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국립공원: Part 3. by 기불이

요세미티 하면 곰이다. 아니 그 전에 곰은 캘리포니아와 관련이 깊은 짐승인데 가령 캘리포니아의 깃발을 보면 다음과 같다.

텍사스나 캘리포니아는 지금은 미국땅이지만 19세기만 해도 멕시코 땅이었다. 여기에 미국인들이 다수 이주하여 살고 있었는데 1834 년 멕시코에 독재정부가 들어서자 멕시코 땅에 살던 미국인들이 무장항거를 시작했다. 1836 년 그 유명한 알라모 전투에서 미국인들이 몰살당하자 미국인들은 "알라모를 기억하라" 는 구호아래 멕시코와 전쟁을 시작했고 곧 전쟁에서 승리하였다. 이로하여 텍사스도 독립공화국으로 독립했다가 곧 미합중국에 편입되었고 캘리포니아도 1846 년에 벌어진 전쟁의 결과로 다른 지역과 함께 미국에 1500 만달러에 할양되었다. 이 깃발은 멕시코 전쟁중이던 1846 년 7월 14일 에 최초 게양되었는데 William Todd 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여기에 곰이 들어간 이유는 당시 캘리포니아 주에서 곰은 흔하게 목격되는 짐승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고, 캘리포니아에서 다섯번째로 큰 은행인 Bank of the West 의 상징에도 곰이 보인다.

이와 같이 곰은 캘리포니아와 연관이 깊은 짐승이다. 그리고 서두에도 말했듯이, 요세미티 하면 곰이다. 실제로 등산로에서 곰을 목격했다는 사람들도 많고 사진도 꽤 돌아다닌다. 지난 여름 upper pines 캠핑장에 갔을 때, "지난 주에 이 캠핑장에 곰 출현" 이라고 씌여 있어서 쫄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실제로 캠핑장 들어가는 입구에 다음과 같은 조형물이 서 있다.

housekeeping camp 에도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붙어있다 (차안에 주목).

그런데 어째서 이 경고문의 제목이 "곰조심" 이 아니라 Keep Yosemite's Bear Wild 인가? 바로 이 점이 이 포스팅에서 생각해볼 주제.

요세미티 밸리에 있는 쓰레기통은 모두 묵직한 금속으로 만들어져있고, 곰이 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가령 재활용품을 모으는 쓰레기통은 다음처럼 생겼다.

대형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은 다음처럼 생겼다. 반드시 클립을 사용해서 두껑을 잠그도록 되어 있다.

쓰레기통에 붙어있는 경고문을 확대해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분명히 보이는 것처럼, 클립을 사용해서 잠그는 이유는 "곰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다. 어째서 이것이 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아마도 첫째는 곰이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쓰레기통에 곰이 거꾸로 처박히면 크게 다칠 것은 분명하고, 여기서 다치지 않았다 해도 이 쓰레기통은 매일 아침 큰 트럭이 와서 통째로 뒤집어서 쓰레기를 비우는데 이 단계에서 다치거나 죽게 된다. 둘째는, 아마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곰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도심의 까치나 다람쥐, 너구리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살아가는 이유는 그게 먹이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데 가령 인간의 먹이는 동물들에게 쉽게 비만을 유발하고 문제를 일으키며 또 인간의 쓰레기에 길든 짐승은 야생성을 잃어버리기 쉽기도 하다. 인간에게 익숙해진 짐승은 결국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죽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요세미티 밸리내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은

1.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버리고 클립을 채운다.
2. 음식 및 향이 있는 모든 것 (비누 치약 칫솔 껌 포함) 은 Bear box 에 보관한다.
3. 텐트나 차에 음식이나 향이 있는 물건을 보관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차안에는 아무것도 남겨선 안된다 (카시트도 빼야 한다).

라는 규칙을 지킬 것을 요구받는다. 이 규칙을 따르지 않아서 곰을 불러들였을 경우 벌금 5 천달러를 물게된다고 분명히 경고되어 있다. 이에 따라 캠핑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Bear box 가 설치되어 있는데 가령 Upper Pines 캠핑장에는 아래처럼 생긴 Bear box 가 각 캠핑 사이트마다 설치되어 있다.

이 Bear box 에는 곰이 열 수 없도록 클립이 달려있으나 자물쇠는 달수 있게 되어있지 않다.

housekeeping camp 에는 좀 다르게 생긴 Bear box 가 있는데 아래와 같다 (2층으로 되어 있어서 공간이 넓은 편).

여기에는 다른 종류의 클립이 있고 역시 자물쇠는 달 수 없다.

경고문을 확대해보면 다음과 같다.

커리 빌리지에도 Bear box 가 있는데 커리 빌리지는 취사를 하는 곳이 아니어서 각 unit 마다 있지 않고 주차장에 일괄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이 bear box 는 자물쇠를 달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나 쉽게 접근해서 열어볼 수 있기 때문에).

캠핑장 화장실에 가면 묘하게 생긴 물건이 있다.

남성용 소변기인가? 하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것은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그릇을 씻는 곳이다. 화장실과 마찬가지 원리로, 물을 내리게 되어 있다. Housekeeping camp 에도 비슷한 것은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그것은 텐트를 치는 캠핑장은 그만큼 곰에게 더 가깝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커리 빌리지에는 엄청 큰 주차장이 있는데 그 주차장에는 아래에 보이는 물건이 세워져있다.

