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치료법으로 암 치유 검증 by 기불이

한의학 치료법으로 암 치유 검증 이라는 기사가 있다. 옻나무 추출물을 사용해서 암환자들의 5년 생존율을 극적으로 높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기사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1) 이것은 한의학 치료법이 아니다. 천연물을 사용했다고 다 한의학이면 아스피린도 한의학이고 택솔도 한의학이냐. 제대로 제목을 뽑는다면 "효과가 뛰어난 천연물 항암제 발견" 이 정도가 되어야 한다.

2) 말이 좋아 암환자지 암환자도 참 종류가 많다. 가령 택솔만 해도 일부 암에만 효과가 뛰어나고 각종 항암제도 그냥 쓰는 게 아니라 걸린 암의 종류에 따라 골라서 쓴다. 옻나무 추출물이든 뭐든 "모든 암을 고칠 수 있다" 는 소리가 나오면 그 순간 사기일 확률이 팍 치솟는다. 기사에는 어떤 종류의 암환자인지도 안나오고 게다가 생존률만 나올 뿐 실제로 종양이 작아졌는지 등등의 기본적인 정보가 하나도 없다. 암에 따라서 5 년 생존률에 무척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저런 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

3) 게다가 옻나무 추출물외에 "체질에 맞는 보조한약 처방과 하이퍼서미아 원적외선 치료 등을 병행" 했다는데 이것 참... 보조한약은 또 뭔가. 설마 체질에 맞는 기존 항암제도 같이 투약했다든가 그러지는 않았겠지 응?

4) 결정적으로 경희대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의 연구를 이끈 최원철 교수께서는 일찌기 환자의 소변의 파동을 측정하는 것만으로도 암에 걸렸는지 얼마나 진행했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파동의학의 대가이시다.

5) 저 한방치료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자세한 방법을 아시려면 한겨레신문의 옻나무 추출물로 항암, 한약재 증류수로 면역 을 참고하세요. 환자가 찾아오면 우선 피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어혈검사로 치료가 가능한지 파악하고 치료가 가능한 사람만 치료 한다는군요. 혈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1-5 등급으로 나누는데 5 등급은 한달내 죽기 때문에 투약하지 않는다는군요. 뭐냐 이 기적의 항암제는. 살 수 있는 사람한테만 투약해서 살린다는 거냐 뭐냐.

"자기공명분석기를 이용해 김씨의 소변에 담겨 있는 인체 장기들의 고유한 자기파장들이 특정 암세포가 발산하는 자기파장과 공명하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소변 암진단법도 암의 종류는 물론 암의 진행 및 전이 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라는 대목도 읽기가 무척 즐겁습니다.

"김씨는 현재 넥시아를 하루에 두 차례 두 캡슐씩 모두 네 캡슐을 14~20종의 한약재를 끓일 때 압력 조건을 변화시켜 만든 보리차 색깔의 증류수를 이용해 복용하고 있다. 또 일주일에 두 차례 ‘하이퍼서미아’란 의료기기를 활용해 100여종의 한약재를 태워 만든 세라믹을 이용한 원적외선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4개월 전 동서신의학병원에 왔을 때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이런 한방 암치료를 받은 지 3주 만에 마약성 진통제의 양을 4분의 1로 줄였고, 7주째에는 완전히 끊었다.
" 라고 하는데 저 약에 뭐가 들었는지 성분조사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요. 그냥 이 정보만 갖고 판단한다면 저 소위 증류수 및 넥시아 라는 약에 뭔가 진통제 성분이 들어있는 것 같은데.

