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없는 납? by 기불이

이것이 궁금해요. 를 읽어보니 너무 광범위한 주제여서 한번에 답하기가 어렵겠군요. 다만 저 글에 인용된 기사 (단석산업, 중독성없는 납 개발 국내시장 95% 점유) 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이야기여서 이 기사만 우선 이야기해보면,

"산화납은 제조과정을 제외하고는 중독성이 없는 것으로" <--- 기자가 제목을 잘못 뽑아서 그렇습니다. 납은 2가 4가가 가능한데 보통 2가 입니다 (pb2+). 산소와 결합하면 산화납 (PbO) 가 되는데 이걸 흔히 리사지 (litharge) 라고 합니다. 산화납은 결정형에 따라서 색이 달라집니다. 알파형 (litharge) 은 붉은 색이고 베타형 (massicot) 이 되면 노란색이 되죠. 기사에 "단석산업(회장 한주일)은 1300도의 펄펄 끓는 용광로에서 납덩어리를 녹여 납물로 만든 뒤 이를 산소와 결합해 납이 인체에 해롭지 않도록 산화시킨 리사지(산화납) 를 만들어내는 데 40년의 세월을 바쳤다." 고 쓰고 있는데 한국어 문장은 관계대명사가 없어서 좀 애매할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때죠. 저 말은 리사지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게 아니고, 해롭지 않도록 변형된 리사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하게 쓰자면 "해롭지 않게 변형한 리사지를 만들어내는데..." 라고 해야죠.

산화납같은 무기납은 유기납에 비해서 독성이 덜하다고는 합니다만 역시 납은 납이죠. 산화납은 물에 꽤 녹는 편이어서 (17 mg/L at 20C) 위험한데 게다가 산화납이 분진이 많이 발생해서 작업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납에 노출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일 실리카 (SiO2) 과 결합시킨 염을 만들면 (규산연) 분진이 날리지 않고 휘발하지 않아서 노동자들에게 안전하다, 이런 이야기로군요. 또 규산연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에 안녹으면 흡수도 안되고 그냥 배설되겠죠.

그러면 이런 납화합물을 왜 만드느냐. 쓰임새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가령 산화납은 자동차 배터리에서 사용됩니다. 또 각종 세라믹에 많이 사용되고 특히 유리를 투명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유리에도 많이 사용됩니다. 반짝거리는 크리스탈유리에도 납화합물이 사용됐죠. 그래서 크리스탈에는 와인을 담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요새는 아마 납화합물을 쓰지 않는 것으로 들은 것 같습니다. 색을 띄기 때문에 옛날에는 페인트에 많이 사용했는데 (최소한 미국에서는) 요즘은 안쓰는 것으로 압니다. 옛날에 지은 건물에는 "이 건물에는 납을 포함한 페인트를 사용했으며 어쩌구저쩌구" 하는 경고문이 붙어있죠.

납은 위험한 금속입니다만 우선 흔하고 특이한 물성들을 가지고 있어서 산업적으로 중요한 금속입니다. 너무 미워하지 마세염. 근데 아무리 색조화장이라도 납을 쓰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고 98.2 % 정도 확신합니다. 안심하셈.

타이타늄은 식품중에도 광범위하게 있는데 보통 발견되는 형태 및 양에서는 무독성이라고 합니다. 보통 산화타이타늄 (TiO2) 를 쓰는데 장기든 단기든 독성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다만 TiCl4 는 물과 만나면 HCl 을 내는데 조직의 더 깊은 곳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동일량의 HCl 보다 더 위험하다는군요. 아연은 필수영양소이고 독성이 낮긴 하지만 지나치면 독성을 보입니다.

색조화장품에 대해서 잘 설명한 기사가 있군요. 참고바랍니다: [화장품학 X파일] 여자의 '색'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다만 중국화장품은 다를 수도 있죠. 쓰지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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