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의 과학 11: 비타민 A 는 폐암을 유발하는가? Part 3 by 기불이

비타민의 과학 10: 비타민 A 는 폐암을 유발하는가? Part 2. 에서 완결됩니다.

지난편까지의 줄거리:
비타민 A 가 폐암을 예방하는데 쓸모가 있을 줄 알았더니 대규모 임상시험인 CARET 와 ATBC 에서 오히려 폐암위험률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의해서 비타민 A 는 발암물질로 몰리게 됐는데... 과연 비타민 A 는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했다. 이런 경우에 "어 비타민 A 가 폐암을 유발하네" " 어 그래." 이딴 식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과학자는 없다. 기존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예측이 빗나갔을 때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한 추가연구 및 기존 결과의 재해석이 기본이다. 게다가 각각 28%, 16% 폐암발생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이것으로 해서 비타민 A 가 폐암을 일으킨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전체 폐암의 90% 정도에 흡연이 책임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수 흡연자에게서 폐암이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흡연조차도 공식적으로는 "폐암위험률을 높인다" 는 정도로만 이야기할 뿐이다. 백해무익한 흡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정도인데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며 매일 먹어야 하는 식품속에 포함된 비타민 A (혹은 전구체인 베타카로틴) 에 대해서라면 말해서 무엇하랴.

그래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먼저 결과의 재해석 및 상세한 분석이 시도되었다 (1). 먼저 데이터를 정리하면,

CARET: 베타카로틴이 폐암발생률을 28% 높였다.
ATBC: 베타카로틴이 폐암발생률을 16% 높였다.
PHS: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밝혀진 것은:

1) 먼저 베타카로틴은 폐암을 제외하고는 다른 암의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

2) ATBC 연구에서 참가자는 모두 흡연자였다. CARET 의 경우는 60% 가 흡연자였다. PHS 의 경우는 11% 만이 흡연자였다.

3) CARET 의 경우, 베타카로틴은 흡연자와 석면노출자에게서 폐암의 위험을 높였지만 담배를 끊은 금연자에게서는 폐암의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ATBC 연구에서는 하루 20 개비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서 폐암의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하루 5-19 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에게서 큰 위험이 없었다.

여기에서 도출될 수 있는 잠정적 결론의 하나는, 베타카로틴 및 비타민 A 는 오직 헤비스모커에게만 폐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가령 대상의 11%만이 흡연자였던 PHS 시험의 경우 베타카로틴은 폐암위험을 높이지 않았다). 이것은 간단하게 설명될 수 있다. 흡연이란 것은 심각한 발암물질들 뿐만 아니라, 강력한 산화제들을 폐에 자발적으로 밀어넣는 느린 자살이다. 간접흡연은 이런 의미에서 느린 타살 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담배연기에는 강력한 산화력을 지닌 자유래디컬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자유래디컬은 심하게 불안정해서 할 수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전자를 뺏는다. 전자를 뺏긴 놈이 불안정해서 또 다른 놈에게서 전자를 뺏는다... 이것이 연쇄반응이다. 비타민 C 및 E 가 항산화작용을 한다는 것은, 이런 프리래디컬과 반응해서 안정한 물질을 만듬으로써, 이 연쇄반응을 중지시키는 작용을 말한다.

폐안에는 산소가 가득하다. 산소는 본질적으로 프리래디컬로써 대단히 위험한 물질이다. 우리의 몸은 산소에 의한 산화반응의 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잘 이용하고 있는데 만일 산소가 통제에서 벗어나면 여기저기 마구 산화를 시키게 된다. 보통은 비타민에 의해서 산소의 폭주가 차단되고 효소에 의해서 산화된 물질들이 복구되지만 이 한계를 벗어나게 되면 산화물들은 DNA 의 염기와 비가역적으로 반응하고 결국 암을 유발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우리의 몸은 산소로 움직이는 원자로와 같은 것이다. 평소에는 연쇄반응의 속도를 조절해서 평화로운 에너지를 얻지만 일단 폭주하면 핵폭탄이 되는. 원자로에서는 중수(重水)나 삼중수를 사용해서 속도를 조절하는데 우리의 몸은 비타민을 사용한다. 흡연은 속도조절에 부담을 줘서 폭주를 일으킨다.

담배연기가 비타민 A 를 발암물질로 변화시킨다는 가설에 대한 흥미로운 동물실험이 있다 (2). 2 그룹의 담비에게 베타카로틴 먹이와 베타카로틴이 없는 먹이를 주었다. 각 그룹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하루 두번 (아침, 오후) 30분씩 담배연기를 맡게 했다. 이때 흡입된 담배연기는 사람으로 치자면 하루 1.5 갑에 상당한다고 한다. 동물들은 특별한 부작용이나 이상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실험은 6개월간 지속되었다. 이 실험의 결과는:

1) 베타카로틴을 먹은 그룹의 베타카로틴 혈중농도가 베타카로틴을 안먹은 그룹에 비해 더 높았다.

2) 담배연기에 노출된 그룹의 베타카로틴 농도는, 비노출 그룹에 비해 심각하게 낮았다.

