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에 따라서는 말조개라고도 부르던데. 얼룩말 홍합 이라는 민물조개가 있다. 유럽의 조개인데 미국에 유입되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외래종이다 (사진출처: www.invasive.org). 미국에서 유럽으로 물건을 싣고 간 배가 돌아올 때는 물건이 없으니까 가벼워진다. 그대로 항해하긴 어려우니까 밸라스트 탱크라는 곳에 물을 채워서 무게를 늘린 후 돌아오고, 돌아와서는 그 물을 버리게 된다. 그런데 물이란 게 그냥 물이 아니고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생명을 포함하고 있다. 이리하여 유럽에 자생하던 생물이 미국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유럽에서 살던 얼룩말 홍합이 미국하고도 오대호에 이런 식으로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외래종이 들어오면 평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마구 퍼지게 되는데 조개란 생물이 물의 흐름이 빠른 곳에 가만히 붙어서 물을 빨어들인 후 필터해서 먹고사는 종류라, 이 얼룩말 홍합이 주로 사는 곳은 담수를 냉각수로 쓰는 발전소나 공장의 배수구같은 파이프여서 더 큰 문제가 된다. 이 조개가 번성하면 파이프가 급기야 막히게 되고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때문에 얼룩말 홍합을 구제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이슈이다. 북미에서만 공업계에서 이 조개때문에 쓰는 비용이 10억-5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이 조개의 구제에 관련한 최근의 흥미로운 연구를 C&EN 에서 읽었다 (C&EN, Jan. 23, 2006, p32).이 조개가 퍼지면 파이프에 흐르는 물에 염소처리를 하면 쉽게 제거할 수 있는데 염소처리는 환경에 좋지 않으니까 (다른 생물 가령 인간에게도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니까) 마구 할 수도 없는 지경. 또 문제는 이 조개는 염소를 디텍트할 수 있고, 염소가 느껴지면 물을 빨아들이는 밸브를 최대 3 주까지 닫고서 개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이 조개는 바닷물에도 포함되어 있는 염화칼륨 (KCl) 을 투여하면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문제는 KCl 을 어떻게 조개뱃속에 넣느냐가 되겠습니다. 최근 보고된 결과는 일종의 트로이의 목마를 만들어서 조개가 먹도록 유도한다는 것 (Environ. Sci. Technol., 2006, 40, 975). 이 트로이목마는 BioBullet 이라고 이름붙여졌는데 식물성기름, 실리카겔, KCl, 기타 다른 물질들을 사용해서 아주 조그맣고 동글동글한 입자를 만들어서 (직경 100 um = 0.1 mm 정도) 얼룩말 홍합한테 줬더니 이 눔들이 이 입자를 덥썩 빨아먹었다는 것. 얼룩말 홍합은 하루 1-2 리터의 물을 빨아들여서 0.7-200 um 사이의 것들만 필터해서 먹고 살기 때문에 이 입자의 크기는 아주 중요하다. 여하거나, 일단 이 조개의 뱃속에 들어간 이 입자는 곧 녹아서 KCl 을 내어놓고 얼룩말 홍합은 죽게 된다.
KCl 은 다른 물고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종류의 생물에게는 크게 유해하지 않으니까 BioBullet 에 장착할 탄두로는 제격이다. 이런 종류의 조개는 체액의 농도가 낮기 때문에 적은 양의 KCl 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죽게 된다고. 혹시라도 KCl 을 독극물쯤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말씀드리지만 KCl 은 소금대체물로 사용될 뿐 아니라 바닷물에 포함된 염류 가운데 2% 정도를 차지하고, 천일염에도 소량 들어있습니다.
이 미세입자로 처리한 얼룩말 홍합가운데 60% 정도가 죽었다고 한다. 100% 는 아니라해도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이고 앞으로 더 연구가 진행되면 골치거리인 얼룩말 홍합을 값싸고 친환경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얼룩말 홍합을 친환경적으로 구제한다는 말이 무척 아이러니하게 들린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교란시키는 것은 인간이 만든 인공화합물만이 아니다. 이런 외래종들도 환경을 오염시키고 교란시킨다. 인간이 범지구적으로 돌아다니게 됨에 따라 외래종의 유입도 점점 늘어나는데 좀 더 신경쓰지 않으면 이처럼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기존의 생태계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환경을 다른 식으로 훼손하거나 교란시키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얼룩말 홍합도 버젓한 생명. 사실 얼룩말 홍합이 적극적으로 밀항하여 오대호까지 오게 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안됐긴 하지만 가만 놓아두면 인간이 지불할 비용도 비용이지만 기존 생태계가 완전히 허물어지게 생겼으니 구제는 해야 한다. 이 정도면 그래도 친환경적이라고 할만하지만 사실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실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친환경적인 생태계 복원은 대한민국이 단연 세계에서 으뜸이다.
