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과 김밥 by 기불이

2001년도에 소위 떡법안이 통과되어 캘리포니아의 떡집들이 잔치를 벌인 적이 있다고 한다. 떡이란 건 쌀가루를 빚어서 반죽을 만들고 쪄서 만든 식품인데 부패나 변질을 막기위한 보존료가 원칙적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떡을 만들고 나서 상온에 유통하지 못하고 저온이나 고온에서 보관하라는 압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00년 7월부터 조리를 한 음식의 경우 섭씨 4.4 도 이하 혹은 60 도 이상에서 보관판매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떡집 주인들이 돈을 모아 로비에 힘쓴 결과 (여기서 로비는 뒷돈 찔러주는 게 아니다), 2001년 5월 10일 "떡의 상온보관과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AB 187)" 이 통과되어 떡은 제조후 제조일자를 표기하고 상온에서 24시간 내에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업자들이 여기서 힘을 얻어서 김밥의 상온유통을 위한 로비에 나섰는데 김밥도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차갑게 굳은 밥을 좋아하지 않아서 김밥은 상온유통해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김밥에는 상하기 쉬운 달걀이 들어가고 김에는 미관과 향을 위해 기름도 바른다. 솔직히 말해서 김밥은 상하기 쉬운 음식. 떡이야 조리과정에서 찐다지만 김밥은 완성후 살균소독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김밥의 상온보관판매를 허용하는 법을 만드려고 시도를 했는데 현재까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김밥은 김에다가 밥을 얹고 각종 재료를 얹은 다음 둥글게 말고, 썰어서 만든다. 조리과정에서 손이 닿는 것은 물론이고 도마, 칼, 김발 등 여러가지 도구와 직접 접촉하게 된다. 장갑을 사용한다지만 위생장갑은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오염을 더 크게 할 수도 있다 (장갑낀 손으로 이것저것 만지거나 가령 얼굴이나 손을 긁으면 바로 오염). 얼마전 김밥전문점의 김밥을 수거조사했더니 대장균이 위험치를 상회해서 검출됐더라는 보도가 있었다. 편의점 김밥에서는 대장균이 나오지 않았다는데 아마도 유통전 살균하기 때문일 것 같다. 식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여태껏 내 김밥을 먹고 죽은 사람은 없다 이런 식의 무모한 자신감을 갖기 보다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위생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아예 한국도 냉장 혹은 온장보관하도록 법을 만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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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appyalo 2005/09/24 23:41 # 답글

    그래서 날이 조금만 더워도 아이 소풍 도시락에 김밥 싸면서 망설이게 돼요.
    물론 여름엔 사먹는 것도 찜찜~ (그래도 먹는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 nyxity 2005/09/25 00:15 # 삭제 답글

    소환유는 이런 일을 문제삼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 좋을 듯한데 말이죠.
  • 한때는 2005/09/25 01:44 # 답글

    옳쏘!!! 김밥은 좀 문제가 있어요..

    8,9년 전에 한국에 있을때 추석전 벌초를 갔다가 집에서 싸간 김밥먹고 장염에 걸린거 생각하면!!! 기저귀 뗀 후 바지에 응아묻혀보긴 첨이었음 - -.
    그날이 일요일이었는데 다음날 서울 직장에서 독일에서 온 사람들이랑 회의가 있었는데 그것도 평크... - -
    집에서 싼 김밥도 반나절만에 (새벽에 싸고 점심때 먹었으니까..) 저리 될 수 있는데 대중에게 대량으로 (뭐 그리대량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만들어 파는 김밥의 경우는 한군데서 만들어 여기저기 납품한느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상온 유통은 조금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4시간은 너무 길어요..)
  • 까날 2005/09/25 02:28 # 답글

    밥에 초를 섞어서 싸시면 도움이 될듯...
  • 한때는 2005/09/25 04:12 # 답글

    근데 여기선 한인 식품점에 가면 그냥 카운터에 올려두고 팝니다...
  • intherye 2005/09/25 09:11 # 답글

    제 짐작으로 편의점 김밥과 김밥전문점 김밥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상온보관과 냉장보관일 겁니다. 편의점의 경우, (제조과정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유통시엔 냉장차로 나르고, 진열시엔 냉장진열대에 하고 있습니다만, 김밥전문점의 경우 재료나 도구들이 바깥에 그대로 드러나 있곤 합니다. 딴에는 유리창을 통해 제조과정을 훤히 보여주고 싶은 자신감이겠지만.. 표준이 없으니 가게에 따라서는 몇날몇일을 마냥 밖에 드러나 있는 경우도 있구요. 게으른 가게에서는 수십줄을 싸놓고는 산더미 같이 쌓아놓기도.. 김밥재료가 무슨 영양배지도 아니고.. ;ㅁ;

    말씀하신 것처럼 이 기회에 한국에서도 김밥집 위생 기준이 마련되어 보다 김밥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기불이 2005/09/25 11:45 # 답글

    happyalo// 정말 신경쓰이지요. 그 비위생적인 세월을 살아왔지만 저도 여태 살아있으니 역시 (혈의 누에 나온 이야기처럼) 사람 목숨은 모진 것 같습니다.
    nixity// 저런 거 신경쓸 작자들이면 여태 그런 짓을 해왔겠어요.
    한때는// 홋홋 고생하셨군요. 요새도 서울역앞에서 할머니들이 정체모를 김밥을 파는가 모르겠습니다. 한때 그 김밥 병원에서 남은 밥으로 만든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지금은 중국에서 수입한 김밥이 아닐까 의심중.
    까날// 그게 바로 햇반이 쓰고 있는 방법이죠. 산미료를 넣는 것. 물론 그외에 진공포장을 합니다만.
    한때는// 여기도 그냥 파는 것같던데 역시 규정과 실제는 가끔 다르죠.
    intherye// 저러다가 애 하나 잡고나서 뭔가 변화가 있을 듯. 한국같이 습하고 더운 곳에서 김밥같이 변질되기 쉬운 음식을 (촉촉하겠다 쉽게 상하는 재료이겠다 대장균 포도상구균도 충분하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쌓아놓고 파는 무신경이라니. 길가에서 떡볶이 사먹던 시절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정겨운 풍경은 사실상 엄청 위험한 풍경이었죠. 참 용케 안죽고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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