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과학: 컵라면과 환경호르몬. by 기불이

라면의 과학: 산화방지제 T-BHQ

한때 컵라면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고 전국이 공포에 떨던 때가 있었다. 그 이후에 종이용기면이 개발되고 그랬는데 지금은 잠잠하다. 오 평화여.

그때 나온다던 환경호르몬은 스티렌 단량체 와 다이머 (두개가 반응한 것), 트라이머 (세개가 반응한 것), 올리고머 (여러개가 반응한 것) 이었는데 컵라면 용기가 스티로폼 (스타이렌 고분자를 폼의 형태로 만든 것) 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오는 것들이다. 한때 끓는 물을 붓고 10 분이 지나면 나오니까 10 분안에 다 먹으면 괜찮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랬는데, 요즘은 아무도 신경안쓰고 있죠. 왜?

저 이야기가 나온 이후에 여러 사람이 연구를 했는데 스티로폼에서 검출된 소위 환경호르몬들이 전혀 여성호르몬으로 작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주도적으로 행한 곳은 닛신 산하 연구소이다. 닛신 하면, 일본의 거대라면회사죠.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라면을 개발하고 상품화한 곳이기도 하다. 세계최초의 인스턴트라면은 1958년 8월25일 발매된 닛신의 치킨라면. 컵라면 파동이 난 다음 농심에서는 어떻게 대응했나 잘 모르겠는데 닛신은 체계적으로 실험을 해서 논문을 많이 냈습니다. 주로 저 스티렌 화합물들이 정말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in vitro 에서 본 것으로, 다양한 실험방법을 시도하여서 어떤 방법에서도 에스트로겐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2001 년까지 발표된 몇몇 논문을 소개하면

Analysis and biological evaluation of styrene oligomers. Yuki Goseikagaku Kyokaishi, 57:58–64 (1999).
Biological evaluation of styrene oligomers for endocrine-disrupting effects. J Food Hyg Soc Japan, 40:36–45 (1999).
Identification, determination and biological evaluation of novel styrene trimer in polystyrene container. Bunseki
Kagaku 49:493–501 (2000).
Biological evaluation of styrene oligomers for endocrine-disrupting effects (II). J Food Hyg Soc Japan 41:109–115 (2000).
Assessment of styrene oligomers eluted from polystyrene-made food container for estrogenic effects in vitro assays. Food Chem Toxicol 39:1233–1241 (2001).
Endocrine-disrupting effects of styrene oligomers that migrated from polystyrene containers into food. Food Chem Toxicol 40:129–139 (2001).

2002년에 Ohyama 가 스티렌 화합물들을 유방암세포에 넣었더니 대부분은 작용을 하지 않았는데 일부 스티렌 화합물이 유방암세포를 키웠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Environ Health Perspect, 2001, 109(7), 699-703.). 이 세포주는 에스트로겐에 반응해서 자라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으로 작용하나 안하나를 볼 때 잘 사용하는 세포주이다. 이 결과에 대해서 닛신에서 당장 반박을 했다 (Environ Health Perspect, 2002, 110(7), A384-A385.). 요점은 Ohyama 가 사용한 방법은 고농도에서 흔히 잘못된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 여기에 대해서 Ohyama 가 재반박을 하기도 했다 (Environ Health Perspect, 2002, 110(7), A385-A386.). 닛신쪽에서는 Ohyama 가 사용한 방법을 사용해서 재시험을 하는 한편, 다른 두가지 방법을 동시에 시험했는데 Ohyama 의 방법에서는 고농도에서 시료가 잘 녹지않아서 잘못된 결과가 나온 반면 다른 두 시험방법에서는 이전의 다른 결과들과 마찬가지로 스티렌 화합물들이 여성호르몬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Food Chem Toxicol, 2003, 41(1), 131-141.). 한편 Ohyama 의 결과가 나온 다음에, 같은 세포주를 가지고 다른 그룹이 시험을 한 결과가 있는데, 이 그룹은 스티렌 화합물을 그대로 사용한 것과, 쥐의 간 마이크로솜을 거친 대사물을 사용한 결과를 비교하였다 (Environ Health Perspect, 2003, 111(3), 329-334.). 이 그룹의 결과에 따르자면, Ohyama 의 결과와 다르게 스티렌 화합물들은 유방암 세포주를 키우지 않았고 다만 일부 대사물은 여성호르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활성도는 여성호르몬에 견주어 확연히 낮았다. 이 그룹은 Ohyama 의 경우 시험기간이 오래되어 그동안 대사가 된 게 아니냐는 설명을 내놓았다.

일본 환경부에서도 자체결과에 바탕해서 스티렌 다이머나 트리머의 경우 내분비교란물질이 아니라고 판단, 목록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www.env.go.jp/en/pol/speed98/sp98.pdf). 2006 년에 나온 보고서에서 150 종의 화학물질을 검토했는데 140 가지는 전혀 환경호르몬이 아니었고 10 종은 에스트로겐의 활성을 보였다고 한다 (Food Addit Contam., 2006, 23(4), 422-430.).

그래서 결론은 뭐냐. 스티로폼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스티렌 화합물들이 소량 녹아나오는데, 이들은 에스트로겐으로서의 활성이 없다고 생각되므로 크게 신경쓰시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라는 것이다. 혹시 에스트로겐으로 작용을 한다고 해도, 그 활성은 무척 낮으므로 별로 신경안써도 됩니다. 그러니까 누가 컵라면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고 겁을 주거들랑 니~뽕이다 하고 부드럽게 속삭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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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aridasa 2006/09/13 09:05 # 답글

    흠 환경호르몬 있다는 소리 때문에 좀 먹기 꺼려진 게 사실이었는데, 이제 먹어도 되려나요.....
  • 쫑아 2006/09/13 13:12 # 답글

    요즘은 그래도 종이컵에 담겨 나온 제품이 꽤 되던걸요.
  • 가짜집시 2006/09/13 13:52 # 답글

    그 환경호르몬 난리 덕분에 "전자렌지에 컵라면 돌려먹는" 재미가 없어져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엔 락&락이 수모를 당하고 있군요. 어디선가 음모론의 냄새가...
  • Dataman 2006/09/13 17:10 # 답글

    그래봤자 플라스틱이 사라질 리는 없지만, 종이컵 쪽이 재활용하기 편한 건 사실이죠. 게다가 스티로폼 컵라면을 마이크로웨이브에 돌리면 어째 컵이 우러나는(-_-) 게 기분이 더러워서.

    환경 호르몬 문제는 애초에 미지수를 걸고 시작하는 일입니다. (확실하면 두루뭉실하니 환경 호르몬이라고 하겠습니까) 너무 부화뇌동할 일은 아닐듯.
  • 그냥 2008/12/19 11:19 # 삭제 답글

    불안하면 그냥 그릇에 덜어서 먹으면 됨.
    컵라면 용기에 먹는거나 유리그릇에 먹는거나 맛은 같으니까
  • 최영민 2009/04/28 19:37 # 삭제 답글

    퍼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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