한국도 황소개구리가 퍼져서 꽤 오래 고생하지 않았던가. 한 십년전만 해도 황소개구리를 잡아가면 상금도 주고 그랬었는데. 그런데 요즘 한국에는 황소개구리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런 저런 추측이 많이 나오고 있는 모양인데 나는 몇년전부터 서서히 퍼지기 시작한 "황소개구리가 정력에 좋다더라" 는 소문이 황소개구리를 멸종시킨 최대공신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내가 돈만 많으면 꼭 지원해주고 싶은 연구가 있다. 만일 누군가가 좀 그럴싸하게 연구를 해서 "바퀴벌레 추출액을 먹인 쥐가 붕가붕가잘해" "시궁쥐의 놀라운 정력의 비결은 바퀴벌레" 이런 결과를 터뜨리는 날이 대한민국 바퀴벌레에게는 세계 멸망의 날이 될 것이다.
그러니 굳이 비싼 연구비 들여가며 이런 연구를 하지 말고, 간단하게 얼룩말 홍합이 정력에 좋다는 결과만 내어놓으면 (별로 과학적이거나 사이언스에 발표될 필요도 없고, 인터넷에서 줏은 사진 붙이고 밑에 "김OO (서울시 강남구) 안서는 날은 이제 안녕. 얼룩말 홍합을 먹은 이후 일년내내 발정난 얼룩말처럼 날뛰어서서 아내가 이혼하자고 그럴 정도입니다." 이런 간증을 붙여서 광고 몇번 때리면 된다. 혹은 인터넷 게시판마다 "밤이 두려우십니까? 얼룩말 홍합으로 키운다. 효능보장." 이런 광고를 도배하든지.) 십년이내에 각종 시민단체에서 사라져가는 얼룩말 홍합을 지키자고 나체시위를 벌여야 할 것이다.
일이 잘 되면 무진장 번져가는 얼룩말 홍합을 수출해서 떼돈을 벌 수도 있을텐데, 관심있으신 분은 더 늦기 전에 빨리 시작하세요. 돈 많이 버시면 "블로그 ON" 도 좀 사주시고.









덧글
brolly 2006/01/28 08:29 # 답글
홍합이 더러운 물에 살기(잘 견디기) 때문에 오염이 많이 돼서 안 좋다더니 정말 홍합에 그런 속성이 있다보네요? 먹으면 안 좋을까요? ;;
기불이 2006/01/28 09:14 # 답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민물에서 나오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근거는 없습니다만 바다가 그래도 민물보다야 깨끗하겠죠.
흐음 2006/01/28 10:57 # 삭제 답글
우리 나라에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외래 생물들이 대거 유입되어 문제가 되고 있답니다.
불별 2006/01/28 16:35 # 답글
황소개구리의 수가 줄은 것은 워낙 수가 많아져서 근친결합이 많아지다 보니 많은 개체가 약해져서 자연적으로 줄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게 그렇게 빨리 일어나는 과정인지;;
intherye 2006/01/29 01:12 # 답글
불별/ 제가 알기론, 개체 수가 줄어들어야 근친교배 빈도가 늘어날텐데요. 잘못된 정보를 들으셨거나, 잘못 기억하고 계신 듯?;;
nyxity 2006/01/29 02:14 # 삭제 답글
http://www.hani.co.kr/section-005100007/2005/03/005100007200503141847057.html
기불이 2006/01/29 23:44 # 답글
역시 결국은 평형이 이루어지는거죠. 못이루면 다 죽는 거고.
nyxity 2006/01/30 00:44 # 삭제 답글
90년대 초반인가 검은 송충이 비스무리한게 외국에서 들어와 대량으로 발생해서 엄청난 문제가 된적 있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텐데 보도블록에 엄청나게 많은 개체가 기어다니기도 했죠, 하지만 다행이도 곧 해결되었습니다. 용감한 어떤 새가 맛을 본 이후, 사라졌죠.
Roastbeaf 2006/01/31 10:13 # 답글
바퀴벌레가 정력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 바퀴벌레 농장이 여기저기 생겨날 거고 그 농장들이 망해서 방치된 알들로 인해 바퀴벌레가 창궐하는 사태가 올 겁니다.
하얀까마귀 2006/01/31 10:48 # 답글
조금 진지하게 얘기하자면, 크기가 너무 작은 개체는 트렌드가 형성되기 힘들죠. (먹을만큼 잡기 귀찮으니까) 하지만 블루길같은 외래 어종들한테는 충분히 효과가 있을 듯 합니다. :>
캐뒷북 2008/05/14 16:42 # 삭제 답글
돌아댕기다가 zebra mussle이 뭔가 싶어서 구글 때려보다가 왔네요. 저를 돌아댕기게 만든 원흉을 보시면 재미있어하실 것 같아서 링크 드립니다 http://news.bbc.co.uk/1/hi/sci/tech/7392072.stm
기불이 2008/05/15 02:51 # 답글
캐뒷북// 오오 대단히 재미있어요. 마이크로웨이브는 못하는 게 없구만!
김재윤 2008/10/02 16:39 # 삭제 답글
ㅋㅋㅋㅋㅋ 아유~이 쎈쓰쟁이!!!! 완젼 잼있게 읽고 갑니당.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