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 의 진실7: 우리는 MSG 의 맛에 길들여져있나?

이번 글에서 생각해볼 주제는 "우리는 MSG 의 맛에 길들여져있나?" 라는 것이다. 내 대답은 이렇다:

아니오


우리가 MSG 에 길들여져있는 것은 맞다. 그게 싸고, 편리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맞는데, 우리가 MSG 의 맛에 길들여져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길들여져 있는 맛은 MSG 가 아니라 글루탐산의 맛이다 (왜냐면 MSG 란 글루탐산을 사용하기 좋도록 만든 鹽에 불과하니까). 우리 (아마도 전인류) 는 원래 글루탐산의 맛을 좋아하는데 (마치 인간이 원래 당의 달콤한 맛을 좋아하듯이), 이 맛을 보다 효율적으로, 값싸게 낼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이 MSG 일 뿐이다.

글루탐산은 아미노산의 일종인데, 지난 글 MSG 의 진실6: MSG 의 물리화학적 성질 + 제법 에서 썼듯이, 이 글루탐산은 밀가루의 글루텐에 무려 25% 나 들어있고, 콩단백질에도 무려 20%나 들어있다. 물론 글루텐은 단백질이니까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씹는다고 감칠맛이 나진 않겠죠. 다만 뱃속에 들어가면 글루텐도 가수분해될테니까 여기 들어있는 글루탐산은 고스란히 흡수된다. MSG 보다는 흡수가 좀 덜 될 지는 모르지만. 콩도 마찬가진데, 뱃속에 들어가면 글루탐산을 내어놓게 된다. 콩에는 단백질이 40% 들어있고, 콩단백질에는 글루탐산이 20% 있다니까 콩 전체 무게의 8% 는 글루탐산이다.

이전 글에서 글루탐산을 만들기 위해서 탈지대두를 산분해시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게 바로 산분해간장이다. 간장이란 것은 콩단백질을 미생물을 이용해서 아미노산으로 분해해서 만든 조미료인데 이 과정을 빠르게 하는 것이 산분해간장이다. 구체적으로 탈지대두에 염산을 가해서 가수분해를 하고, 이것을 수산화나트륨 (다시한번 양잿물) 용액으로 중화해서 만든 것이 산분해간장. 전통적 방식으로는, 메주를 만들어서 소금물에 넣고 발효를 시킨 다음에 걸러내면 남는 고체는 된장이고 액체는 간장이다. 즉 간장이란 콩단백질을 분해해서 만든 아미노산 용액이다. 그래서 간장의 맛도 이를테면 감칠맛이다. 간장의 맛은 글루탐산만의 맛은 아니지만, 글루탐산과 다른 아미노산들이 같이 내는 오묘한 맛이다. 소금물에 녹는 만큼은 간장이 되어서 나가고, 용해도를 초과한 아미노산이나 미처 분해되지 않은 단백질, 섬유질 등등은 그대로 남아 된장이 된다. 청국장이란 것은 콩단백질을 발효해서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것인데 청국장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VOC (휘발성유기화합물) 이다. 청국장의 오묘한 맛은 콩단백질이 분해되어 나온 아미노산의 맛인데 콩단백질의 20% 는 글루탐산이기 때문에 된장이나 청국장의 맛 또한 감칠맛 (우마미) 라고 하겠다.

음식을 만들 때 소금간만 할 뿐 아니라 간장도 같이 넣는 것은, 단순히 간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미노산을 넣어서 맛을 풍부하게 하기 위함이다. 매운탕을 끓일 때 된장을 푸는 것도 된장의 아미노산이 생선의 이노신산과 함께 상승작용을 해서 감칠맛을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MSG 를 넣는 것도 글루탐산을 넣어서 감칠맛을 나게 하고, 다른 맛 또한 더욱 선명하고 강하게 하기 위해서다. MSG 는 너무 많이 넣으면 감칠맛이 너무 강해져서 다른 맛을 죽여버리고 그야말로 뭘로 끓이든 똑같은 심심한 맛이 되지만 소량 사용하면 잘 느껴지지 않는 맛도 잘 느껴지도록 해주는 대단히 좋은 조미료이다. 소량의 MSG 는 다른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MSG 를 전혀 넣지 않았다고 해도 글루탐산을 포함한 식품 (가령 된장, 청국장 등등) 을 먹게 되면 어차피 글루탐산을 먹게 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자. 다만 서서히 흡수된다는 점에서 다를 뿐.

