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메뉴. by 기불이

채다인님의 모듬튀김도시락리뷰를 보다가 웰빙메뉴 라는 단어에 필이 꽂혀서.

어제 저녁은 근처 한국식당에서 사먹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보는데 MSG 를 쓰지 않는다고 크게 써놓았더군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백두에서 한라까지 몰아쳤는데 결과는 과연 예상대로.

MSG 를 쓰지 않는 웰빙메뉴, 좋지요. 근데 MSG 를 안쓸 거면 다른 조미료 (멸치든 가츠오부시든 다시마든 뭐든)를 넣든가 아니면 재료를 좀 더 좋은 걸 더 많이 쓰고 조리방법을 더 개선하든가 해서 최소한 다른 집과 비슷한 맛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겠슴까?!? MSG 를 안쓴다는 아름다운 구호만 내세우면 맛대가리없는 음식도 용서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비슷한 경험을 버클리 앞의 모 한국음식점에서 했죠. 거기도 MSG 안쓴다고 써붙였던데. 어떻게나 맛이 없던지.

다시 생각해보니까 이거 진짜 괜찮은 전술입니다. MSG 를 쓰지 않는 웰빙식단 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면 그것으로 끝. 음식이야 대충대충 만들고 손님들이 맛없다고 뭐라 그러면

"손님이 그동안 MSG 에 길들여져서 그런 겁니다."
"손님이 맛을 모르시는데 원래 이것이 이 음식의 담백한 맛..."
"MSG 를 안넣고 다른 음식점같이 자극적인 맛을 내기는 어렵죠 (가엾다는 눈으로 쳐다봐주는 센스)."


보통 사람들은 다시 안오겠지만 (저도 그 집 다시는 안갑니다) 소환유 신도들은 올 겁니다. 소수라도 충성하는 단골고객만 확보하면 먹고살 수 있죠. 아 진짜 세상에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군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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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elba 2006/07/08 06:01 # 답글

    오, 좋은 계획입니다. 요리 솜씨에 자신이 없어서 음식점을 내는 꿈에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공학박사건 잡학박사건 "박사"라고 이름하나 걸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Charlie 2006/07/08 06:04 # 답글

    소금이 안좋다고 '무염식' 식단이 요즘 유행이라네요. 그 끔찍하도록 맛없는 무염식을 먹는 사람들의 말이 바로 그거예요.
    '우리가 그동안 소금맛에 길들여져서 그런겁니다'
    '이런 독성물질에 길들여져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네요' 등등.
  • Sang 2006/07/08 06:12 # 답글

    벨리보고 왔습니다:D 그런데, 잘은 모르지만 화학조미료가 MSG만 있는건 아니지 않나요;;;; 그러니까 MSG만안쓰고 다른 화학조미료를 쓰면 낭패가 아닐까싶다는;;;

    (아, 그런데 "치폴레"라는 회사는 MSG안쓴다고 광고해도 먹어보니, 여전히 자극적이더군요;;;)
  • 이안 2006/07/08 10:52 # 답글



    마늘 생강 등등 천연 향신료도 많은데, 왜 자연의 산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것인지...

    조금 어긋나는 얘기지만,
    채깃라면이 나왔길래 먹어봤는데,
    사찰음식의 이미지 영향이었는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날 줄 알았는데,
    맵더군요!
    고추도 야채임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습니다.(사찰 라면이 아니었거늘!) -_-;
  • norinori 2006/07/08 11:22 # 답글

    무염식이라니, 무 dihydrogenmonooixde 식단같은 소리로군요 -_-;
  • Dataman 2006/07/08 11:31 # 답글

    근데 제 경우 MSG맛은 별로 끌리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원류의 고단위 배합이 문제이지만.
  • 머스타드 2006/07/08 14:00 # 답글

    어릴 때 친구집에 놀러갔더니 친구어머니께서 떡국을 내어주시는데 너무 맛이 없는겁니다. 친구어머니께서는 "우리집은 조미료를 안써서 맛이 좀 다를거야."라고 하셨지만 저는 속으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_-;'라고 생각했답니다. -_-;;;
  • 기불이 2006/07/08 22:18 # 답글

    MSG 맛이란 건 없구요. 감칠맛인데 이건 고기나 멸치나 다시마나 여하튼 우리가 좋아하는 맛입니다. MSG 란 건 단순히 감칠맛을 내는 성분일 뿐이고.

    MSG 를 안넣어도 좋은 멸치를 충분히 넣으면 맛있어요. 자기가 요리를 못하는 것을 MSG 탓으로 돌리지 않는 정직한 사람이 됩시다.
  • 기불이 2006/07/08 22:34 # 답글

    무염식... 아는 분중에 간암 걸려서 돌아가신 분이 계신데 말기에 무염식을 했었죠. 암의 고통보다 맛대가리없는 무염식의 고통을 더 크게 호소하셨는데.
  • Dataman 2006/07/09 02:02 # 답글

    그 맛이 그다지...라는 것이죠 :) 맛이란 게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감칠맛'이라는 개념을 뒤집어서 생각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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