이것은 보시다시피 Bear trap 이다. 곰을 잡아야 할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것. 아마도 이 원통 안쪽에 미끼를 넣고 다른쪽 입구를 열어놓으면, 안에 들어온 곰이 꼭 끼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쓰레기통을 차단하고, 음식쓰레기를 없애고, 모든 음식 및 향나는 물건을 bear box 에 보관하는 것은 물론 곰의 위협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보다는, 곰을 유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곰이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면 그 곰은 terminate 하는 것이 규칙이기 때문이다. 즉 곰이 쓰레기에 유혹되어 왔다가 사람을 해치기라도 하면 그 곰은 찾아내어 죽인다. 그러므로 사람이 있는 곳에 곰을 불러들이지 않는 것이 곰을 구하는 길인 것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요세미티 공원내에 살고 있는 곰은 다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여름 housekeeping camp 에서 묵었을 때 관리사무소에서 말하기를, 그 근처에는 곰이 모두 6 마리가 있는데 암놈 2 마리에 각각 새끼가 2 마리라고 했다.

요세미티는 원래 곰의 땅이었다. 여기에 인간이 틈입해온 것이다. 개발독재의 입장에서는 위험한 곰, 싸그리 잡아죽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것은 초근시안적인 시각인 것이다. 요세미티하면 곰이고 곰이 없는 요세미티는 복원된 청계천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아름다운 이유말고도, 지극히 통속적인 이유로도 곰은 필요하다. 비록 마주치면 어쩌나 겁이 나지만 저 숲속에는 곰이 거칠 것없이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요세미티의 숲은 알 수 없는 신비한 광채를 띈다. 이런 매력에 이끌려서 수많은 사람들이 요세미티를 방문한다. 만일 요세미티의 곰들을 다 잡아죽이게 되면 꺼리낄것 없는 관광객들이 마구 버리는 음식쓰레기로 오염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요세미티는 그 신비를 잃어버리게 되어 버릴 것이 분명하다. 무섭지만 매력적인 것, 야생(野生)이란 그런 것이다.

곰이 요세미티의 유일한 야생은 아니다. 주로 이른 아침이나 해저물 무렵에 많이 보이지만 대낮에도 쉽게 목격되는 요세미티의 야생은 사슴이다.

요세미티의 진정한 매력은 야생의 아름다움에서 온다. 사슴따위, 동물원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사슴농장에 가도 많이 있지만 그런 사슴과, 드넓은 초원 거대한 바위를 배경으로 우아하게 걷고 우아하게 풀을 뜯는 사슴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사람들은 이 야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 몇시간 (혹은 며칠) 을 달려 요세미티에 오고, 이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규칙을 지킨다 (개중에는 무시하는 인간들도 있기는 하다). 공원입구까지의 진입로상에 온통 닭도리탕 집이며 카페가 늘어서고 고요한 산속 곳곳에서 뽕짝이 울려퍼지는 그런 청계천스러운 공원에서는 절대로 이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을텐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한 원칙에 기반한 엄한 규정과 이를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일 것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부터는 이런 무거운 이야기는 관두고 요세미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mogibul.egloos.com/tb/1802691 [도움말]
  • 요세미티의 곰 2005/10/05 04:53 #

    요세미티 국립공원: Part 3. 모기불님이 이번에 요세미티에 가서 곰 구경을 못하고 오셨다기에, 약올리는 의미에서 올 7월에 요세미티에서 목격한 아기곰의 사진 하나를 올린다. 사진 가운데 엉덩이 보이고 있는 놈이 곰. 140번 도로를 타고 서쪽에서 들어가다, 몇대의 차가 길가에 정차하고 사람들이 내려서 밑에 있는 숲을 구경하는 것...... more

  • 요세미티 써니사이드 캠핑장 사용법 2006/02/04 09:03 #

    요세미티 국립공원: Part 3. 요세미티 관련해서는 아직 포스팅할 것이 많은데 귀찮아서 안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하기로 하고. 요세미티 관련해서 어떤 산악회의 글을 읽었는데 감동이 몰려와서 보여드리려고. 출처를 밝힐까 하다가 그만둡니다. 대충 여기나온 단어로 구글 돌리면 나옵니다. 뭐랄까, 생활의 지혜인데 이...... more

덧글

  • isanghee 2005/10/05 15:17 # 답글

    요세미티에서 나눠준 무슨 브로슈어에 보니까 곰을 만났을 때 대처법이 나와 있더군요.
    흔히 죽은 척하면 된다라고 하는데(저도 그렇게 대답했다는..) 그게 아니라
    큰 소리를 지르거나, 여러사람이 모여서 무리처럼 보이게 하라던가 등
    동화와 현실은 많은 차이가 있더군요..^^
  • 기불이 2005/10/05 22:38 # 답글

    곰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죽은 짐승을 먹는 종류도 있고 안먹는 종류도 있어서... 그러니 먼저 곰의 종류를 파악한 다음...
  • 김남용 2005/10/06 07:26 # 삭제 답글

    판다의 경우 죽은 고기를 발견하면
    "땡잡았네~" 손가락까지 빨면서 고기를 먹더군요.

    판다가 대나무를 먹는 이유는.... 고기가 안보여서 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옜날에 퀴즈탐험 신비에 세계에서 봤던가?)

덧글 입력 영역


애드센스 이미지 120*600

알라딘이벤트150*500


애드센스이미지+텍스트 120*600

검색형 구글애드센스

맞춤검색

알라딘일반1*3

알라딘1*3프리미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