떠돌아다닐 수도 있지요.

    엿기름물이 발효시키는 성분이라는 이야기가 오가는 곳에서는 마늘이 발효를 시킨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비웃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발효 라는 단어의 엄격한 정의 이런 게 중요한 곳이 아니니까...
  • 기불이 2007/02/26 00:10 # 답글

    이 영화, 한국에서 곧 극장개봉한다는 이야기가 있군요. 대형스크린으로 보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아요.
  • 2007/02/26 12:3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기불이 2007/02/26 13:10 # 답글

    비공개// 엿기름이 분해되면 달달한 식혜가 될텐데요, 이걸 미생물이 먹으면 발효가 되죠. 근데 미생물이 없으면 발효도 없습니다. 고추장은 엿기름을 당화해서 식혜를 만들고 여기에 메주가루 며 탄수화물을 넣고 발효해서 만드는데 미생물이 없으면 발효도 없죠. 물론 고추장은 발효식품입니다만 엿기름으로 발효가 된다는 말은 엄격하게 말해서 잘못된 말이 아닌가 생각해요. 마늘은 부패를 막아준다고 하는데 마늘로 발효가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발효하는 말의 정의 자체가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서 유기물이 분해되어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이 생성되는 현상." 이니까... 미생물이 없으면 발효도 없다고 말할 수 있겠죠.
  • xacdo 2007/02/26 23:09 # 삭제 답글

    위 박찬욱의 언급은 씨네21 2005년 8월 16일자 516호 권말특집 정성일-박찬욱 대담에 나옵니다.

    박찬욱: 이런 게 있었어요. <천국과 지옥>을 보기 전에 유괴를 다룬 영화를 생각했엇는데, 그 영화를 보고 접었어요. 그걸 보니까 다시는 아무도 유괴 영화를 못 만들 것처럼 만들어 놓았더라구요. 그래서 '아 이건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그런 식의 접근 말고 아주 다르게 해서, 정말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구로사와 만큼은 못해도 구로사와와 다른 영화는 만들 수 있겠다, 그런 생각으로 만든 게 <복수는 나의 것>였죠.

    http://user.chol.com/~dorati/web/cine21/cine21-516.htm
  • xacdo 2007/02/26 23:10 # 삭제 답글

    이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은 '한국영상자료원'을 찾으시면 됩니다. 이규영님도 애용하는 곳이죠.

    http://www.koreafil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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