우리는 오랫동안 간장이나 된장 청국장 등을 사용해서 글루탐산의 감칠맛을 즐겨왔다. MSG 란 이 감칠맛을 더욱 값싸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도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가 MSG 의 맛에 중독됐다거나 길들여졌다거나 하는 말은 옳지 않다. 우리는 MSG 의 등장이전부터 원래 글루탐산의 맛에 중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MSG 의 간편성에 중독되어 가는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모든 음식의 맛을 하나로 만드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고 있을 뿐이다. 마치 현대 대한민국 여배우들의 얼굴이 데뷔하고 얼마가 지나면 어슷비슷하여 잘 구분도 안되는 얼굴로 수렴해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두나는 얼마나 훌륭한가. 배두나만의 매력을 지켜가고 있지 않나 말이다. 배두나 쵝오.

by 기불이 | 2006/10/14 03:29 | 모기불 환경통신 | 트랙백(2)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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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사람 사랑 ... 배움.. at 2006/10/14 21:58

제목 : 아하~
MSG 의 진실7: 우리는 MSG 의 맛에 길들여져있나? 읽고도 자꾸 잊어버리는데 찾기 편하게 함 연결해두어야 할 듯~ 하나만 연결해두면 궁금할 때 꼬리물어 찾기 편한 듯 모기불님 감사~ :)...more

Tracked from 모기불통신 at 2006/10/17 05:17

제목 : MSG 의 진실8: 모유에 들어있는 글루탐산.
MSG 의 진실7: 우리는 MSG 의 맛에 길들여져있나? 에서 쓴대로 우리는 글루탐산의 맛 그 자체를 좋아한다. 그러면 우리가 흔히 먹는 식품에는 글루탐산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오늘은 우선 모유에 들어있는 것만 생각해보자. 굳이 MSG 를 넣지 않아도, 식품에는 글루탐산이 많은데, 글루탐산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유리 글루탐산 (혹은 자유 글루탐산) 으로 있을 수도 있고, 단백질의 구성요소로서 존재할 수도 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모유인......more

Commented by Charles at 2006/10/14 04:24
참으로 감동적인 글입니다. 꼭 글에 배두나 쵝오가 들어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Commented by Charlie at 2006/10/14 04:29
결론이 백미. 훌륭합니다.
Commented by Roastbeaf at 2006/10/14 05:22
그러니까 MSG의 문제는 결국 촌스러움과 획일성의 문제입니다.
같은 물질인데 왜 맛에는 차이가 나느냐? 아마도
1. 농도가 너무 높아진다.
2. 다른 맛을 같이 내 줄 다른 아미노산이 부족하다.
정도의 이유겠지요.
다시마도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하기는 마찬가지.
Commented by solette at 2006/10/14 10:51
결론을 읽으니 전체의 글이 주장하는 내용이 확실하게 이해되었습니다!!...;;;
Commented by 까먀순더 at 2006/10/14 17:55
늘 음식에 간장을 조금씩 넣어야 맛이 난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네요.
결론엔 매우 공감합니다. ^ ^
Commented by xacdo at 2006/10/14 18:30
배두나... 멋진 배우죠.

http://www.xacdo.net/tt/index.php?pl=241
양미라 성형하다. 흑 ㅠㅠ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6/10/14 23:15
이렇게 써야 공감도가 올라가는군요! (경험치가 +5 상승했습니다)

양미라, 안습이죠. 무척 좋아했던 배우인데. 왜 그렇게 스타가 되고 싶어했는지. 그건 그녀의 달란트가 아니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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