1998년에 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서 행한 연구인 옻닭 및 옻오리의 편이식품 개발 연구 에 따르면 옻나무추출물을 사용했을 때 "간암유래 세포인 HepG2 cell 에 있어서 0.5mg / well 첨가시 약 80%의 간암 세포성장억제효과가 있었으며 ,대장암 유래세포인 WiDr 에서는 0.2mg/ well 첨가시 50 ∼70%의 대장암세포 성장억제효과가 있었으나 위암유래세포에서는 별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남" 이라는 부분이 있다. 옻나무에 뭔가 항암작용을 하는 물질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이 물질은 간암 대장암에 효과가 있었지만 위암에는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정상적인 연구라면 옻나무 수십톤을 달여서 추출을 한 다음에 무지막지하게 큰 컬럼에 걸어서 fraction 별로 분리한 다음 암세포에 처리해서 효과가 있는 fraction 만 골라내고 이 짓을 여러번 반복하고 마지막에 남은 fraction 에 들어있는 유기물을 분리해서 항암효과를 보이는 물질만 골라낸 다음 효과를 확인하고 이 물질을 기반으로 더욱 강력한 항암제를 개발하게 된다. 그런데 여지껏 옻나무에서 유래한 탁월한 항암제 이야기가 안나오는 걸 보면 별로 강력하지는 않은가 보다 (아니면 독성이 지나치다든가).

만일 누군가가 저런 경로를 통해 항암제를 개발했다고 하자. 각종 동물실험을 거쳐서 효과를 확인했다면 formulation 이니 안정성 테스트니 하는 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임상 및 임상 1 상 (안전성 테스트) 에 들어가기 위해서만도 무지막지한 작업이 필요하고 정말 효과가 있는지 보기위한 임상 2 상 (저 사람들이 한 것과 비슷한 것) 에 들어가기 위해 무지막지한 투자와 서류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임상 2 상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해도 임상 3 상이라는 무시무시한 절차가 남아있고 여기에 통과를 하고 FDA 가 허가를 해야 비로소 약이라는 이름으로 팔릴 수 있다. 물론 각 단계마다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다면 일단 그 다음 단계의 허가가 나오지 않고, 게다가 가망없는 약에 투자할 사람은 없으니까 개발이 중단되게 된다. 그런데 잘 팔리다가도 갑자기 이 약을 먹으면 심장질환 발생율이 2 배 이런 거 나오면 쪽박을 차는 것이다. 환자의 체질에 따라 다르다 우겨봤자 소용없고, 어혈검사나 소변의 파동검사를 통해 치료가능한 환자에게만 투약하는 짓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저 소위 추출물은 이런 과정 하나도 없이 환자에게 바로 투약되고 (그것도 엄격히 통제된 이중검맹도 아니고) 저렇게 얻은 소위 데이터는 신문지상을 통해 소개된다. 저 기사를 보고 돈을 싸짊어지고 저 사람들한테 찾아갈 암환자들이 한둘이 아닐텐데 안습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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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한때는 2006/09/16 05:14 # 답글

    "보리차 색깔의 증류수"라니... ^^;;;; 신물질 개발연구소 얘기인 줄 알겠습니다...
  • 로딘 2006/09/16 05:41 # 답글

    뭐...그래도 '병고치고 부작용만 없으면' 좋은일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될 확률이 심히 낮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_-a
  • 어부 2006/09/16 12:12 # 답글

    문제 많죠. 한의학을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제가 아는 의사 하나는 '검증 메카니즘의 부재가 한의학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하더이다.....
  • 하얀까마귀 2006/09/16 19:31 # 답글

    검증이라는 것을 애초에 부인하고 있으니 문제죠.
    "한의학은 과학과 다른 무엇이다. 과학의 잣대로 한의학을 재려 들지 마라."고 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정말 시간낭비라는.
  • 기불이 2006/09/16 22:59 # 답글

    세상은 너무 불공평해요. 그렇지 않습니까?
  • 밀집모자 2006/09/26 12:34 # 답글

    "옻추출물에서 강력한 항암성분의 렉틴 발견" 과 같은 류의 연구결과가 나와야 믿어줄까 말까 한 판에..
  • nyxity 2008/09/01 19:47 # 삭제 답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9/01/2008090101420.html
    암 고치고 욕 먹는 한의사, 나밖에 없을걸?"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여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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