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은 당뇨를 유발하나? by 기불이

설탕 및 인공감미료를 둘러싼 미신을 생각한다.

뿌리깊은 미신 중의 하나는 설탕이 당뇨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설탕이 들어가면 혈당치가 급상승하기 때문에 췌장이 무리를 하게 되고 서서히 췌장이 망가져서 타입 II 당뇨를 유발한다라는 그럴싸하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지 싶다.

당뇨병은 여러가지인데 가장 흔한 종류로 흔히 소아당뇨라고 하는 타입 I 과 성인당뇨라고 하는 타입 II 가 있다. 소아당뇨는 흔히 15 세 이전에 나타나는데 바이러스 감염이나 유전적 소인에 의해 췌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 경우는 대부분 평생 인슐린을 맞아야 한다. 타입 II 는 40세 이후 성인에게 발병하는 것인데 보통 전체인구의 10% 정도, 40 세 이상 성인의 20% 정도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당뇨를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 당뇨병에 걸리면 상처도 잘 나고 잘 낫지도 않고 해서 합병증으로 보통 고생하게 된다. 다만 성인당뇨는 반드시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면 혈당을 적정선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는 안되지만 조절은 가능한 병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성인당뇨는 왜 생기나. 유전적 소인 및 대사증후군 등이 그 원인이다. 흔히 설탕을 당뇨의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옳지 않다. 물론 비만은 당뇨의 원인이지만, 설탕은 비만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만의 원인은 과도한 칼로리의 섭취 및 운동부족이지 설탕이 비만을 바로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설탕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그만큼 열심히 운동해서 칼로리를 소모하면 비만해지지 않는다. 설탕이 혈당치를 갑자기 높여서 췌장이 무리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근거가 없다. 혈당지수표라는 게 있다. 혈당이란 포도당인데, 포도당을 먹었을 때 혈당치가 올라가는 정도를 100 으로 잡았을 때 설탕은 64 이다 (왜냐면 설탕은 포도당+과당). 포도당이 두 개 붙은 게 맥아당인데 맥아당의 혈당지수는 105. 벌꿀도 62이다. 근데 혈당지수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나도 아침으로 먹고 있는 플레인 베이글의 혈당지수는 72, 바께뜨는 95, 크로와상도 67 등등해서 대부분의 빵종류는 설탕보다 혈당지수가 높다. 아시다시피 바께뜨나 플레인 베이글에 설탕이 들어가지는 않죠. 이건 단순히 밀가루음식은 설탕만큼 빠르게 혈중 혈당농도를 높인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저 표에는 안나오지만 쌀밥의 설탕지수는 55라고 한다. 그러니 설탕을 끊어본들 탄수화물 들어간 빵이나 밥을 먹으면 혈당치는 비슷하게 급격히 상승한다. 그러니 어떻게 설탕이 당뇨를 유발하겠슴까?

이렇게 말해본들 안믿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직접 조사를 해본 연구가 있다. A Prospective study of sugar intake and risk of type 2 diabetes in women (Diabetes care, 2003, 26(4), 1008-1015.). 아스피린과 비타민 E 를 먹으면 심장병 예방에 좋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있었는데 모두 39,345 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이 여성들은 자기가 먹는 것들에 대한 설문지를 지속적으로 작성하고 매년 검사를 해서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시험에서 뺐는데 여기에 착안을 해서, 설탕의 섭취량과 당뇨병 발생율의 관계를 조사한 것이다. 결과야 말하나 마나 설탕섭취량과 당뇨병 발생율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죠. 비만이 당뇨와 연관이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고, 미국내 정제탄수화물 섭취량이 증가하면서 타입 II 당뇨병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Am. J. Clin. Nutr., 2004, 79, 774-779) 그거야 많이 처먹으면서 운동을 안해서 비만이 증가하기 때문이지 탄수화물 자체가 당뇨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아니죠.

그래서, 설탕은 당뇨를 유발하지 않습니다.

