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 의 진실2: MSG 는 천식을 유발하나? by 기불이

중국집 신드롬이라고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이다. MSG 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할 때 매번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중국집 신드롬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8년이다. 중국집에서 밥을 먹은 사람에게서 목뒤쪽이 뻣뻣해진다거나 무력감이 든다거나 마비가 온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던 것이다 (N. Engl. J. Med., 1968, 278, 796.). 저자는 이 증상의 원인으로 알콜, 소금, MSG 등을 지목하였다. 여기서 중국집 신드롬 (Chinese Restaurant Syndrome, CRS) 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요즘은 중국집 신드롬 보다는 MSG symptom complex 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중국집 신드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하려면 이전에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이 많으므로 우선은 소개만 하기로 하고.

MSG 에 관해 떠도는 이야기중에 무시무시한 것에 MSG 가 천식을 유발한다 는 것이 있다. 이 이야기는 1981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에 Allen 과 Baker 가 발표한 논문이 원조이다. 두 명의 천식환자가, 중국집에서 밥을 먹은 12 시간 후에 천식발작을 일으켰다고 보고했던 것이다 (N. Engl. J. Med., 1981, 278, 796). 그들이 그 두 명의 천식환자에게 2.5 g 의 MSG 가 들어있는 캡슐을 먹였더니 과연 12 시간 후에 PEFR (Peak Expiratory Flow Rate, 최고호기유속. 내뿜는 숨의 최고속도) 가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발표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MSG 가 천식을 유발한다는 미신이 생겼는데, 이렇게 써놓으면 마치 천식이 없던 사람에게 천식이 생기는 것 같지만 원래 이야기는 MSG 가 천식환자에게 발작을 유발한다는 의미였다. 즉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이것은 건강한 사람에게 천식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었다. 이 글은 이 미신에 관련한 것이다.

이후에 이들은 환자수를 32 명으로 늘려서 비슷한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J. Allergy Clin. Immunol., 1987, 80, 530-537), 이 보고의 결정적인 문제는 왜 12 시간 후인가? 라는 의문이었다. 아시다시피 뭐든지 뱃속에 들어가면 위장관에서 흡수가 되는데 이 중에 일부는 다시 배출되고 이 중 일부만 혈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간에서 대부분은 대사되고 다시 신장을 통해 배설되고 최초로 유입된 양 중에서 극히 일부만 혈관을 통해 이런저런 조직에 분배되게 되는 것이 대사의 과정. GA 의 경우, 섭취되고 한시간내에 혈중 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에 급속도로 사라지는 것이 알려져있다. 뭐니뭐니해도 GA 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니 사실 당연한 이야기. 그런데 12 시간이면 이미 섭취한 MSG (뱃속에 들어가는 순간 이미 GA 와 구분되지 않는다) 는 벌써 대사되어 배설됐거나 아니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몸안에는 흔적도 안남았을텐데 어째서 발작은 한참 후에 일어난단 말인가? 예를 들어 감기약을 먹었다고 하자. 보통은 30 분 이내에 콧물이 멎고 기침이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약효가 떨어지면 (즉 유효물질이 대사되어 사라지면) 다시 증상이 돌아오는 것이 정상이다. 이 외에 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지만 그것은 나중에.

귀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어서 이 결과는 이 결정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인용되고 MSG (또는 GA) 가 천식발작을 유발한다는 근거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시험은 외견으로 보기에 플라시보 (가짜약. 보통 설탕) 도 사용한 그럴싸한 디자인이었다. 32 명의 환자를 입원시킨 다음에 single-blind 시험을 실시했는데 이중맹 double-blind 와 다른 점은, 이 경우 약을 주는 사람은 그것이 플라시보인지 진짜인지 알고 있어서 대상이 눈치를 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비용면에서 유리하므로 많이들 하는 방식이다. 이 실험에서 놀랍게도 32 명 중에서 14 명이 1.5 g MSG 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13 명이 2.5 g MSG 에서 발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 실험의 결과가 믿을만 하다면, MSG (= GA) 는 천식환자에게 유의미하게 발작을 일으키므로 천식환자는 MSG (또는 GA 를 포함하는 식품) 를 피해야만 할 것이다.

이 연구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비판을 받았는데, 그중에 결정적인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이 연구에서 대상으로 삼은 천식환자들은 중증환자들로, 기관지확장제를 상용하는 사람들이었다. 보통 이런 시험에서 플라시보가 처음 주어지고 그 다음부터 진짜가 나가는데, 플라시보를 주기 직전에 약을 끊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플라시보를 먹은 동안에는 약기운이 남아있는데, 정작 MSG 가 투여될 때쯤에는 약기운이 다 떨어진 상태. 거기다가 플라시보는 낮에 주고, MSG 는 낮에 준 사람도 있고 밤에 준 사람도 있고 들쭉날쭉이었다. 통상 천식환자들은 밤에 발작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참으로 문제가 있는 실험디자인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이미 말한대로 귀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어서 MSG 는 천식발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고 중국집 음식을 먹은 다음에 천식발작을 일으키면 다 MSG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천식이란 병은 대단히 심각하게 환자가 많은 질환인데 가령 WHO 의 설명에 따르자면 (http://www.who.int/mediacentre/factsheets/fs206/en/) 전세계에 1억에서 1억 5천만명의 환자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만일 MSG 가 천식발작을 유발한다면 이 어찌 큰일이 아니겠나. 그런데 WHO 의 천식설명에 어디에도 MSG 를 피하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여하거나 이 결과를 비판하기 위해서나 옹호하기 위해서나 여러차례 비슷한 실험이 있었는데 다들 고만고만하게 문제가 있는 디자인이어서 (가령 입원하지 않고 통원하는 환자를 사용했다거나) 별로 믿을만하지 않았는데 1999 년, Woessner 가

