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조건에서의 아크릴사 수세미. by 기불이

친환경수세미...

아크릴사가 얼마나 기름을 잘 흡수하는지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아크릴사라고 해서 다 같은 아크릴사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화하긴 좀 어렵겠는데, 데이타를 찾아보다보니까 1977 년 일본특허 하나가 검색됐습니다.

Oil separation from water. JP 52111471

Oil-contg. water is passed through fiber layers of thickness 3-100 cm and d. 0.10-0.45 g/cm3, made from hydrophilic single or spun fibers of 10-3000 deniers. Thus, hydrophilic acrylic fibers (37 deniers) were packed into a cylinder to make a fiber layer having d. 0.250 g/cm3 and thickness 15 cm. When water contg. 10,000 ppm fuel oil was passed through it, the treated water contained 2.5 ppm oil.

denier 는 실의 굵기를 표현하는 단위. 요점은 10,000 ppm 의 기름을 포함하는 물을 아크릴사로 가득채운 실린더에 통과시켰더니 기름의 농도가 2.5 ppm 으로 줄었다는 것. 수세미를 만드는 아크릴사는 100% 아크릴사라는데 정말 가진 거라고는 탄소, 수소, 그리고 니트릴기 (질소를 포함하긴 하지만 전혀 친수성이 없음) 뿐이니 기름을 무척 잘 흡수할 것 같습니다.

근데 저렇게 흡수한 기름은 어떤 식으로든 분리를 해냈겠죠. 그래서... 아크릴사 수세미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면

1) 아크릴사 수세미는 접시에서 기름을 쉽게 흡수해낸다
2) 이 기름은 굳이 계면활성제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물로 씻으면 쉽게 씻겨나간다
3) 아크릴사 수세미는 깨끗해지고 식기도 깨끗하고 세제는 사용하지 않았다.


라고 가정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가정을 하면 이것은 진짜 친환경적일까.

여기서 발생한 오염원은 기름때밖에 없으니까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기름때가 하수구로 빠져나간다는 거죠. 게다가 이건 기름때 그대로입니다. 세제를 사용하면 계면활성제가 기름을 물에 녹입니다. 그래서 용액의 형태로 빠져나가는데 기름때 그대로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요? 기름은 물에 섞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름은 기름끼리 뭉쳐서 덩어리가 되겠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다를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기름때는 배관을 쉽게 막겠죠. 보통 욕조든 싱크든 배관이 막히는 이유는 불용성물질들이 뭉치기 때문이죠. 이런 게 대개 기름이나 단백질종류니까 이런 걸 뚫어주는 용액은 대개 염기성입니다. 저런 유기물을 염기로 처리하면 물에 녹는 형태로 바뀌어서 녹아나가겠죠. 세제를 쓰지 않고 기름때를 하수구로 내려보내면 배관이 쉽게 막힐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근데 이건 아크릴사 수세미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고... 친환경... 이런 거 다 좋은 이야기인데, 진짜로 중요한 게 뭘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어서 말입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요즘 세제는 반환경적이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세제를 안쓰고 기름때을 그대로 하수구에 보내는 것과, 강력한 세제를 쪼끔 써서 기름때를 녹여서 하수구로 내보는 것 하고 어느 것이 더 친환경적이냐는 의문이 자꾸 드는군요.

좀 다른 이야기인데, 세척용수세미로 나오는 것들은 식기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만든 것들이고 그래서 스크래치에 대해서도 다 생각을 해서 만들죠. 부드러운 것부터 거친 것까지 용도별로 다 다르게 나옵니다. 그런데 아크릴사란 것은 수세미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죠. 얼마나 스크래치를 내는지 써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플라스틱 식기에 스크래치가 나면 환경호르몬이 흘러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으니까 조금 주의를 기울이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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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ay  2006/11/14 02:27 # 답글

    세제를 이용해서 설거지를 하면, 수세미에 묻히는 세제의 양이 잘 가늠이 안 됩니다. 설거지거리의 양과 그 중에 기름이 묻은 식기의 비율 같은 걸 고려해야 하니까요. 세제가 모자라서 기름을 잘 못 닦아내도 에잇 몰라 하고 그냥 덮어두기보단 보통 세제를 더 풀어서 기름을 완벽하게 제거하려 하니 세제를 너무 많이 쓰게 됩니다. 아크릴사 수세미를 이용하면 이 기름때를 모아모아 나중에 아크릴사 사이의 틈이 기름때로 포화되었을 때만 비누로 수세미를 빱니다. 이렇게 하면 여러 번의 설거지 와중에 발생하는 세제 과용을 줄일 수 있어서 환경에 덜 피해를 준다는 것이지요.
  • Kay  2006/11/14 02:33 # 답글

    다 아시는 과정을 굳이 설명이랍시고 늘어놓은 것 같네요^^; 그러니까 세제가 강력해서 쪼끔 써서 다 제거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 belba 2006/11/14 02:45 # 답글

    Kay님 말씀도 일리는 있지만, 비누로 수세미를 빨 때는 세제의 양을 정확히 가늠해서 빨게 되는것일까요?

    아크릴사 수세미로 사용을 하다가 물에 담궈보았더니 생각처럼 많은 양이 기름에 동동 떠 나오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매끈한 그릇 표면보다 복잡한 분자 사이에 기름을 끼워넣어서, 더 세척이 힘든 상태가 된 것은 아닐까, 그래서 깨끗이 빨려면 보다 많은 세제가 필요하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불이님께서 일단 가정한 2번이 참인지 하는 의문이 생기면 세제를 더 많이 쓰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사실, 왠만한 기름기 있는 그릇은 키친타올로 깨끗이 닦아낸 후, 물에 잠시 담가 놓았다 세척하면 나중에 아주 적은 양의 세제로도 기름 제거가 어렵지 않더군요.
  • 2006/11/14 06:1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등 2006/11/14 07:46 # 답글

    한마디로 세제를 분해하는게 아니고 단순히 HPLC처럼 극성에 따라 분리하는 것 아닙니까.
    세제로 저걸 씻어내지 않으면 결국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이안。. 2006/11/14 11:38 # 답글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아클리사도 결국 합성섬유인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분해가 잘 안되어 쓰레기가 되면 환경오염이 되는것 아닌가요?(난분해성 쓰레기로.)
    솔직히 그런걸 친환경수세미라고 쓰라고 권장하는게 모순인것으로 보이거든요.
  • Fedaykin 2008/08/01 11:35 # 답글

    아크릴사 수세미 비스끄무레한걸 사용하고 있는데, 의외로 스크래치는 잘 나지 않더군요.
    플라스틱 접시부터, 유리잔, 도자기, 프라이팬에 다 사용해봤는데 스크래치가 발견되진 않았습니다.
    힘을 덜줘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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