덧붙임) 설탕이 다른 음식에 비해 혈당지수가 높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요새는 타입 II 당뇨환자들에게 설탕을 금지시키지 않고, 조심해서 조금만 먹으라고 이야기할 정도.

덧붙임2) 벨메일님이 쓰신 글이 무척 상세하므로 꼭 읽어보세요. 이 글은 설탕이란 게 조금만 먹어도 당뇨가 생길 것처럼 겁을 주는 미신이 옳지 않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먹는 정도에서, 건강한 보통 사람에게, 설탕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 정도에서도 문제가 생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여러가지를 생각해볼 때 설탕은 적게 먹는 게 좋겠지만, 설탕을 굳이 피해다닐 필요는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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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탕은 당뇨를 유발하는가 <1> 2006/06/15 11:32 #

    기불이님 포스팅을 읽고 생각난 것을 적어봅니다. 당뇨는 타입1,2를 합쳐서 미국에만 2080만명정도-전체인구의 7%정도로-걸린 거의 국민질환 수준의 병입니다. 타입2로 이어지기 쉬운 pre-diabetes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4천만명정도라고 하고요. 타입1은 전체 당뇨환자의 5~10%정도인데 어린이환자가 많습니다. 소아당뇨와 성인당뇨를 나누는 기준은 인슐린의존/비의존형인 타입1,2가 아니라 환자의 나이가 ...... more

  • 라면의 과학: 라면은 당뇨를 유발하나? 2006/07/20 06:23 #

    라면의 과학: 라면성분표. 를 쓰고 어머나 벌써 한달이 지나갔군요. 월드컵 구경하는 재미에 이 시리즈를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오늘 할 이야기는 라면은 당뇨를 유발하는가? 하는 이야기. 저는 사실 누가 알려주기 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구글을 돌려보니까 과건아가 비슷한 이야기를 이미 하셨더군요. 가령 "<spa...... more

덧글

  • 대나무 2006/06/15 09:56 # 답글

    명쾌하신 설명. 어렴풋이 알고있던 상식에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 주셔서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 루드라 2006/06/15 10:29 # 답글

    앗 좋은 거 배워갑니다.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네요.
  • 퍼키 2006/06/15 12:21 # 답글

    이것은 반론이 아니라 궁금해서 질문하는 것인데요, fructose도 대사과정을 보면 똑같이 ATP 2개 써서 G3P를 만든 다음에 glycolysis에 들어가는데, 왜 맥아당보다 설탕이 혈당수치가 낮은 것일까요? isomerase를 안 거쳐도 되니까 오히려 더 빠를 것 같기도 한데..
  • 이안 2006/06/15 12:25 # 답글

    설탕이 물론 무조건 해로우니 먹지 말라는건 미신인게 사실이지만,
    어떤 사람들(특히 아메리카인들)을 보면 그들의 적당히와 우리의 적당히가 매우 다른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차라리 겁을 줘서 덜먹게 만들려고 생긴 미신이 아닐까 하는 의심(?) 이 갑자기 생기는군요. ㅎㅎㅎ
  • 벨메일 2006/06/15 14:46 # 답글

    퍼키님, glycolysis는 세포내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라 혈당수치와는 상관이 없어요. 포도당이 PFK를 거쳐서 F6P가 되는 과정에 과당이 슬쩍 끼는 것과 혼동하신듯.. 아니라면 무시해주셔요 =D

    혈당치-plasma glucose level은 그야말로 혈중 포도당수치를 말하는 거라 과당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맥아당은 포도당 두개가 붙은거고 설탕은 포도당이랑 과당이 붙은거니까 일단 당 두 조각이 분해가 되면 맥아당의 혈당수치가 더 높아지게 되죠. 이 분해과정은 세포로 흡수되기전에 완료되고, glycolysis는 이렇게 분해된 단당을 가지고 시작하는거니까요.
  • kafkaesk 2006/06/16 01:54 # 답글

    아아 glycolysis의 전과정의 분자식과 enzyme을 외웠던 청춘의 한 때가 떠오르는군요. 스트라이어씨는 건강하신지. 레닌저씨는 저 세상에서 행복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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