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의 과학 9: 비타민 A 는 폐암을 유발하는가? Part 1.

비타민의 과학 8: 비타민 A -- 보론: 비타민의 단위 에서 이어집니다.

"비타민 A는 폐병을 악화시키고 폐암을 유발하며, 베타카로틴은 간에 무리를 주고," 를 짚어보는 것이 이 포스팅의 목적.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쪼개어서 포스팅합니다.

비타민 A (레티놀) 은 몸안에서 산화되어 레티놀산이 된다. 베타카로틴이 쪼개져서 만들어지는 레티날도 일부는 산화되어 레티놀산이 된다.

이 레티놀산이 생리학적으로 활성을 보이는 주성분이라고 알려져있다 (1). 1925년에 Wolbach 와 Howe 가 비타민 A 가 부족하면 상피세포의 분열과 분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 (2). 그 이후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동물실험에서 비타민 A 결핍이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 규명된 이래, 비타민 A 로 암을 예방하려는 연구가 수없이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동물실험에서, 비타민 A 가 강화된 먹이를 주면 화학적으로 암을 유발시키더라도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결과가 많이 있다. 어느 정도나 비타민 A 를 투여해야 의미있게 암을 예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다.


또 Lotan 과 Nicholson 은 레티놀산이 많은 변형세포 및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3), 심지어 레티놀산으로 처리하면 악성 혈액암 세포도 원래상태로 돌아간다는 것도 발견되었다 (4).

발암물질이 몸안에 들어오거나, 어떤 물질이 몸안에서 대사된 결과 발암물질로 바뀌게 되면 이들이 DNA 와 비가역적으로 반응하여 DNA 의 복사과정에서 실수를 유발하고 이것이 거듭되면 결국 암이 발생한다. 이 과정은 하루아침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10년에서 20년에 이르는 오랜 세월동안 진행되는데 조기발견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조기발견이 어렵다. 정상세포는 암세포로 발전하기 바로 전 단계 (변형초기 혹은 부분변형) 를 거쳐서 결국 암세포로 변형된다. 만일 초기단계나 암세포 바로 전단계에서 적절히 항암치료를 하면 원래 세포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5).

비타민 A 가 여기서 중요하다. 비타민 A 유도체들이 암의 진행을 막거나 더디게 한다는 것이 밝혀져있다. 그리하여 비타민 A 및 유도체들을 암의 치료 및 예방을 위해 사용하려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있다. 주되게는 비타민 A 및 유도체를 투입하여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거나, 암의 진전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인데 세포수준 및 동물실험에서는 상당히 좋은 결과가 많이 보고되어 있다.

가령, 동물실험에서 비타민 A 가 결핍된 햄스터는 점막세포가 변형되어 각질화되는데 비타민 A 유도체를 투입하면 이 과정이 반전될 수 있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6). 비타민 A 가 각질화된 세포를 원래로 돌릴 수 있고 또 콜라겐 형성을 돕기 때문에 소위 레티놀 화장품이란 것이 나오고 팔린다.

레티놀 화장품에는 보통 레티놀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표시되어 있다는데 (가령 1 g 에 2500 I.U. 이런 식으로), 잠깐 계산해보면 하루에 이 화장품을 통해 흡수하는 레티놀이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짐작에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저는 써본 적이 없어서 몰라요), 임산부가 레티놀 화장품을 쓰면 비타민 A 를 너무 많이 흡수하게 되어 기형을 유발한다는 겁나는 이야기가 떠도는 모양이다. 별로 근거는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정말 그게 그렇게 걱정된다면 안써도 무방할테지만, 그래도 겁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업체에서는 레티놀없는 레티놀화장품을 만들어 팔다가 적발되기도 하고 그랬다 (가령 가짜 레티놀 화장품 무더기 적발). 1999년 기사이니 요즘은 이런 사려깊은 업체는 없을 것이라 믿는다.

비타민 A 가 암의 발생을 줄인다는 간접적인 증거는 넘쳐날 정도로 많은데, 특히 폐암과 위장관 암을 줄인다고 보고되었다. 가령, 1980년에 16,000 명 가량의 피를 채취하여 보관하였다가 이들중 암이 생긴 사람 86 명과 건강한 사람 172 명의 혈액샘플을 조사했더니 암이 생긴 사람의 경우 레티놀 농도가 낮았다는 결과가 있다. 또 최근 암판정을 받은 환자의 혈중 레티놀 농도는 정상인에 비해 낮다는 결과도 있다 (7).

이런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는 무진장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런 간접증거나 동물실험결과를 바로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과연 진짜로 비타민 A 가 암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것인가를 검증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우선 폐암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골라서 (가령 흡연자 및 금연자, 석면에 노출된 사람 등) 오랫동안 이중검정시험을 실시한 결과가 보고된 바가 있다. 그런데 이 결과가 쇼킹했다. 비타민 A 을 투여받은 사람의 경우, 더 많은 수가 폐암에 걸렸던 것이다.

그래서 비타민 A 는 오히려 발암물질이 아닌가? 하는 반응이 뜨거웠다. 그러면 과연 비타민 A 는 발암물질인가? 비타민 A 는 폐암을 유발하는가?
여기에 대한 논의는 다음 포스팅에서...



주.
1) Nutrition, 2000, 16, 573-576.
2) Proc. Soc. Exp. Biol. Med., 1925, 77, 825.
3) J. Natl. Cancer Inst., 1977, 59, 1717.
4) Blood, 1988, 72, 567.
5) Cancer Res., 1987, 47, 3012-3031.
6) Fed. Proc., 1976, 35, 1332-11338.
7) Current Pharm. Design, 2000, 6, 311-325.

by 기불이 | 2005/04/25 08:37 | 모기불 과학통신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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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비타민의 과학 10: 비타민 A 는 폐암을 유발하는..
비타민의 과학 9: 비타민 A 는 폐암을 유발하는가? Part 1. 에서 이어집니다. 폐암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암이다 (한국은 위암-폐암의 순서). 폐암은 진단이 어렵다. 1-2 cm 정도 크기로 자라야 X-ray 나 CT 로 진단이 가능한데 이정도 크기로 자랐으면 수술을 한다고 해도 5년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2003년에 17만명이 폐암으로 진단받았는데 5년후에 생존할 것으로 짐작되는 사람은 15%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1). 또 폐암이 무서운 이유는 몸안의 피는 어쨌든 폐로 들어와......more

Commented by 하늘빛마야 at 2005/04/25 11:35
으으음...;;
폐암 발병률이 높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통게실험을 했다지만, 이런 건 실험에 참가한 이들 사이의 개인차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아닐런지요;; 어쩐지 신뢰가 가지 않는 실험방식이로군요.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5/04/25 14:03
그렇게 엉성한 실험은 아닙니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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