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by 기불이

질렀습니다. 에서 보여드린 바로 그 책, "걱정말아요 그대" 를 다 읽었다.


크게 세 가지를 느꼈는데,

1) 전인권은 속히 속편을 발간하라! 한창 재미있다가 들국화 이야기가 나올 때가 되니까 책이 끝나버리냐.

2) 이 책은 거의 무협지다. 이 책의 주제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이름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히는 고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고 강호의 은거하는 숨은 고수들도 대거 등장한다. 이 고수들은 칼대신 기타와 노래로 승부를 벌이고 친구가 된다.

3) 한국에서 록이 꽃을 피우기까지 저 수많은 고수들이 바닥에서 박박 기고, 때로는 억압에 맞서 투쟁하고, 대체로는 언젠가 올 좋은 날을 위해 피나는 연습의 시간을 거쳤다 (일부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담아 대마초를 빨고). 이렇게 피땀흘려서 록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보려고 하니까 Rocker 아닌 Locker 들이 재미를 보는구나. 글자그대로 피흘려 목숨바쳐 민주주의 이루어놓으니 그 열매는 독재에 빌붙었던 인사들이 다 따먹듯이.

들국화 결성하고 초기에 있었던 일화가 대박이다. 이하에 간략하게 옮겨보려고 하는데 전인권씨가 싫다고 하시면 바로 삭제하도록 한다.

1985년 여름 들국화가 판도 나오기 전, 방송국에도 처음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중략) 우리는 MBC 에서 주최하는 남이섬 축제에 초대된 것이었다. (중략) 그때 우리는 들국화 (나, 최성원, 조덕환, 허성욱) 외에 믿음 소망 사랑의 최구희, 지금은 고인이 된 조준형 그리고 주찬권, 또 그 당시 항상 우리를 따랐던 노래 잘하는 코러스까지 합세하여 그리 익숙지 못한 TV 방송에 흥분하며 약간 긴장하고 있었다

아,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이름들.

웬일인지 무대위에선 박진영 등 코러스들의 입 모양과 그들의 노래가 아주 작게 약간의 시차까지 생기면서 들릴 뿐 우리에게 하나의 감흥도 주질 않았다. 어쨌든 수많은 관객과 MBC 의 스태프진에 눌려 우리는 의아해하면서도 누구 하나 따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속으로 '큰일 났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드디어 "세일링" 을 부르게 되었는데, 어라? 피아노 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전혀 안 들리다가 화음을 하는 성원이의 목소리만 엄청 크게 나왔다. 어쨌든 당황과 식은땀으로 "세일링"까지는 마쳤다.

나는 모두에게 중단하자는 사인을 보내고 방송국 측에 모니터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관객쪽으로 놓인 큰 스피커 말고, 연주자쪽으로 놓인 스피커가 있는데 이 스피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연주자들이 서로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러면 연주에 심각한 차질이 있다.

그러자 저 뒤에서 알았다는 듯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는데 바로 앞에 카메라맨이 "야, 야, 그냥 해. 여기서는 괜찮아. 그리고 방송 시스템엔 아무 문제 없어." 라고 하는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중략) 또 내 목소리 모니터가 전혀 되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는 전혀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노래를 중지하고 방송국에 다시 얘기했다. "모니터 상황이 전혀 안 좋아서 노랠 부를 수 없다." 라고 얘기하는 순간 우리의 옆모습을 찍던 아까 그 카메라맨이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아, X팔, 그냥 하래니까, 방송엔 아무 지장없다니까." 라고 거의 외치듯 했다. (중략)

...역시 성원이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성원이는 당황하고, 노래를 하는 듯한데 노래가 잘 안 들리자, 반주하는 멤버들이 어떤 사람은 하고 어떤 사람은 안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만약 영화로 생각하고 본다면 마지막 장면에 모든 것이 멈추는 그런 거, 그런 상황이었다.

나는 화를 냈다. "도저히 이 상태로는 할 수 없습니다." 관객은 웅성거리고 가끔 박수를 치면서 "잘한다, 야." 라는 야유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야, 이 X팔놈아, 방송엔 문제가 없다니까! 아, X팔, 나 안해!" 하며 아까 그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던지듯이 내려놨다. 난 서서히 정신이 차려지고 있었다. 나는 마이크를 내 앞으로 잡아당기고 마이크에 가까이 대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얘기했다.

























"아, X팔 우리도 안 해."

(중략)

그리고 얼마 후 남이섬 축제 방송을 한다고, 우리가 나온다는 얘기에 우리 멤버 모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구경했으나 주현미 노래할 때 미리 준비하던 우리 중 키가 큰 덕환이의 얼굴만 잠깐 나왔을 뿐 우리는 안 나오고 바로 광고로 넘어가더라. 후~. 나는 정말 안 나온 게 잘된 거라고 성원이와 얘기하고 끝.



사서 읽으세염. Yes24 에서 사면 전인권 4 집도 끼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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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기불통신 : 모기불 추천도서 2 2009-07-22 02:26:54 #

    ... 알라딘 TTB 설치 이번에 소개해올릴 책은 전인권씨가 쓴 "걱정말아요 그대" 입니다. 일전에 책을 읽은 감상문을 쓴 적도 있습니다. 보시려면 여기. 무진장 재미있습니다. 강호의 숨은 고수들이 음악으로 승부를 겨루는 무협지라고 할만 합니다. 강력하게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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