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의 문제: 감기약의 사례 by 기불이

이물질의 문제: 개론 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약품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은 엄격한 기준하에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그 글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것과 같이, 보관중에 새로운 이물질이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 이 포스팅은 최근 보고된 감기약의 사례를 통해, 이런 경우 제약산업은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본격적으로 주제에 들어가기 전에, 몇가지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이 있다. 신약의 후보물질은 종종 산(酸) 이나 염기와 반응시킨 염(鹽) 의 형태로 개발된다. 용해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혹은 고체로 만들기 위해서, 깨끗한 결정을 얻기 위해서, 더 안정한 형태를 얻기 위해서 등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각각의 염은, 기본이 되는 화합물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른 물질로 취급되고 다 따로 시험을 해야 한다. 이전글에서 언급한대로, 다정형(多定形) 이 모두 다른 물질로 취급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에서이다.

약을 만들 때는 유효성분외에도 여러가지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이 첨가물들은 대개 반응성이 없는 것들이어서 유효성분과 특별히 반응하지는 않는다. 약에 따라서는 여러가지 유효성분이 섞여있는 경우도 있다. 흔히 말하는 종합감기약은 해열제, 항히스타민제, 말초혈관수축제 등이 섞여있는데 이럴 경우 이 유효성분들이 드물게 반응을 할 수도 있다.

최근 바로 이런 경우가 미국 화학회에서 발간하는 분석화학지에 보고되었다 (Analytical Chemistry, 2005, 77, 471-477.) 종합감기약은 대개 A. 아세트아미노펜 acetaminophen (해열제), B. 페닐레프린 염산염 phenylephrine hydrochloride (말초신경수축제), C. 클로르페니라민 말레익산 염 chlorpheniramine maleate (항히스타민제) 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이 구조들에서 보건대, 특수한 조건이 아니라면 특별히 이들 사이에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섞어서 종합감기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세 화합물은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이미 오랫동안 연구가 이루어져있다 (원 논문의 주석 5-14, 이하 캡춰는 모두 이 논문에서.). ).

높은 온도에서 강제로 이 조성물을 분해하였을 때는 색다른 이물질이 생성되지 않았는데, 비교적 온화한 조건에서 장기 보관시험을 하였을 때, 스펙트럼에서 조그만 피크가 생겨난 것이 분석화학자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아래 스펙트럼에서, ? 로 표시된 조그만 피크가 유독 40도 75% RH (=Relative Humidity, 상대습도) 에서 생겨나고 그만큼 phenylepherine 및 maleate 가 줄어든 것이 선명하다.

그러므로 둘 사이에 뭔가 반응이 일어나고, 이 결과로 새로운 이물질이 생겨난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여러가지 검토끝에 다음 두 가지 중의 하나일 것으로 잠정결론이 났다.

문제는 두가지 이물질의 분자량이 같다는 것. 그래서 이들은 새로운 분석법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가지 개발해야 했는데 대단히 복잡한 이야기를 다 설명해서 독자를 괴롭힐 수는 없고, 결국 이들은 장기보관 후 극소량 발생한 이물질을 엄청난 고생끝에 가까스로 분리하였고 결국 둘 중의 어떤 녀석이 새로 만들어진 이물질인지를 밝혀내고 말았다는 것만 말해두자 (아래 보이는 것은 NMR 구조결정).

아직은 이 이물질이 어떤 녀석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독성시험이 필요하며 이미 착수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이미 몇몇 회사는 이물질의 생성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 종합감기약의 조성을 바꾸었다고 하는데 이 조성은 이미 오랫동안 사용되었지만 아직 별다른 부작용이나 위험이 보고된 바가 없다는 점에서 관망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고 한다 (An Impurity in Cold Medicine ).

이 종합감기약의 조성은 이미 오랫동안 별다른 문제없이 사용되어 온 것이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만에 하나라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 이처럼 광범위한 시험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것은 제약업계가 양심적이어서가 아니라, 문제가 터지고 패닉이 발생하게 되면 그때가서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가래로 막을 것을 미리 호미로 막자는 발상이라고 할까?

현대과학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인간은 실수를 하고 과학은 아직도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때문에 이런 예상밖의 이물질들이 보관중에 생겨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은 진실을 은폐하지 않는다. 양심에 의한 것이든, 미래의 비용을 미리 막기 위한 것이든, 가능한 위험요소를 가능한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하여 조사하고 파악된 위험요소의 발생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합성물질" 이 과연 위험한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될 물건인지는 비타민의 과학 4 이래로 이어진 일련의 포스팅을 읽은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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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글로리ㅡ3ㅢv 2005/04/18 16:01 # 답글

    대학시절 유기화학 배우던 생각이 아련... ㅠ.ㅠ;;
  • jusin 2005/04/20 14:43 # 삭제 답글

    흠.. 얼마전에 모대학 한의예과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군대문제로 아직 다니지는 못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1학년이 되겠지요. 기불이님의 글을 읽다보면 현대 과학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얼마나 탄탄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데, 과연 우리 한의학의 시스템도 그러한지 의문스럽습니다. 서양과학과는 다른 패러다임이라 하더라도 발전하고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기불이 2005/04/21 00:31 # 답글

    글로리ㅡ3ㅢv// 저도 그렇습니다.
    jusin//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하는 것이겠지요. 열심히 공부하시고 항상 열린 눈과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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