Group A. 중국음식을 먹고 천식발작을 일으켰던 사람 30 명 (중국음식이 천식발작을 일으켰다고 믿고 있음)
Group B. 아스피린에 발작하는 천식환자 70 명 (중국음식을 먹고 천식발작한 적이 없음)

을 사용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J. Allergy Clin. Immunol., 1999, 104, 305-310). 1987 년 Allen 의 결과에 따르면 아스피린에 민감한 환자들에게 특히 MSG 가 위험하다고 했기 때문에 특별히 Group B 를 시험한 것이다. 이 시험에서는 믿을만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호흡이 불안정한 환자들은 엄격히 가려내어 제거하였고, 그 밖에, 이전 시험들에 쏟아진 비판들을 피하기 위해 많은 점을 고려하여 대단히 정교한 시험을 디자인하였다.

이들도 single-blind 시험을 시행하였는데 다만 발작이 있을 경우에 한정하여 다시 double-blind 시험을 실시하였다. 전체를 대상으로 double-blind 시험을 하였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미 중국음식에 천식발작을 일으킨 이력이 있는 Group A 30 명 중에서 오직 한명만이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고 그래서 이 사람을 대상으로 double-blind 시험을 따로 실시하였는데 재시험 결과 플라시보와 MSG 간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 시험결과 Group A 30 명중에서 천식발작을 일으킨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 이전에 이들이 보였다던 발작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중국집에는 발작을 일으킬만한 요인이 무수히 많다. 가령 담배연기라든가 중국집에서 사용하는 각종 향신료나 해산물들도 의심해볼만하다. 그러나 이들 주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발작후에 그것은 MSG 때문이라고 그들에게 이야기했고, 환자들은 그렇게 믿어왔던 것이다.

Group B 의 70 명도 플라시보와 MSG 사이에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1987 년 Allen 의 보고에 따르자면 MSG 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이 시험에서는 아무도 천식발작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MSG 는 천식발작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공언되었다.

두 그룹의 사람들이 보고한 부작용중 가장 많은 것은 두통이었고 그 이외에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었는데 아래 표에서 보듯이 흥미롭게도 Group A 와 Group B 모두 두통을 호소한 것은 플라시보가 더 많았다. 이 결과를 기계적으로 해석하자면, 같은 무게에서 설탕이 MSG 보다 더 두통을 심하게 일으킨다는 이야기가 된다. 부작용을 모두 고려할 때 MSG 쪽이 조금 더 많았다 (출처: J. Nutr., 2000, 130, 1067S–1073S.).

과거, 엉성한 조건속에서 이루어진 시험결과로 인하여 MSG 가 천식환자에게 천식발작을 유발한다는 오해가 생겼고 이 오해는 멀쩡한 사람에게 천식을 일으킨다는 식의 다분히 악의적인 왜곡으로 이어졌는데, 최근의 정교한 시험결과는 이 오해가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구글을 돌려서 MSG 에 관련한 한글페이지들을 찾아보면 MSG 에 대한 악선전들을 많이 찾을 수 있는데 놀라운 것은 대개의 글이 하나의 글을 그저 복사해서 붙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저 단정조로, MSG 는 천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있다) 운운할 뿐. 애초에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면 이것이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복사되고 전파되고 확대재생산된다. 마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듯이.

이 포스팅에서 다룬 주제에 대해 좀 더 깊이 고찰해보고 싶은 분은 다음 논문을 참조하십시오: J. Nutr., 2000, 130, 1067S–1073S. 다음 포스팅에서는 그래서 MSG 를 끊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나? 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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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SG 의 진실3: MSG 는 안전한가? 2005/08/03 23:54 #

    MSG 의 진실2: MSG 는 천식을 유발하나? 를 쓰고나서 대충 넘어가려고 했는데 문득 아래와 같은 글이 눈에 띄어서 좀 짚고가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글의 출처는 KOYO 조리상식 이라는 페이지이다. 이 사이트와는 아무런 유감도 없다는 것을 우선 밝혀둔다. 이 글은 여기저기 대동소이하게 복제되어 깔려있기 때문에 그냥 구글에서 제일 먼저 잡힌 글을 뽑았을 뿐이다. MSG의 독성과 유해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지난 1970년 미국 워싱턴대학 오르니 박사는 "난 지 열흘에서 12일째인 쥐에 체중 1g...... more

덧글

  • 빛의제일 2005/07/26 22:29 # 답글

    역시 기불이님! 그런데 이 포스트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말
    "먹고 안 죽으면 보약이다." "있을 때 먹고 없을 때 굶자"
    (무언가 핀트가 어긋납니다. ^^;)
  • 루드라 2005/07/27 00:08 # 답글

    저는 농촌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녀서 고등학교때 농업을 배웠는데 우리 농업선생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안먹는 것 보다는 낫다."

    농업교과서에 나오는 무수한 농산물이 맞있냐 맛없냐는 우리 질문에 대한 항상 똑같은 답변이셨습니다. ^^
  • 기불이 2005/07/27 00:33 # 답글

    뭐든지 적당히 골고루 먹어야 하는데 적당히가 정량적인 값으로 제시될 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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