3) 그런데 레티놀산의 농도도 심각하게 낮았다. 이 말은, 베타카로틴이 분해되어 레티놀산이 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4) 해부결과, 흡연-베타카로틴 그룹의 폐가 가장 심각하게 손상된 것이 발견되었다.

이 결과와, 더 세부적인 생물학적인 검토끝에 내려진 결론은, 베타카로틴이 강력한 산화조건에서 (가령 흡연) 비정상적인 분해과정을 거쳐서 독자적인 활성을 가진 물질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3). 그리하여 이 물질이 레티놀산의 결합을 방해하거나, 레티놀산의 분해를 촉진하여 폐안에서 레티놀산의 농도를 낮춤으로써 폐세포의 각질화 및 변성을 촉진하게 된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거기다가 베타카로틴의 산화물이 벤조파이렌 (담배연기에 포함된 잘 알려진 폐암 발암물질) 과 DNA 의 반응을 촉진한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4). 베타카로틴은 DNA 와 벤조파이렌의 반응을 줄이지만 베타카로틴의 산화물은 둘의 반응을 촉진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상의 모든 논의를 종합해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비타민 A 및 베타카로틴은 폐의 정상적인 활동 및 손상의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다.

2) 비타민 A 및 베타카로틴이 암의 예방 및 암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세포수준 및 동물실험 결과가 많이 있고, 간접적인 증거는 다양하게 많지만, 대규모 임상실험에서 직접적인 효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3) 비타민 A 및 베타카로틴은 고용량을 장기복용했을 때, 헤비스모커에게서 폐암의 위험을 다소 높였는데 이것은 비타민 A 및 베타카로틴이 담배연기와 반응해서 그 자체로 암을 일으키거나 발암물질의 반응을 돕는 산화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설명되었다.

4) 따라서, 비타민제에 포함된 정도의 비타민 A 및 베타카로틴으로 특별히 뛰어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위험이 있다고도 말할 수 없다. 다만 헤비스모커라면 폐암의 위험이 약간 높아진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담배연기속의 산화물질들은 베타카로틴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다 산화시켜서 위험한 물질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것은 특별히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흡연을 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비타민 A 를 위험하게 느낄 필요가 없지만 특히 헤비스모커라면 좀 걱정이 될텐데, 결국 폐암걱정없이 사는 방법은 담배를 끊는 것 뿐이다 라는 것이 결론이올시다. 그러니 앞으로 누가 거드럼피면서 "비타민 A 많이 먹으면 페암 걸리는데 몰랐지?" 그러거들랑 "헤비스모커에게서 그런 결과를 얻긴 했지. 하지만 흡연을 하지 않으면 폐암의 위험은 증가하지 않아. 폐암을 일으키는 것은 비타민 A 가 아니라 흡연이야." 하고 점잖게 대답해주세요.


이것으로 비타민 A 이야기는 당분간 끝입니다.



주.
1) Proceedings of the Nutrition Society, 1999, 58, 329-333.
2) J. Natl. Cancer Inst., 1999, 91, 60-66.
3) Am. J. Clin. Nutr., 2000, 71, 878-884.
4) Free Radic. Biol. Med., 1996, 26, 162-173.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mogibul.egloos.com/tb/1264861 [도움말]
  • 비타민의 과학 12: 비타민 C 는 담석증을 유발하는가? 2005/05/06 15:28 #

    "비타민 C는 담석증과 소화 불량을 일으킨다." 란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로 하여 다정했던 연인이 깨어질 뻔한 사연이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비타민 A 군과 비타민 C 양은 누구도 떼어놓을 수 없을만큼 사랑하는 사이였다. 비록 비타민 A 군은 지용성 비타민이고 비타민 C 양은 수용성 비타민이어서 부모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둘의 사랑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비타민 A 군은 발암물질로 몰려 체포되었고 비타민 C 양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지만 비타민 A 군의 결백을 믿고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마침...... more

덧글

  • 배달부 2005/05/02 15:19 # 삭제 답글

    수고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잘 읽고 갑니다
  • 야슈 2005/05/02 19:50 # 삭제 답글

    지난편까지의 줄거리... 정말 스릴넘쳐요! 오라버니, 왜이렇게 재밌으신거에요.. >_< b
  • 헤아림 2005/05/03 11:20 # 삭제 답글

    엉엉 기불님의 너무나도 재미있는 글들을 매번 동료들한테 이야기해주다가 '재미없는 과학나라'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어찌 제입만 통과하면 재미없어지는지T.T
  • anima 2005/05/03 14:20 # 삭제 답글

    아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이거야말로 한편의 추리소설이군요.
  • 소마 2005/05/03 14:27 # 답글

    헤아림님 말에 동의입니다.^^; 볼 땐 무척 재밌는데 저를 거치는 한 단계만 지나면 이게 재미가 영;; 언젠가 무한대의 개념을 무척 재밌게 듣고 동생에게 얘기해주다 다구리 당한 기억이 나네요. 하하;;
  • 2005/05/04 11:1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덧글 입력 영역


애드센스 이미지 120*600

알라딘이벤트150*500


애드센스이미지+텍스트 120*600

검색형 구글애드센스

맞춤검색

알라딘일반1*3

알라딘1*3프리미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